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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 내 PC에 깔리는 그분들의 정체는?

2014.01.23

연말정산의 계절이 돌아왔다. 직장인 대부분은 이 기간이 되면, 업무 시간 틈틈이 연말정산 서류를 정리하는 데 여념이 없다. 행여 불이익을 받지는 않을까. 올해 새로 가입한 보험이 있는데, 연말정산에 어떻게 반영이 될까. 빠진 목록이 없는지 살피는 것은 기본이고, 인쇄한 서류도 다시 봐야 한다.

복잡한 서류를 정리하는 일이 아니어도, 연말정산은 귀찮은 작업이다. 국세청이 운영하는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려면 윈도우 운영체제(OS)가 설치된 PC를 쓰는 것이 보통인데,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것도 보통 일이 아닌 탓이다. 웹사이트에 접속하려고만 해도 PC에 설치되는 각종 보안 소프트웨어가 한보따리다. PC 사용자는 ‘예스맨’으로 변해 무표정한 얼굴로 연신 ‘확인’과 ‘예’만 눌러야 한다. 연말정산 한 번 하고 나면 머리가 한 웅큼씩 빠질지도 모를 일이다.

PC에 공인인증서를 미리 갖고 있는 이라면,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는데 조금 수월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PC에 공인인증서를 새로 받아야 하는 이들은 은행 홈페이지에 들어가 공인인증서를 받아와야 하니, 설치해야 할 소프트웨어는 배가 된다. 이쯤 되면 사용자는 내가 보안업체를 차리겠다는 것인지 연말정산을 하려는 것인지 헷갈릴 정도다. 깔 때 까더라도, 뭐가 깔리는지 까보자. 그러면 조금은 덜 억울하지 않을까. “나 사용잔데, PC에 깔리는 당신들, 거 이름이 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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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에서 공인인증서 받기까지

실험은 흰색 도화지처럼 깨끗한 윈도우8.1 PC에서 진행했다.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웹사이트에 로그인하려면 은행 공인인증서가 필요한데, ㄱ은행의 공인인증서를 PC에 내려받는 과정까지 실험에 더했다. 은행마다 설치를 강요하는 소프트웨어가 각기 다를 수 있다는 점은 염두에 두자.

먼저 ㄱ은행에 접속하려면, 액티브X와 플러그인을 포함한 보안 소프트웨어 6가지를 설치해야 한다. 목록과 쓰임새, 설치 순서는 다음과 같다.

● ㄱ은행

1. AxSignGATE v3.0 – 한국정보인증

– 사용자가 범용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야 하는 경우 은행의 시스템이 한국정보인증 프로그램과 호환돼야 하는데, 이때 한국정보인증이 요청하는 인증서 파일을 생성해주는 소프트웨어다. 범용공인인증서는 유료다. 즉, 무료 공인인증서를 쓰는 사용자도 AxSignGATE를 설치하도록 유도하는 셈이다.

2. Xecure Web Control v.7.2 – 소프트포럼

– PKI기반 암호화 전자서명 기능을 제공하는 웹 구간 암호화 솔루션으로 사용자의 PC와 서버 사이의 통신 암호화 기술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다.

3. TouchEn Key Keyboard Protector – 라온시큐어

– 사용자의 PC에서 입력한 키보드 값을 가로채려는 해커의 공격을 막는 소프트웨어다. 자체 개발한 PKI기반 터널링 기법으로 키보드 입력 시점부터 응용프로그램 영역까지 모든 구간에서 입력값이 유출되는 것을 차단해 준다고 라온시큐어는 설명했다.

4. AAPlus4Web 플러그인 – IT홀릭

– 웹브라우저에서 출력한 웹사이트의 무결성을 인증하는 소프트웨어로, 데이터가 변조되는 것을 막아 준다고 한다.

5. nProtect Netizen v5.5 – 잉카인터넷

– PC의 메모리상에 실행되는 악성코드를 잡아내 종료시키고, 통신 포트를 통한 알려지지 않은 접속 시도를 경고하는 기능을 겸비했다. PC 속에 잠을 자고 있는 악성코드를 잡는 스캔 기능도 갖추고 있다.

6. IPinside Security Service – 인터리젠

– 인터넷의 프록시 서버로 우회접근해 해킹을 시도하거나 불법적인 행위를 하는 해커의 프록시 IP와 웹서버 IP, 사설 IP, 하드웨어 정보를 실시간으로 수집해 외부 해커의 공격으로부터 막아주는 기술을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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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가지 소프트웨어를 PC에 설치하고, ㄱ 은행 로그인 웹페이지를 보기까지 약 10여분이 걸렸다. 마지막 IP인사이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이후에는 웹브라우저를 종료했다가 다시 켜야 한다. 은행의 로그인 화면에 도달하기까지 사용자는 총 40여번이나 마우스 왼쪽 단추를 눌러야 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사이 마우스가 이동한 거리는 13m 정도다.

공인인증서로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이용하기까지

오히려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 들어가는 것이 더 수월했다. 뜻밖에 연말정산간소화 서비스가 강제한 소프트웨어가 3종에 불과한 덕분이다. 게다가 이 중 두 가지는 은행에 접속하느라 이미 설치한 소프트웨어다. 은행에 들른 이후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면 그만큼 소프트웨어 설치 횟수가 줄어든다는 뜻이다. 하지만 중복 설치를 강요하는 등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기위해 설치해야 하는 소프트웨어는 다음과 같다. 번호는 설치 순서다.

●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1. NTSMagicLineMBX – 드림시큐리티

– 매직라인은 드림시큐리티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로 메시지 기반 방식의 암호 솔루션이다. 거래 당사자의 신원확인과 거래 정보를 암호화해 안전한 인터넷 거래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2. TouchEn Key Keyboard Protector – 라온시큐어

3. nProtect Netizen v5.5 액티브X – 잉카인터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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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에서 요구하는 ‘TouchEn Key Keyboard Protector’ 소프트웨어는 앞서 접속한 ㄱ은행에서 이미 설치한 소프트웨어다. 헌데,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 웹페이지에서 또 설치를 해야 했다. 역시나 충돌이 일어났다. 소프트웨어가 이미 실행 중이니 웹브라우저를 모두 닫고 다시 설치를 진행하라는 메시지가 떴다. 답답한 노릇이다. 이 같은 중복 설치 문제가 해결되면,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더 쉽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는 총 6분여가 더 소요됐다. 마우스 단추도 50여번 더 눌러야 했다. 은행에서 공인인증서를 받고, 연말정산간소화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 사용자는 총 16분의 시간 동안 90여번 마우스 단추를 눌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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