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즐기는 그대, 관계도 풍성해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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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에서 겪은 일이다. 아이가 큰 소리로 말하기에 나도 모르게 그쪽으로 시선이 갔다. 아이는 네댓살 쯤 돼 보였다. 별 뜻 없이 그 아이를 돌아봤지만, 아이 엄마는 내 시선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아이에게 큼직한 스마트폰을 쥐여 줬다. 아이는 곧 잠잠해졌다.

아이를 진정시키려고 건네기 시작한 스마트폰. 이 일은 아이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될까. 바로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던지는 질문이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한겨레신문사가 2014년 1분기에 정식 선보일 사내 연구소다. 디지털 기술로 인해 생기는 사회·문화적 문제에 관한 대안을 찾는 걸 목표로 한다.

구본권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준비팀장은 “디지털 기술을 잘 쓰는 건 나중 문제”라며 연구소에 관한 설명을 시작했다.

“디지털을 문화적이고 사회적인 관점에서 바라보는 걸 하려고 합니다. 신문사의 연구소로서 사회에 의제를 던지는 일을 할 것입니다. 신문 지면도 활용할 생각이에요. 블로터닷넷은 주로 기술을 소개하는 IT 전문매체이지만, 우리는 그 기술을 통해서 일어나는 다양한 변화를 다루죠.”

구본권 한겨레 선임기자

▲구본권 한겨레 선임기자. 사람과디지털연구소 준비팀장이다.

구본권 준비팀장은 2008년부터 한겨레에서 IT 기자로 4년을 뛰었다. 아이폰이 한국에 들어오기 직전부터 도입 과정에서 벌어진 변화 등 기삿감이 넘치는 시기였다. 아이폰3G, 아이폰4, 안드로이드폰 등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시선을 끌던 때다. 그렇지만 그는 “기술 발달은 어느새 큰 차이가 없어졌다”라며 “기술의 차이보다 기술로 인해서 우리 생활과 관계, 문명이 바뀌는 것이 (기자로서 탐구할) 끝이 없는 영역 같다”라고 말했다. 이 호기심이 그가 한겨레에 사람과디지털연구소를 설립할 것을 제안하게 한 원동력이다.

그는 새 기술을 소개하는 데 급급할 게 아니라, 새 기술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가 무엇인지를 돌아보자고 말했다. 카카오톡, 카카오스토리, 밴드의 새 기능을 소개하는 것보다 숨 한 번 들이켜고, 이 서비스가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꾸는지, 앞으로 어떻게 바꿀지 보자는 얘기다. 그러면서 그는 미국의 ‘스냅챗’이란 서비스를 예로 들었다.

“이제 새로운 스마트폰 모델이 나와도 신기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스냅챗과 같은 서비스가 뜨는 게 흥미로워요. 더 소통하고 정보를 더 찾을 수 있는 것 위주의 서비스가 나왔는데, 써보니까 사람들은 신기술의 그늘을 보게 되는 것입니다. 그것을 겨냥해 나온 서비스가 스냅챗이죠.”

스냅챗은 사진만 주고받는 모바일 메신저로, 미국판 카카오톡이다. 메시지를 확인하고 10초가 지나면 보낸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에게서 메시지가 지워진다. 지금 미국에서는 페이스북 열풍의 뒤를 이을 서비스로 주목받고 있다. 수익 모델 하나 없지만, 이 서비스는 몸값을 3조원 가까이 평가받았다. 그렇지만 스냅챗의 화려한 이력이 아니라, 등장 배경을 들여보는 게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관심분야라는 게 구본권 준비팀장의 설명이다. 이를테면, 이 서비스에서 우리네 대화법과 비슷한 구석을 찾아보는 것이다.

“모든 것을 더 많이 저장하고, 저장한 정보에 빠르게 접근하는 것이 더 뛰어난 기술일까요? 스냅챗은 우리의 말과 닮았습니다. 어쩌면 인간의 언어습관처럼 얘기하고 나면 사라지는 기술이 진화한 모습일 수 있어요. 스냅챗을 만든 사람은 사람들이 페이스북을 쓰면서 찜찜해하는 걸 아마 느꼈을 겁니다.”

스냅챗처럼 한국에서 낯선 서비스도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연구하려는 디지털 기술에 해당한다. 구본권 준비팀장은 디지털 기술의 범위를 한정 짓지 않을 생각이다. 스마트폰 기기 자체나 스냅챗처럼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가지고 쓰는 서비스도 연구 대상이 된다. 그렇다고 블루투스4.0이니, NFC이니 하는 기술을 말하려는 건 아니다. 방향을 좁히자면, 우리 삶에 파고든 기술이 우리를 어떻게 바꾸는지가 연구대상이다. 예를 들어 자녀교육이 있겠다.

“예전에는 부모가 모범적이고 성실하게 살면, 자녀가 잘 따라갈 것으로 생각했어요. ‘넌 네가 하고 싶은 분야에서 전문가가 돼라’라는 관계가 가능했죠. 지금은 달라요. 아이들은 부모가 아닌 스마트폰으로 세상을 봅니다. 부모와 5~10분 대화하고, 스마트폰으로 친구들과 서너 시간 이상은 보낼 겁니다. 그런데 초・중・고등학생만큼 스마트폰(과 기술)을 아는 부모가 몇이나 있을까요?”

이렇게 서비스 회사나 제조사는 알려주지 않는 디지털 기술의 이면을 되돌아보자는 게 그의 생각이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살피려는 연구 대상이기도 하다. 그러면서 그는 기술 회사가 주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기만 할 것인지 되물었다.

“기술업체가 생각하는 방식으로 서비스에 노출될 필요가 있을까요? 사람이 중심이 돼서 우리가 성찰할 필요가 있다는 게 연구소가 연구하려는 영역이에요. 사용자는 기술이 어떤 영향을 끼칠지 잘 모릅니다. IT 기자들도 기술의 잠재력을 모르지 않나요. 스냅챗이 뜰지, 밴드가 뜰지 누가 알았을까요?”

디지털 기술의 다른 얼굴을 알려면 먼저 기술을 아는 것부터 시작해야 할 터이다. 그는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기술에 대한 사람들의 이해도를 높이는 일부터 시작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쩌면 디지털 기술은 지식 공유 체계에서 구텐베르크의 활자 혁명보다 더 큰 변화일지 모릅니다. 우리는 엄청나게 파워풀한 수단을 갖게 됐지만, 이것에 대한 이해도는 굉장히 떨어져요. 잘 아는 사람만 유용하고 현명하게 씁니다. 잘 모르는 사람은 사용 시간만 길 뿐 현명하게 쓰는 것과는 거리가 있는데, 이것이 극단으로 가면 중독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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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람과디지털연구소의 또 다른 목표가 디지털 기술 알리기다. ‘카카오톡 사용법’이나 ‘스마트폰 사용법’을 소개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내가 지하철에서 본 모습처럼 아이가 스마트폰을 쓰면서 변화할 모습이나,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줄 때 주의할 점을 알리는 것이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하려는 일이다. 아무런 지침 없이 아이에게 스마트폰을 주고선 중독에 빠졌다고 다그치며 빚어진 세대 갈등도 풀겠다는 생각이다.

한겨레는 사람과디지털연구소를 설립하기도 전, ‘당신의 디지털, 안녕하십니까’라는 주제로 1월2일 기획기사를 내보냈다. 이 꼭지는 수요일과 목요일마다 연재하는데 총 10회 중 벌써 절반을 공개했다. 스마트폰을 쓰는 영·유아부터 학생, 연인, 가족의 모습을 다뤘다. (☞기사 읽기) 구본권 준비팀장은 디지털 세대 격차를 줄이기 위한 강연 프로그램도 준비 중이다.

사람과디지털연구소는 이제 막 걸음을 뗐다. 구본권 준비팀장이 세운 계획보다 앞으로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다. 그는 얘기를 마무리하며 질문 몇 가지를 남겼다.

“인터넷을 쓰면서 사람들이 똑똑하고 현명해졌을까요? SNS를 쓰면서 사람을 많이 사귀게 됐는데, 그럼 인간관계도 풍부해졌나요? 지금 아이들은 약속장소에서 누군가를 기약 없이 기다리는 기분을 알까요? 궁금해졌어요. 모든 게 자동화되면서 인간의 어떤 능력이 감추어지고 있을지.”

사람과디지털연구소가 내놓을 답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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