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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게임 개발자의 한국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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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게임 개발자 ㄱ씨를 인터뷰한 내용을 토대로 재구성한 글입니다. (편집자)

나는 30대 후반에 들어선 게임 개발자다. 다음해 캐나다 출국을 앞두고 있다.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못 했다. 되도록 캐나다에서 오래 살고 싶다. 아내와 딸과 함께하는 긴 여행 밥상 앞에 설렘 한 숟가락, 씁쓸함 한 숟가락이 놓여 있다. 내가 게임 개발자가 되고, 한국을 떠나게 된 이야기. 그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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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5년 전 한국에서 제일 큰 대기업에 다니다 그만뒀다. 미쳤다고? 그래. 나 미쳤다. 게임에 미쳤다. 게임 만들고 싶어 회사 그만뒀다. 거리는 생각보다 많이 춥더라. 넘어지고 쓰러지면서도 거리에서 모바일게임을 만들어 그럭저럭 먹고 살았다. 결혼도 하고, 딸도 잘 키우고 있으니 실패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오히려 역동적인 인생을 살게 한 스스로의 선택이 대견하기까지 하다.

돌아보면, 어렸을 때부터 나는 게임 키드였다. 80년대를 풍미했던 게임은 거의 다 해봤다. 일본 RPG에 빠져 일본어도 독학했으니, 지금으로 치면 ‘게임 덕후’가 아니었을까. 일본어는 지금도 잘 써먹고 있다. 그때마다 고맙게 생각한다. 오덕 체험은 때때로 삶에 도움이 되기도 한다, 후후.

지금까지 여러 게임을 만들었다. 뭐가 가장 기억에 남는 게임이냐고? 내가 개발한 캐주얼게임을 초등학교에 다니는 딸이 즐겁게 하는 것을 봤을 때가 아닐까. 가족이, 또, 친구가 내가 만든 게임을 즐겁게 즐긴다고 생각해보라. 그거 진짜 환상적인 일이다. 마약같은 중독성도 있다. 그래서 게임 개발을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다. 적어도 게임 개발자라면 말이다.

아무리 좋아하는 게임을 만드는 일이라지만, 만드는 과정이 항상 즐겁지는 않다. 그래서 게임 개발자는 내 딸의 행복한 웃음을 옆에서 지켜본 것과 같은 행복한 기억을 동력으로 삼아 앞으로 전진해야 한다. 새로운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 말이다. 새 게임을 접한 게이머가 행복해하면, 게임 개발자의 텅 빈 연료통은 또다시 열정으로 가득 차오른다. 게임을 개발해 얻은 행복한 경험은 게이머와 게임, 그리고 게임 게발자 사이에 감정적 선순환을 불러온다고 믿는다.

하지만 나는 게임 개발자로서 언제까지 한국에서 행복할 수 있을까. 요즘은 그런 생각이 특히 많이 든다.

* 강제적 셧다운제(2011년 11월부터 여성가족부가 도입)

강제적 셧다운제는 온라인 게임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만 16세 미만 청소년은 밤 12시부터 다음 날 오전 6시까지 온라인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하는 법이다.

* 선택적 셧다운제(게임시간 선택제, 2012녀 7월부터 문화체육관광부가 도입)

선택적 셧다운제는 청소년 게임 과 몰입을 막기 위해 보호자가 만 18세 미만 청소년의 게임 시간을 선택하여 제한할 수 있는 제도다.

* 인터넷게임 중독예방법(2013년 1월 손인춘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발의)

인터넷게임 중독예방법은 게임사의 매출 1%를 여성부 장관이 게임중독치유기금으로 명목으로 강제 징수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거기에 셧다운제 등을 지키지 않은 게임사는 매출의 5%를 징수한다.

* 중독∙예방 및 치유에 관한 법률(2013년 4월 신의진 새누리당 의원 국회 발의)

중독∙예방 및 치유에 관한 법률(일명 게임 중독법)은 지난 2013년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킨 법안이다. 마약과 알코올, 도박, 게임을 4대 중독물질 및 행위로 규정하고, 국가가 관리해야 한다는 게 법안의 뼈대다.

뒤를 돌아보자. 우리 게임 개발자 모두는 국내에서 얼마나 많은 규제와 씨름을 해야 했나. 2011년 ‘셧다운제’가 국회를 통과했을 때, 바로 그 다음 해 ‘게임 쿨링오프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을 때, 그리고 2013년 ‘게임 중독법’이 우리를 좌절하게 했을 때, 또 황우여 새누리당 대표가 게임을 ‘4대 악’이라고 불렀을 때,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다.

내가 악마라니! 아니 그게 무슨소리요! 국회의원양반! 게임 개발자는 아무것도 못 해보고 패배감을 맛봐야 했다. 마약 개발자라는 오명을 써야 했다. 손가락질도 감내해야 했다. 명절에 모인 친척들과 어색해해야 했다. 단지 내가 게임 개발자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게임 개발자로 먹고 살기가 점점 더 팍팍해진다. 정부의 게임 규제와 냉대, 심해도 너무 심하다. 개선될 여지가 눈꼽만큼도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도 가슴에 구멍을 뚫는다.

정부의 규제도 규제지만, 게임업계와 게임 개발자를 보는 이들의 비틀린 시각도 문제다. 나는 열심히 살았다고 믿는다. 남에게 피해 안 주려고 노력했다.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정말 열심히 게임을 만들었다. 그 뿐이다. 덕분에 일자리도 많이 만들었다. 처음엔 2명으로 시작한 스타트업이었만, 지금 우리 회사에는 40명이 넘는 직원이 일을 하고 있다. 월급 한 번 안 밀리고 꼬박 꼬박 통장에 꽂아 줬다. 꿈의 직장까진 아니라도, 더 나은 노동 환경을 만들기 위해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그뿐인가. 내가 벌어서 나라에 준 외화는 또 어떻고. 우리 회사 매출 중 90%는 해외에서 나온다. 돈 버는 만큼 세금도 냈고, 돈 버는 만큼 소비도 했다. 애국이 별건가. 성실하게 사는 우리 모두가 애국자다.

그렇다고 정부로부터 어떤 보상을 바라는 것도 아니다. 정부에 돈 한 번 빌려본 적 없다. 사무실 한 칸 달라고 요청한 적 없다. 내가 바라는 거? 그거 쉬운 거다. 게임 개발자로서 어깨 펴고 살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뿐이다.

내가 정말 사회로부터, 친구로부터, 정부로부터 손가락질 받을 만한 일을 한 것일까. 각종 규제도 규제지만 ‘마약제조반’, 아니 ‘4대 악’이라는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억울하고 분통이 터진다. 누가 알아줄까. 게임 개발자의 이 마음을.

얼마 전에 본 영화 ‘남쪽으로 튀어!’에서 주인공 최해갑이 이런 대사를 뱉더군.

“그럼 나 오늘부터 국민 안 해!”

최해갑의 말이 자꾸 맴돈다. 이렇게 구박받느니 차라리 한국을 떠날까 하는 생각도 종종 한다. 전라도 외딴 섬으로 ‘튄’ 최해갑처럼,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일 그런 곳을 찾아서 말이다. 어차피 게임은 소프트웨어잖나. 게임 개발자는 어디에 있어도 사업을 할 수 있다. 개발 능력과 개발에 필요한 컴퓨터만 있으면 된다. 게임 유통 방식도 인터넷으로 하면 된다. 모바일게임이라면, 앱 장터가 곧 시장이다. 한국이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한국 업체와 함께 일할 수도 있다. e메일과 전화는 폼이 아니다. 스카이프나 구글 행아웃 써봤나 몰라. 바로 옆에 앉아 회의를 하는 것만큼 해외는 가깝다. 물론, 이 같은 생각은 그저 꿈이었을 뿐이다. 잠자리에 들기 전에 침대에 누워 상상만 하는 그런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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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나라로 가야 행복한 게이머, 게임 개발자가 될 수 있을까.(사진: http://www.flickr.com/photos/martijnvandalen/5284240626. CC BY-ND 2.0)

헌데, 생각보다 쉽게 그 기회를 찾았다. 실제로 그 상상을 실천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생각이 바뀐 것은 몇 달 전 갔던 독일 게임쇼 ‘게임스컴’ 덕분이었다. 해외 게임쇼에 가면, 나라마다 부스를 차려놓고 게임 기업 유치에 열을 올린다. 개발자나 소규모 게임 개발업체 창업자를 모아놓고 파티도 열어준다. 특히 한국 게임 개발자에게 영업을 많이 한다. ‘어서옵쇼.’ 외국에서 함국 게임 개발자는 최고의 인재다.

독일에서 한국으로 돌아온 직후부터 본격적으로 자료를 찾았다. 게임을 만들어 해외에 파는 것을 ‘해외 진출’이라고 부른다면, 나는 아예 해외로 법인을 옮길 계획을 짰다. 이걸 뭐라고 불러야 좋을까. ‘한국 탈출’이 적절하겠다. 씁쓸하지만, 이게 내가 행복하게 살 길이라 생각했다.

알아보니 좋은 나라가 많았다. 사실, 게임 사업 하려면 우리나라만 아니면 모두 좋다. 그 중 특히 독일과 캐나다, 룩셈브루크, 영국이 눈에 들어왔다. 규제를 하지 않는 것도 좋은 조건인데, 게임 개발업체에는 특별한 지원을 더해준단다.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다. 게임 두들기기 바쁜 국내와 비교하면, 그야말로 눈이 휘둥그레지는 좋은 정책이 많다.

* 독일

독일 노르트라인 베스트팔렌(NRW) 연방주는 각 게임 프로젝트마다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뽑히면 우리돈 약 1억5천만원에 이르는 10만유로를 지원받을 수 있다. 프로젝트 두세개를 같이 진행할 수도 있다. 수익을 내지 못하면 상환하지 않아도 된다. 수익이 발생하면 이자 없이 원금만 갚으면 된다. 단, 상환기간은 없다.

NRW 연방주에 게임팩토리루르라는 게임산업공단이 있다. 여기 사무실에 입주하면 6개월 동안 임대료가 무료다. 6개월 이후에 내야 할 임대료도 독일에서 그냥 사무실을 얻는 것보단 싼 값이다. 더불어 게임 개발과 관련해 공단이 제공하는 모든 인프라를 사용할 수 있다.

* 캐나다

캐나다의 지원책은 독일의 직접적인 자본금 지원책과 조금 다르다. 캐나다는 세금을 깎아주는 혜택이 많다. 캐나다는 주마다 혜택이 다르다. 혜택의 핵심은 세제다. 인력을 고용하면 인건비 절반을 되돌려 주는 등 세제와 관련한 혜택이 다양하다. 각 주가 시행하는 혜택들을 꼼꼼히 따져보고 어디에 정착할 지 결정하면 된다. 디지털 미디어 관련 산업체가 많은 주요 도시로는 벤쿠버와 몬트리올, 토론토 등이 있으니, 이 도시들을 위주로 살펴보면 된다.

캐나다는 게임을 집중 육성해 주는 분위기다. 주정부 차원에서 게임업체에 대한 세금감면과 연방정부 차원에서 진행되는 프로젝트 펀딩을 한다. 이러한 노력으로 캐나다 게임산업을 전세계 3위 규모로 키워내기도 했다. 캐나다 엔터터엔먼트소프트웨어협회(ESA)가 지난해 발표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캐나다 국내총생산(GDP)에서 게임 산업이 총 23억달러(약 2조5천억원)를 차지했다. 게임 산업 규모는 미국, 일본에 이은 전세계 3위이며 1인 기준으로는 최고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 룩셈부르크

룩셈부르크 지원 정책은 특정 분야의 산업을 위한 것은 아니지만, 분야 구분이 없어 게임 업체들이 자유롭게 지원할 수 있다.

우선 ‘혁신적 젊은 기업 지원 기금’이 있다. 회사가 생긴 지 6년이 안 되고 직원이 50명이 안되는 혁신적인 기업이 그 대상으로 사업계획서를 제출해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통과하면 최고 100만 유로까지 지원해준다. 우리돈 약 14~15억원이다. 또한 룩셈부르크에 서버를 설치하면 서버 비용의 최대 20%까지 현금으로 지원해 준다. 세금 감면도 14%까지 해준다.

또한 룩셈부르크에서 특허를 받으면, 특허로 인해 얻는 소득의 80%를 감면해준다. 도메인 이름도 특허의 분야로 인정할 만큼 룩셈부르크가 인정하는 지적재산권 범주가 넓다. 예를 들어 모바일게임 개발하는 기술 등을 특허 신청할 수 있겠다.

* 영국

영국 정부도 게임 산업에 세제 혜택을 준다. ‘엔터테인먼트산업 감세 원칙’을 적용해 판매수익 규모에 따른 차등감세를 해준다. 동시에 게임개발에 사용되는 기술적 연구개발에 대한 특허박스를 적용해 법인세를 감면해 준다.

나는 캐나다로 정했다. 우리 회사는 대규모 게임 개발업체는 아니어도 나름 국내에서 중소 규모 게임 개발업체에 꼽히는 업체다. 지원금보다 세금 혜택을 받는 편이 좋아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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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어느 연방 주가 더 우리 회사와 잘 맞을지 따져보고 있다. 실질적으로 필요한 절차도 밟고 있다. 우선 비자가 있어야 한단다. 서울에서 처리는 못하고 마닐라에 있는 센터를 통해야 하지만, 온라인 서류로도 처리할 수 있다. 영어가 부담돼, 서류를 받아 처리해주는 일은 업체를 이용하기로 했다. 법인을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쉬웠다. 제출해야 할 서류가 3개 정도라 따로 변호사를 대행하지 않고 혼자 처리하기로 했다.

한국에 있는 직원들이 다 같이 갈수도 없는 노릇이다. 한국에 직원을 남겨 놓기로 했다. 남는 일부 팀 급여가 발생할 수 있게 해놓고 본사를 이전하려고 마음먹었다. 떠나는 것도 쉽지 않다. 새로운 환경에 가서 적응하고 새로운 사람들을 고용하는 것, 떨리고 고통스럽다. 당연히 한국이 익숙하고 편하지만, 그에 비해 한국 사회에서 게임 개발자로 살면서 받는 부당한 사회적 시선이나 규제가 충분히 더 크다고 생각한다. 가서 잘 살겠다. 안녕히 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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