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OW냐, T냐… 빛좋은 개살구에 도토리 키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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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가 300만명을 넘어섰다. KTF는 지난달 29일 SHOW 가입자가 200만 1113명을 기록, 올해 3월 처음 서비스를 시작한지 7개월만에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SK텔레콤은 정확한 통계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달 21일 3세대 가입자가 100만 명을 넘어섰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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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SK텔레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T라이브 방송 광고. / SK텔레콤. 
 

KTF는 SHOW에 아예 기업의 명운을 걸었고 SK텔레콤 역시 주도권을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KTF가 ‘SHOW’로 브랜드에 ‘올인’한 것과 달리 SK텔레콤은 한때 ‘3G플러스’라는 브랜드를 밀다가 먹혀들지 않자 최근에는 ‘T라이브’라는 브랜드를 밀고 있다. 2세대 시절, 스피드 011이라는 막강한 브랜드 파워를 T 시리즈로 이어간다는 전략이다.

SHOW 냐, T냐, 천문학적인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지만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차이를 실감하기 어렵다. 소비자들은 심지어 2세대 또는 2.5세대와 3세대의 차이를 실감하지 못한다. 영상통화가 된다는 것 정도에 그친다. 게다가 직접 영상통화 기능을 써본 소비자들 반응은 그리 신통치 않다. 소비자들에게 SHOW와 T는 아직까지 마케팅 구호 이상의 의미는 없다.

SHOW와 T의 차별화 포인트와 한계를 5가지 항목으로 나눠 살펴보기로 하자. 각각 KTF와 SK텔레콤에서 제공받은 삼성전자 단말기 SCH-W210으로 2주 가까이 테스트를 거쳤다.

1. 속도, 빨라졌지만 여전히 답답하다

3 세대 이동통신의 핵심은 훨씬 빨라진 데이터 전송속도다. 바야흐로 휴대전화로 초고속 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시대가 된 것이다. 2.5세대인 CDMA(부호분할다중접속) EVDO 방식이 최대 1.2Mbps의 속도를 냈다면 3세대인 HSDPA(고속하향패킷접속) 방식에서는 최대 14.4Mbps까지 속도를 낸다. 굳이 비교하자면 10배 이상 빨라진 셈이다.












  
 ▲ SK텔레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T라이브 방송 광고 / SK텔레콤. 
 
인터넷 접속의 경우 페이지를 넘기는데 걸리는 로딩 타임이 짧아졌고 덕분에 좁은 화면이 그리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간단한 궁금증을 해결하려면 직접 네이버 지식검색에 접속해서 질문을 입력하면 된다. 문제는 화면이 좁은 탓에 풀 브라우징이 안 된다는 것이다. PC에서 보던 네이버가 아니라 모바일용 페이지가 뜨는데 비좁고 답답한 건 어쩔 수 없다.

일 반 웹 페이지는 아예 접속이 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단말기에 따라 다르겠지만 테스트에 사용한 삼성전자 SCH-2100은 메모리가 부족하다는 메시지를 띄우고 접속조차 되지 않았다. SHOW나 T라이브에서 모두 마찬가지였다. 이동통신사들이 제공하는 페이지 이외의 웹 페이지에 접근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체감 속도는 SHOW나 T라이브나 크게 다르지 않았다. 뮤직 비디오 한편을 내려 받는데 걸리는 시간은 둘 다 30초 안팎이었다.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역시 속도 걱정을 할 필요 없을 정도다. KBS와 MBC, SBS 등의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스카이라이프와 M.net, KMTV, 온게임넷 등의 케이블 방송까지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받아볼 수 있다.

2. 영상통화, 누가 얼마나 쓸까

영 상통화가 가능한 것도 데이터 전송속도가 그만큼 받쳐주기 때문이다. 3세대 단말기는 보통 디지털 카메라가 두 개 달려 있다. 뒤쪽에 달린 조금 큰 카메라는 흔히 쓰는 ‘폰카’ 전용이고 앞쪽에 달린 작은 카메라는 영상통화 전용이다. 전화를 걸 때는 일반통화로 걸 것인지 영상통화로 걸 것인지 선택할 수 있다.

KTF와 SK텔레콤이 경쟁적으로 엄청난 규모의 광고비를 쏟아붓고 있지만 영상통화는 아직까지 번거롭고 불편한 점이 더 많다. 무엇보다도 화면이 비좁고 화질이 좋지 않아 영상통화의 매력이 떨어진다. 단말기를 가로로 돌려 상대방의 얼굴이 화면 전체에 가득 차도록 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TV 광고에서 봤던 것과는 딴판이다.












  
 ▲ SK텔레콤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T라이브 방송 광고 / SK텔레콤. 
 
이제 막 시작한 연인 사이가 아니라면 영상통화는 오히려 거추장스러울 수도 있다. 상대방이 영상통화를 걸어왔을 때 이를 일반통화로 받는 방법은 없다. 원치 않더라도 얼굴을 보여줘야 한다는 이야기다. 굳이 얼굴을 보여주고 싶지 않거나 보여주기 곤란한 상황이라면 미리 준비한 대체영상이 뜨도록 할 수도 있지만 이 경우 상대방에게 변명을 늘어놓아야 한다.

또 한 영상통화의 경우 스피커로 통화를 해야 하기 때문에 주변 상황에 따라 음질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더 곤란한 문제는 지하철이나 버스, 공공장소 등에서 영상통화를 할 경우 주변 사람들이 두 사람의 통화 내용을 다 듣게 된다는 것. 미리 헤드셋을 준비하는 게 좋고 웬만하면 사람이 많은 곳에서는 영상통화를 하지 않는 게 좋다.

필요하다면 문자메시지를 주고받으면서 화상채팅을 할 수도 있다. 이 경우 문자메시지의 요금은 따로 추가되지 않는다. 화상채팅을 선택하면 두 사람 얼굴이 화면 위쪽으로 올라가고 아래쪽에 채팅 창이 뜬다. 주변을 의식하게 되거나 시끄럽게 떠들기 어려운 경우 색다른 재미가 될 수 있겠지만 휴대전화로 채팅을 한다는 건 꽤나 답답한 일이다.

심리적 거리가 좁혀졌기 때문에 그만큼 프라이버시 문제가 제기될 수도 있다. 이를테면 모르는 번호로 영상통화가 걸려왔을 때 어떻게 할 것이냐다. 익명의 타인에게 얼굴을 먼저 알려줘야 하는 위험을 감수해야 할까. 그렇지 않다면 전화기를 집어들 때마다 발신자 번호를 확인하고 대체 영상을 먼저 띄우는 수고를 거쳐야 한다.

3. 콘텐츠, 벨 소리·섹시 화보집 말고 볼 게 없다

콘 텐츠 역시 아직은 한심한 수준이다. 여성 연예인들의 섹시 화보집 말고는 볼만한 콘텐츠가 거의 없다. 이밖에 운세나 통화 연결음, 배경화면과 벨소리 다운로드 등 유료 서비스는 2세대와 달라진 게 없다. 위치정보나 교통정보 서비스 등은 정확하지 않거나 답답하고 불편하다. 속도는 빨라졌다지만 빨라진 속도로 뭘 할 수 있단 말인가.












  
 ▲ KTF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SHOW 지면 광고 / KTF. 
 
요금 부담만 아니라면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는 즐길만 하다. 2.5세대 EVDO 서비스에서는 화면 크기가 176×144에 전송속도가 110kbps 정도였지만 3세대에서는 320×240에 200kbps로 빨라졌다. 초당 프레임 수도 8장에서 12장으로 늘어났고 그만큼 더 크고 선명한 화면을 즐길 수 있게 됐다.

최 신 영화를 실시간으로 재생할 수 있다는 것도 3세대에서만 가능한 일이다. 다만 문제는 영화가 몇 편 안 되는데다 최신 영화가 아니라는 것. 게다가 PMP(휴대용 멀티미디어 재생장치)에 익숙한 사람이라면 비좁은 화면이 답답할 수밖에 없다. 외화의 경우는 자막이 깨져서 읽기 힘들 정도였다.

필요할 때마다 뉴스나 연예·오락 프로그램을 필요할 때 불러서 볼 수 있다는 것도 매력적이다. 뉴스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는 게 아니라 제목만 보고 필요한 뉴스만 골라볼 수 있다. 시간에 맞춰 TV 앞에 앉지 않아도 된다는 이야기다. 드라마 미리 보기도 가능하다. 다만 이런 동영상 서비스는 대부분 데이터요금과 별개로 정보이용료를 내야 한다.

4. 요금, 영화 한편에 10만원?

관 건은 역시 요금인데 SHOW보다 T라이브가 조금 더 비싼 편이다. 표준요금의 경우 음성통화는 SHOW가 10초에 18원, T라이브는 10초에 20원이다. 기본요금은 각각 1만2천원과 1만3천원씩이다. T라이브는 10분의 무료통화가 제공된다. 영상통화 요금은 둘 다 10초에 30원으로 같다.












  
 ▲ 테스트에 사용한 HSDPA 3G 휴대전화 단말기, 삼성전자 SCH-W210. 
 
동영상 데이터 요금은 SHOW의 경우 0.5KB에 0.45원, T라이브는 0.5KB에 0.9원으로 T라이브가 2배나 비싸다. 웬만한 영화 한편 보면 10만원을 훌쩍 넘을 정도다. 이밖에 통화 패턴에 따라 요금제나 데이터 정액제를 선택하면 요금을 낮출 수 있지만 같은 조건이라면 전반적으로 T라이브가 비싼 편이다.

T 라이브에서 하고 있는 짐 캐리 주연의 영화 ‘이터널 션샤인’의 경우 1부와 2부를 합쳐 1시간54분44초, 용량은 181MB 정도다. 이를 표준요금으로 볼 경우 데이터요금만 무려 32만원 이상을 내야 한다는 이야기다. 만약 SHOW로 본다면 16만원 정도할 것이다. 여기에다 1천원 가량의 부가서비스를 별도로 내야 한다.

데이터정액제를 이용하면 비용을 상당부분 줄일 수 있다. T라이브의 데이터안심정액제는 기본료 1만원으로 5만원 상당의 데이터를 이용할 수 있고 5만원을 초과하면 60% 할인 가격을 받는다. 이 경우에도 기본료를 포함해 요금이 최대 3만원을 넘지 않는다. 최대 3만원을 내면 무제한으로 데이터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SHOW 범국민데이터요금제는 기본료가 5천원에 무료 제공금액이 2만원, 요금 상한은 2만8천원으로 T라이브보다 조금 싸다. 무제한 정액제에 가입했다면 KBS와 MBC, SBS 등의 공중파 방송은 물론이고 스카이라이프와 M.net, 온게임넷 등의 케이블 방송까지 실시간 스트리밍 방식으로 받아볼 수 있다. 다만 데이터요금과 별개로 정보이용료를 내야 한다.












  
 ▲ KTF 3세대 이동통신 서비스 SHOW 방송 광고 / KTF. 
 


5. SHOW를 할까, T를 할까

동 일한 단말기로 테스트한 결과 SHOW나 T라이브나 서비스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단말기도 같고 통화 품질이나 다운로드 속도도 비슷하고 무선 인터넷 콘텐츠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느 쪽이나 공통된 사실은 이용할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고 또 불편하다는 것. 그리고 데이터 서비스 요금이 아직도 턱없이 비싸다는 것 등이다.

굳이 평가하자면 2세대에서 상대적으로 통화 품질의 열세에 있었던 KTF가 3세대에서 주도권을 잡으려고 배수진을 친 상황이고 SK텔레콤은 2세대를 버리지도 못하고 3세대에 ‘올인’하지도 못하는 애매한 상황이다. 경쟁은 과열 양상으로 치닫고 있고 그 과정에서 이동통신사들이 쏟아붓는 천문학적인 광고비는 결국 가입자들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동통신사들은 광고비 못지 않게 콘텐츠에 투자해야 한다. 3세대 이동통신을 대중화하려면 데이터 서비스 이용 요금 역시 파격적으로 낮춰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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