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네스트야, 스마트홈 구글에 다오

2014.01.23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했다. 32억달러라는 돈도 돈이지만, 이 회사를 구글이 왜 인수했느냐에 대해 큰 관심이 쏠렸다. 나름 큰 의미를 지녔다는 분석이 쏟아진다.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하면서 애플 출신의 직원들을 대거 영입할 수 있다는 점을 주된 의미로 꼽는 이도 있다. 네스트는 ‘작은 애플’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토니 파델 CEO는 아이팟을 만드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던 인물이다. 직원 대부분도 애플 출신이다. 네스트는 아이폰과 직접 연결되는 대표 액세서리였고 애플스토어에서도 비중있게 전시했다. 하지만 구글에 인수되기로 결정된 직후 애플의 필립 실러 부사장은 트위터에서 토니 파델의 팔로우를 끊었다. 이게 애플이 구글의 네스트 인수를 불편하게 생각한다는 뜻으로 해석되기도 한다. 아이디어와 디자인, 개발력 등에 대한 노하우를 가져가는 면도 있지만 그런 경험이 구글에 없는 건 아니다.

nest_01

▲네스트가 32억달러에, 그것도 구글에 팔릴 것이라고는 아무도 예상 못 했을 것이다. 모토로라 인수 금액은 125억달러였다.

홈오토메이션 장벽은 ‘서버강박증’

이번 인수는 구글이 네스트를 통해 사물인터넷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상징성이 가장 크다. 돌아보니, 구글은 그 동안 거의 모든 IT 기업이 뛰어들었던 홈네트워크 시스템을 가장 현실적으로 완성해 낼 수 있는 환경을 이미 갖추고 있다. 인터넷, 클라우드, 운영체제, 여기에 기기를 연결하면 그게 홈오토메이션이다. 그 마지막, ‘기기’에 대한 고리가 네스트로 이어진다.

사실 홈네트워크는 모든 IT 기업의 꿈이었다. 너무나 이루고 싶은 목표였다. 집안 TV부터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조명시설이 모두 네트워크로 연결되고 스마트폰을 통해 원격제어하는 것을 꿈꿨다. 홈오토메이션을 비롯해 홈서버, 홈네트워크까지 말도 많고 제품도 많았다.

좋은 줄도 알겠다. 하지만 홈네트워크가 십수년간에 걸친 노력에 비해 제대로 실현되지 못한 건 사실이다. 그 이유는 중심이 되는 기기를 찾는 데 너무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이다. 지금껏 기기 간 연결을 위해서는 중심 역할을 하는 서버가 필요하다는 것이 모든 기업들의 전제조건이었다. 대표 사례가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일찌감치 홈서버 상품들을 꿈꿔 왔다. 기기 간 연결의 허브가 되고, 모든 콘텐츠를 하나로 모으는 진짜 서버 역할이다. 하드웨어도 내놨고 운영체제도 선보였다. 대개는 가족끼리 사진을 서버에 공유하고, 멀티미디어 파일을 보관하는 역할을 맡았다. 클라이언트는 ‘윈도우’다. 하지만 거실에 비싼 PC를 한 대 더 놓는 걸 소비자들은 마뜩잖아했다. 인텔도 마찬가지다. TV 옆에 ‘바이브'(ViiV)라는 이름의 홈PC를 놓고 미디어 서버 역할을 하길 원했다.

비슷한 시도는 대부분 실패로 이어졌다. 휴대폰으로 메인 기기에 명령을 내리면 그 기기가 다시 대상 기기에 명령을 전달하는 식이었다. 이들은 꿈이 진척되지 않는 이유가 홈서버 역할을 하는 기기를 놓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믿었다. TV 옆자리 다툼은 꽤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그 자리는 결국 케이블TV 셋톱박스나 게임기가 그나마 많이 차지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X박스360’을 통해 애초에 하려던 홈네트워크 자리를 노렸다. 소니도 마찬가지다. ‘플레이스테이션’을 깔고 PC,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기기를 연결하길 꿈꿨다. 하지만 이 기기들은 각자 정해진 역할 이상으로 쓰기 쉽지 않다. 가격과 전력소비량, 그리고 게임기라는 본래 역할에 대한 진입 장벽도 있다.

windows_home_server
▲마이크로소프트의 홈 서버 하드웨어의 프로토타입, 세상에 나오진 않았지만 이런 기기가 있어야 가정에 있는 기기를 연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기기간통신, 무선랜, 클라우드

그런데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한다는 이야기가 나오자 이들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생각해보자. 구글이 네스트를 갖게 되면 그 동안 다른 IT 기업들이 하려는 것들을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지 않나. 사물인터넷 같은 거창한 개념까지 꺼낼 것도 없다. 기기끼리 직접 통신하면 된다. 무선랜, 디스플레이, 안드로이드에 구글의 클라우드가 덧붙으면 된다.

네스트를 뜯어보면 새로운 기술이 들어간 건 하나도 없다. 이미 쓰던 디스플레이에, 집집마다 깔려 있는 무선랜을 통신 수단으로 활용한다. 이를 아이디어로 만들고 쓰기 쉬운 인터페이스와 결합하는 것이 네스트의 경쟁력이다. 그러니까 네스트는 스마트폰과 직접 통신할 수 있는 준비가 돼 있다는 얘기다. 더 이상 허브, 서버, 메인스테이션 같은 기기가 필요 없다.

모든 기기는 집 안 공유기를 통해 하나로 해결된다. 안드로이드폰으로 TV를 제어하려면 두 기기끼리만 통신하면 된다. 네스트 온도조절계도 스마트폰과 직접 연결된다. TV로 세탁기를 켜고, 세탁기 상황을 보려면 이 둘이 연결되면 된다. 냉장고에 달린 터치스크린으로 에어컨을 켜는 게 아무렇지도 않게 일어난다. 같은 네트워크 안에 있으니 태블릿으로 에어컨, TV, 냉장고의 상황을 한눈에 불러와서 볼 수도 있다. 각 기기는 리눅스나 안드로이드가 깔리면서 스스로 판단하고 다른 기기에 메시지를 보낼 수 있다.

데이터는 가정용 스토리지에 담기는 게 아니라 각 기기의 자그마한 공간에 저장되고, 더 큰 파일은 클라우드에 보관된다. 이미 구글은 구글드라이브로 모두에게 15GB를 무료로 제공하고 있고, 사진은 구글플러스에, 음악은 구글뮤직에 보관하도록 했다. 콘텐츠를 사야 하면 플레이스토어에서 구입하면 된다.

굳이 중심을 잡는 기기나 솔루션이 들어가지 않아도 기기끼리 통신하는 게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전제품을 하나씩 집에 들여놓는 것이 곧 기능을 확대하는 일이다. 그러라고 인터넷이 성장해 온 것 아니었나.

nest_02

지금도 물론 이렇게 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원가’와 ‘효율’같은 단어에 집착했다. 대표적인 것이 ‘지그비’다. 이 프로토콜은 아주 작은 전력과 데이터로 통신했다. 무엇보다 무선랜 모듈에 비해 가격이 싸다. 지그비만의 장점은 충분했지만, 통신 속도가 느리고 지그비 장비끼리만 통신이 가능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기존 기기와 연결하려면 지그비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 새로 표준이 하나 더해져야 하는 것이다. 네스트는 이를 무선랜으로 만들어 직접 기기끼리 통신하도록 만들었다는 게 차이점이다. 조금 더 비싸지겠지만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는 훨씬 크다.

구글이 네스트같은 기술을 만들지 못해서 32억달러나, 그것도 ‘현찰을 땡겨’ 네스트를 샀을 리는 없을 것이다. 구글은 네스트를 통해 대대적으로 기기간 통신, 사물인터넷 시장에 진입한다는 상징성을 갖게 됐다. 관련 사업에 더 적극적으로 나설 수 있고, 홍보 효과도 톡톡히 봤다. 유튜브와 안드로이드로 이미지를 바꾼 구글이 또 한 번 큰 변화를 맞이할 것이라고 내다보는 건 어렵지 않다. 알면서도 못한, 혹은 전통적인 시스템에 갇혀 비슷한 시도조차 하지 못한 ‘선구자’들은 가슴을 치고 있을 테고.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