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처폰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한때 효도폰 정도로만 남아 명맥을 유지하던 피처폰은 다시금 특수를 타고 있다. 이른바 ‘고3폰’ 얘기다. 휴대폰 없이 살 수는 없지만 기능 많은 스마트폰은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느끼는 사회 분위기를 타고 세상에 나왔다.

하지만 요즘 피처폰을 쓰는 일은 쉽지 않다. 이미 휴대폰 매장에 가도 피처폰은 선택조차 쉽지 않다. 또한 멀쩡히 쓰던 스마트폰을 두고 피처폰을 또 구매하는 것도 부담이다.

제조사나 통신사도 이 점을 노리고 있다. 마케팅이라고 하긴 멋쩍지만, 적어도 원하는 고3 가입자들에게는 스마트폰을 대체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주겠다고 나섰다. 통신사로서는 가입 기간을 유지시키는 수단이기도 하지만 수험생들은 장기적으로는 수학능력시험이 끝난 이후 곧장 월 요금이 높은 스마트폰으로 돌아설 중요한 고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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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아예 스마트폰을 접고 공부에 전념하라는 의미의 프로젝트도 진행한다.

KT는 아예 고3폰이라는 이름으로 패키지를 만들었다. 고3폰은 선불폰 형태로 운영되는데, ‘미러폰’과 ‘허니버블폰’ 두 제품으로 나뉜다. 완전히 새 제품은 아니고 KT가 매입해 성능과 외관에 문제 없도록 재생한 그린폰이다. 후불제가 아니라 정해진 만큼의 통화량을 미리 약정하는 선불 유심(USIM) 형태로 판매된다.

특히 예비 고3 수험생들에게는 선불로 5만원을 충전하면 피처폰과 유심을 무료로 제공한다. 충전된 요금은 1년 동안 쓸 수 있다. 수신도 1년 동안 가능하고 필요한 만큼 추가로 충전해서 쓰면 된다. KT는 1만원 충전하면 3만원을 채워주고, 2만원이면 5만원을, 5만원에는 총 10만원을 채워준다. 데이터 기능은 거의 쓸 일이 없는 피처폰인 만큼 통화료로 10만원을 쓰는 데는 적잖은 시간이 걸린다. 혜택은 나름 파격이라고 할 만하다.

CJ헬로비전은 헬로모바일의 공급 기기로 팬택의 ‘브리즈’를 들여왔다. 브리즈는 팬택의 해외 수출용 상품으로, 북미 지역에서 시리즈별로 100~200만대씩 팔리는 휴대폰이다. 현재 4세대 제품이 나왔고 국내에는 헬로모바일이 처음으로 팔기 시작했다. 역시 효도폰 혹은 고3폰으로 분류된다. CJ헬로비전은 브리즈를 이른바 ‘900원폰’으로 이름붙였다. 사실상 공짜폰인 셈이다. 요금제는 기본료 9천원짜리가 기본이고, 여러 요금제를 쓸 수 있다.

문제는 피처폰이 쓸만하냐는 것이다. 지난해에도 이른바 편의점폰이나 고3폰이라는 이름으로 아주 기본적인 기능만 넣은 제품들이 나왔다. 대표적인 것이 한줄 디스플레이로 전화와 문자만 할 수 있게 나온 ‘베타폰’이다. 삐삐같은 모양으로 아주 간단한 디자인으로 꽤 관심을 끌긴 했다. 지금은 다소 시들해진 것 같은데 올해 나오는 피처폰들은 그래도 우리가 스마트폰 직전까지 쓰던 휴대폰과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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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로모바일의 900원폰 ‘팬택 브리즈’.

팬택의 브리즈를 써보기로 했다. 몇 년만에 만져보는 피처폰이다. 직접 써본 브리즈는 사실상 새로울 것 별로 없는 폴더형 피처폰 그대로다. 그래픽 디스플레이로 외부창을 넣어 전화 수신 내역이나 문자메시지를 볼 수 있다. 한글은 팬택 제품임에도 천지인을 쓴다. 오랫만에 톡톡 버튼을 누르는 느낌도 나쁘지 않다. 단축키엔 자주 쓰는 기능들을 넣어 둘 수 있는데, 제법 자잘한 기능들이 많다. 하지만 사전이 없고 돋보기가 있는 것으로 보아 팬택은 효도폰 쪽에 조금 더 초점을 맞춘 듯하다. 카카오톡을 비롯한 메시징 앱이 없는 건 아쉽지만, 따지고 보면 그런 방해 요소들에서 벗어나고픈 생각이 피처폰의 재조명 이유이기도 하다.

인터넷과 관련된 기능은 거의 빠져 있다. 하지만 음악 재생은 할 수 있다. 기본 저장 공간에는 따로 뭘 넣을 순 없고, 마이크로SD카드로 확장해서 멀티미디어 파일을 담으면 된다. 안타깝게도 마이크로 USB 단자에 직접 꽂는 전용 이어폰을 쓰거나 블루투스로 연결해야 한다. 피처폰이라 해도 마이크로SD카드 슬롯과 음악 재생을 기능이라고 넣어놓고선 3.5mm 이어폰을 연결할 수 없게 한 건 다소 이해가 안 된다. 음악 기능을 강화하는 것 정도는 괜찮치 않나 싶다.

무엇보다 배터리가 엄청나게 오래간다. 종일 전화통을 붙들고 있지는 않았지만, 한 번 충전해서 5일 정도 지났는데도 배터리가 남아 있었다. 충전은 다행히 마이크로USB로 한다. 아무 데서나 충전할 수 있다. 이 휴대폰, 어딘가 스마트폰과 피처폰의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 있다.

Beta_phone▲베타폰은 전화와 메시지만 딱 넣었다. 고3폰으로 꽤 쏠쏠한 재미를 봤던 제품이다.

고3들을 위한 피처폰 서비스를 보면 ‘이렇게 굳이 수험생을 스마트폰과 갈라놓아야 할까’라는 생각도 든다. 오히려 수험생들을 스마트폰에 적극적으로 붙이는 사례도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그랜드’를 학생들의 동영상 강의용 스마트폰으로 마케팅을 시작했다. 꽤 반응이 좋단다. 화면이 크고 가격이 저렴한 갤럭시 브랜드이기 때문이다. 어느 정도 교육용 콘텐츠를 집어넣은 것이 직접적으로 부모들에게 ‘아이들에게 스마트폰을 사줄거면 그래도…’라는 위안을 주는 면도 있다.

스마트폰을 손에 쥔 아이들을 걱정하는 부모들의 마음도 이해가 된다. 아이들 뿐 아니라 어른들도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하루종일 재미있게 보낼 수 있다. 할 게 너무 많다. 그 중에는 공부에 도움이 될 만한 앱도 많지만, 집중을 흩뜨리는 메시징앱, 소셜네트워크 서비스, 게임 등은 거슬리게 마련이다. 이 기기들을 못 쓰게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지만 어떻게 하면 잘 활용할 수 있을지에 대한 사회적인 고민도 필요한 시기다.

스마트폰을 자율적으로 관리하고 스마트폰을 게임기가 아니라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 스마트폰을 손에서 놓지 않는 것은 아이들뿐만이 아니지 않은가. 무조건 막을 게 아니라 스스로 조절할 수 있도록 학교에서, 가정에서 통신 기기들의 역할을 다시 생각하고 관련 기업들이 책임감을 갖고 움직여야 하는 시기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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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