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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플레이 수수료 축소, 입 나온 통신사

2014.01.16

구글이 플레이스토어의 수익 배분 정책을 바꿀 예정이다. 통신사에게 대부분 나눠주던 판매 수수료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이 가장 큰 변화다.

현재 구글플레이를 통해 앱이든 앱내 콘텐츠든 유료 결제가 이뤄지면 개발자가 70%를 가져가고, 나머지 30%는 구글이 게재 파트너 및 운영 수수료로 가져간다. 구글은 이 가운데 90%를 다시 통신사에 주고 10%를 가져간다. 예컨대 1천원짜리 앱이 결제되면 개발자 700원, 통신사 270원, 구글은 30원으로 나누는 식이었다. 사실상 구글은 거의 가져가지 않는 쪽에 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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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통신사에 새로 제안한 정책은 개발자에게 70%를 떼어주고 남은 30%를 절반씩 나누자는 것이다. 통신사들은 대체로 ‘영업비밀’을 이유로 언급을 꺼렸지만, 실제 구글이 이런 제안을 오래 전부터 해왔다는 것을 부정하진 않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구글이 가장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에 지난 2012년 중순부터 새 수익 배분 정책을 언급해 왔다”라며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라고 이야기했다. 현재 구글은 국내 3개 통신사 모두에 새로운 수익 분배안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구글플레이의 콘텐츠 판매는 통신사엔 꽤 쏠쏠한 수익이 되고 있는 만큼, 통신사도 이에 대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그리 많지 않다. 구글은 통신사나 안드로이드 이용자들에게 꼭 구글플레이 스토어만 쓰라고 강요하지 않기 때문이다. 속으로 끙끙 앓을 뿐, 대놓고 불만을 드러내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제 스마트폰 시장에서, 특히 한국은 안드로이드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져보면 구글이 갑자기 수수료율을 변경하는 것도 뜻밖이지만, 기존 구글 정책도 썩 이해가 되진 않았다. 실질적으로 앱을 내려받기 방식으로 배포하는 유통 시스템과 마케팅에 대한 수수료로 3%를 챙긴다는 것은 애당초 말이 안 되는 정책이었다. 막대한 컴퓨팅 자원을 갖고 있는 구글이니까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걸로는 원가도 못 챙길 게 뻔하다. 그럼에도 구글이 이런 수익 배분을 제시한 까닭은 안드로이드의 빠른 정착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통신사에 퍼주는 수수료 구조는 언젠가 바뀌기로 예정돼 있었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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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폰과 안드로이드폰이 갓 나오던 초기로 돌아가보자. 애플은 앱스토어와 함께 판매 수익의 70%를 앱 개발자에게 주고, 나머지 30%는 애플이 수수료 명목으로 거두어 가는 7대3 정책을 가장 먼저 만들었다. 이 방식으로 애플은 단숨에 응용프로그램을 끌어모았고 앱스토어는 성황을 이뤘다.

상대적으로 후발주자인 구글 역시 안드로이드마켓을 열며 개발자들에게 70%를 나눠주는 정책을 폈다. 하지만 구글은 나머지 30%의 대부분을 통신사에 나눠줬다. 아이폰에 울고 웃던 통신사에 안드로이드를 판매하면 꾸준히 부가 수익을 얹어주겠다는 메시지를 준 것이다. 이는 가장 적절한 회유책으로 쓰였다. 운영은 구글이 하지만 수수료는 모두 통신사가 챙기는 이 환상적인 구조는 사실상 안드로이드 연착륙을 노린 구글의 ‘커미션’에 가깝다.

이는 안드로이드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큰 영향을 끼쳤다. 꼭 마켓 하나 때문은 아니겠지만 통신사들이 아이폰에 맞서 안드로이드를 강하게 밀어붙이면서 안드로이드의 점유율 뿐 아니라 영향력도 치솟았다. 그러다보니 불과 5~6년 사이에 입장이 완전히 바뀌었다. 안드로이드가 아니면 할 수 있는 대안이 없어졌다. 특히 국내처럼 안드로이드 편중이 심한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구글의 콧대가 높아졌다고 볼 수도 있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초기에 플랫폼을 안착시킬 때는 다 퍼주는 듯하다가 이제 잘 나가니 달라졌다’며 눈을 흘기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하지만 구글은 애플처럼 마켓 주도권을 다시 가져오려는 노력을 꾸준히 해 왔다. 이미 구글은 2012년 말부터 앱내부결제 수단을 플레이스토어로만 쓰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게 그저 통신사에게 더 많은 수익을 몰아주기 위한 정책은 아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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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앱 개발사들은 앱내부결제에 대해서도 30%의 수수료를 떼는 구글 플레이스토어 대신 10%대의 다른 결제 플랫폼을 썼다. 개발사들은 앱 유통에서야 30% 떼어주는 게 아깝지 않았지만 앱내부결제까지 떼어가는 것은 불공정하다고 반발했지만, 별다른 도리가 없었다. 애플은 이미 진작부터 그렇게 해 왔기 때문에, 구글만 그런 건 아니다. 이때 마이크로소프트가 끼어들어 ‘앱내부결제 방식은 앱 개발사가 알아서’하라는 정책으로 개발사들을 유인한다. 이제 마이크로소프트가 초기 안드로이드 입장이 된 것이다. 반면 플랫폼이 정착된 구글은 애플처럼 모든 가입자와 결제에 대한 영향권을 서서히 되가져가는 분위기다.

구글은 수수료와 관련해서 통신사와 협의 중이라는 입장이고, 통신업계는 가입자가 많은 SK텔레콤이 구글과 협상하는 결과에 따라 판가름날 것으로 보고 있다. 구글의 특성상 국내에서만 수수료를 조정하지는 않을 것 같고 세계적으로 비슷하게 적용될 가능성이 높지만, 아직 해외에선 이 문제와 관련해 잠잠하다. 하지만 이미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나온 상황에서 통신사는 언제가 됐든 수수료를 점차 포기할 것을 염두에 둬야 할 것이다.

‘구글이 뒤통수 쳤다’는 반응도 이해 못할 건 아니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국내 제조사들이 안드로이드폰 시장에서 어깨를 펴고 있다고 해서 안드로이드가 ‘우리나라 것’이고 ‘우리나라 시장에 특별대우할 것’이라는 생각은 명확한 착각이다. 류현진 선수가 LA다저스에서 뛴다고 해서 다저스가 한국팀이 아닌 것과 마찬가지다. 통신사와 제조사, 구글 사이도 그저 복잡한 비즈니스 관계일 뿐이다. 입장에 따라 계약 관계는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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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