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 좋은 기업가가 좋은 대통령이 될 수도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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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국현 후보

문국현은 이상주의자였다. 그는 기업 혁신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IMF 외환위기에서 유한킴벌리를 건져냈던 것처럼 대한민국에 새로운 역동성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다. 10월1일 열린 ‘문국현 후보 초청 블로거 간담회’는 그가 과연 준비된 대통령인가 아니면 대통령을 꿈꾸는 성공한 기업가일 뿐인가를 가늠하는 자리였다. 갑작스럽게 올라간 지지율에 걸맞지 않게 그에 대한 정보는 그리 많지 않다.



문 후보의 지지자들이 상당수 모인 것으로 추정되지만 상당수 블로거들은 대통령 후보로서의 그의 역량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문 후보는 그때마다 능수능란하게 받아치면서 원칙과 비전을 거듭 강조했다. 총평을 내리자면 신념은 확고하지만 여전히 현실 정치에 대해서는 둔감해 보인다는 것, 원칙은 바르지만 그 원칙을 구현하기까지 상당한 어려움에 부딪힐 거라는 것 정도다.


문 후보는 비정규직을 반대하고 자유무역협정(FTA)을 찬성한다. 노동시간을 줄이는 대신 교육을 늘리고 생산성을 높여서 고용을 창출하겠다는 것이 그의 기업혁신과 국가 개조론의 핵심이다. 그는 유한킴벌리의 위기 돌파 메커니즘이 주식회사 대한민국에도 그대로 먹혀들 거라고 믿는 것처럼 보였다. 확신이 지나친 탓인지 핵심을 벗어난 답변도 많았다.


– 만약 당신이 사양산업, 이를테면 섬유공장의 CEO라고 생각해 보자. 업종 변경을 하거나 폐업을 해야 할 상황에서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이탈리아는 우리보다 섬유산업이 더 낙후돼 있었지만 섬유산업을 포기하지 않았다. 대신 섬유산업에 디자인을 도입했다. 우리가 한 마에 1.5달러에 파는 섬유를 이탈리아는 3달러에 판다. 낙후된 산업을 버리자는 건 신자유주의자들의 생각이다. 나는 전통산업을 첨단 기술로 재창조하자고 주장한다.”


기술혁신을 강조하기는 했지만 문 후보는 “하면 된다” 이상의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비정규직에 대한 견해 역시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법으로 비정규직을 막기는 쉽지 않다”며 “1년 이상 있으면 정규직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에는 비정규직이 4%밖에 안 된다”며 “왜 우리나라는 55%나 되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면 되는데 왜 비정규직을 쓰느냐는 논리다. 단순 명쾌하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구심이 남는다.


“불법 과로를 줄이는 게 핵심이다. 저임금과 저가상품으로 가면 답이 없다. 2천원짜리 넥타이를 만들지 말고 3만원짜리 넥타이, 10만원짜리 넥타이를 만들자는 거다. 프리미엄 시프팅이다. 중소기업 소득이 늘어나면 내수 시장도 확대 된다. 정부 주도로 500만개의 일자리를 만들 계획이다. 좋은 일자리가 넘쳐나는데 누가 비정규직으로 일하려고 하겠는가. 비정규직을 쓰려고 해도 일할 사람을 찾을 수 없게 될 것이다.”


8% 성장이 가능하다는 주장 역시 구체성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다. 문 후보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를 겨냥, “한나라당의 7% 성장은 잠재성장률 4%에 건설투자 3%를 감안한 것인데, 건설투자 3%는 플러스가 아니라 마이너스로 봐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내가 말하는 것도 같다. 잠재성장률은 4%다. 부동산 투기는 없고, 중소기업의 생산성을 높여 2%를 얻는다. 부패가 없어지고 외국인 직접투자가 200억달러 들어오고 FTA까지 체결하면 1%를 또 얻는다. 여기에 북한과 미국이 수교되고 환동해 경제협력을 구축하면 또 1%, 그래서 8%가 된다.”


FTA에 대한 중도적인 입장은 그가 기업가라는 사실을 다시 일깨워준다. 개방과 통상정책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되 보완 대책을 충분히 수립한다는 이야기다.


– FTA에 대한 의견을 말해 달라. 당신의 FTA는 노무현의 FTA, 이명박의 FTA와 어떻게 다른가.
“서두르더라도 완벽했으면 문제가 없었을 텐데, 미국 기업이 한국 기업을 소송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거나 개성공단을 제외하고 농업을 포기한 부분이 아쉽다. 국민들에게 충분히 설명하지 않은 것도 잘못이다. 그러나 그걸 통해서 중국과 일본이 한국을 부러워하게 만들고 미국이 무비자 입국을 허용하게 만들었고 북한과 미국의 수교를 끌어낸 것들을 보면 잘못한 것보다 잘한 게 많다고 본다.”


국민연금에 대한 입장도 흥미롭다. 국민연금 기금의 고갈 문제, 과잉적립의 문제, 그리고 국민들을 어떻게 설득할 것이냐는 질문에 그는 발상의 전환을 주문했다. 역시 명쾌하지만 현실성이 떨어지는 대안이었다.


“나는 인구 5천만을 유지할 계획이다. 지금 국민연금 재정추계는 인구가 2600만명까지 줄어든다는 걸 전제로 한다. 결혼하면 1명 낳거나 낳지 말거나 결혼하지 말라는 이야기다. 왜 결혼을 못하고 왜 애 낳기를 두려워하는지를 알아야 처방이 나온다. 보육을 지원하고 공교육을 강화하면 왜 2명, 3명씩 안 낳겠느냐. 출산율이 늘어나면 국민연금 역시 쉽게 해결된다.”


당선되지 않으면 어떻게 하겠느냐는 질문에 “이미 싸움이 끝났다”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경제 대 경제의 구도가 굳어져 있기 때문에 이명박 후보를 제외한 다른 후보는 낄 여지가 없다는 것. 이명박과 문국현의 2강 구도가 굳어지면 국민들이 결국 자신을 선택할 거라는 이야기다.


“나 같으면 운하 만들 돈으로 중소기업 월급을 2배로 올려주겠다. 되지도 않는 운하로 온 땅을 파헤치겠다는 건데 국민들이 현명한 판단을 할 거라고 본다.”


문 후보는 “기득권 계층의 저항에 어떻게 맞서 싸울 것이냐”는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않았다. 언론관 역시 명확히 잡혀있지 않다는 인상을 줬다. “지금은 언론의 주목을 받지 못하고 있지만 10월 중순 이후 10% 이상 지지율을 얻으면 방송에서 다루기 시작할 것”이라고만 대답했다. 문 후보의 이런 순진한 언론관은 이명박 후보 등과 본격적인 경쟁 구도에 나설 경우 보수 언론과의 관계에서 난항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문 후보는 거듭해서 ‘착한 기업’의 원칙을 이야기했다. 노동자 위에 군림하는 기업이 아니라 일자리를 주고 교육과 자기 계발의 기회를 주고 한 나라의 성장을 주도하는 기업혁신을 그는 거듭 강조했다. 그의 장밋빛 공약은 새롭고 참신하면서도 언뜻 1970년대의 이데올로기의 변주처럼 들리기도 했다.


그는 시종일관 정답을 이야기했다. 그는 사회적 책임을 생각하는 정직한 기업인의 이미지를 확보했고 그의 그동안 이력으로 볼 때 그런 이미지는 상당부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다만 문 후보가 유권자들의 광범위한 지지를 얻으려면 실현 가능한 단계별 전략을 제시하고 설득력을 갖춰야 할 것이다. 막연한 이상에 모험을 걸기에 우리 국민들은 여유가 많지 않다. 80일 가까이 남은 선거 국면에서 얼마나 공고히 정치적 세력을 구축하느냐도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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