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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지통으로 만든 해킨토시 ‘맥프로’

2014.01.15

OS X은 맥에서만 쓸 수 있는 운영체제다. 윈도우나 리눅스 등 x86 기반의 운영체제들은 대체로 어떤 컴퓨터에서든 돌아가도록 만드는데 OS X은 폐쇄적인 정책을 고집한다. 이 운영체제를 쓰라면 애플의 컴퓨터에서만 쓰라는 이야기다.

초기 OS X은 ‘파워PC’ 프로세서를 썼기 때문에 아예 하드웨어 환경이 달랐지만, 2008년부터 10.5 레퍼드부터 애플이 맥에 인텔 프로세서를 쓰기 시작하면서 일반 PC에서 맥을 돌리는 방법들이 입에 오르기 시작했다. 맥이라고 해서 하드웨어가 특별히 다르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운영체제의 설치본을 해킹해 맥이 아닌 PC에서도 깔아 쓸 수 있도록 한 설치 패키지가 나오기 시작했다. 이를 ‘해킨토시’라고 부른다. 초기 해킨토시는 설치가 매우 어려웠고 드라이버나 기능적으로 제한이 많았다. 하지만 요즘은 그리 어렵지 않게 설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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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한 애플 팬이 이 해킨토시 OS X을 이용해 맥프로 형태의 컴퓨터를 만들어 공개했다. 동그란 원통 형태의 컴퓨터다. 흔히 신형 맥프로를 두고 “휴지통을 닮았다”고 이야기하는데, 이 애플 팬은 실제 휴지통을 개조해 컴퓨터를 만들었다. 삼각뿔 형태의 메인보드 대신 작은 ITX 형태의 메인보드를 썼다. 기가바이트 ‘Z87n 와이파이’ 모델이다. 또 플래시 메모리 대신 2.5인치 타입의 SSD와 하드디스크를 썼다. 작은 공간이지만 메인보드를 살짝 개조해 그래픽카드도 달았다. 사파이어의 ‘레이디언 7750’이다.

CPU는 코어i3를 채택했다. 열을 빼내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쿨러는 시스템 위에 큼직하게 하나 달았다. 색도 빨갛게 칠했다. 언뜻 보면 실제 맥프로와 매우 비슷하게 닮았다. OS X 매버릭스를 설치했고 실제 작동도 잘 된다. 제품 케이스로 쓴 휴지통은 아마존에서 27유로를 주고 산 것이다. 게시물에는 친절하게도 아마존의 제품 링크까지 달았다. 프로세서나 메인보드 등을 제외하고 케이스 제조비로 60유로, 우리돈 약 8~9만원이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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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어i3 프로세서가 달린 메인보드와 그래픽카드, SSD와 HDD까지 집어넣어 맥프로와 비슷하게 만들었다. (사진 : tonymac x86 포럼)

작은 공간에 우겨넣다시피 했지만 열도 별로 없고 OS X도 잘 동작한다. 스크린샷에서 칩셋의 온도가 이상하게 나오긴 했는데, 아마도 센서 정보가 잘못 뜨는 것으로 보인다. 과정을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이 정도 공간 안에 PC를 우겨넣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서버용 제온 프로세서와 워크스테이션용 그래픽 카드를 2개씩 집어넣은 것은 놀랍다.

꼭 이렇게 PC의 모양을 만들지 않아도 일반 PC에 OS X를 깔아볼 수 있다. 초기에는 아예 정해진 몇 가지 제품에만 설치할 수 있었고 그래픽과 사운드, 네트워크 드라이버를 잡는 것이 매우 어려웠다. 딱 맞는 하드웨어가 아니면 VM웨어 가상PC에 설치했다가 이를 디스크 이미지로 만들었다가 하드디스크에 복사하는 등 방법이 까다로워 ‘차라리 그냥 맥을 사고 만다’며 화를 내는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여러 해킹 그룹에서 쉽게 설치할 수 있는 OS X 빌드를 내놓고 있고 드라이버도 많이 나오고 있어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큰 문제 없이 OS X을 설치할 수 있다. 해킨토시 관련 정보는 토니맥X86이나 국내 x86osx 등의 커뮤니티를 통해 얻을 수 있다.

특히 맥프로는 몇 년째 신제품이 나오지 않고 있어 고성능이 필요한 작업에 쓰기 위해 일부러 해킨토시를 만들어 쓰는 사례도 이따금 등장한다. 이번 맥프로 복제판은 디자인에 중점을 둔 설계로 성능은 미치지 못하지만, 애플 맥프로와 비슷한 하드웨어를 갖춘 해킨토시 맥프로도 나오지 말란 법 없다. 하지만 당분간은 디자인과 성능 둘 다를 만족시킬 해킨토시 컴퓨터가 나오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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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