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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긋지긋한 통신·제조사 앱 ‘안녕~’

2014.01.23

4월부터 스마트폰에 미리 깔려 나오는 앱들을 대부분 삭제할 수 있게 된다. 70~80개씩 깔려 나오던 앱을 30~40개 내외로 줄일 수 있다.

국내에 출시되는 안드로이드에는 대부분 엄청난 양의 사전탑재(프리로드) 앱이 깔려 나온다. 방금 뜯은 새 제품이라 해도 적게는 60개, 많게는 70개 이상의 앱이 기본으로 들어 있다. 앱 서랍에 서너 페이지 채우는 것은 일도 아니다. 보통 구글 안드로이드의 기본앱이 20~30개, 제조사 앱이 30개 정도 된다. 여기에 통신사가 약 20개 가량의 앱을 얹는다.

각자의 앱과 서비스를 알리는 데 앱을 미리 깔아 놓는 게 효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쓰지도 않는 앱을 일방적으로 설치하고 이용을 강요하는 것은 앱 생태계에서 불공정한 일일 뿐더러 이용자에게는 거추장스러운 일이 된다. 더구나 이 앱들은 지우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시스템 자원 낭비도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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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부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갤럭시S4’ SK텔레콤판은 제조사 39개, 구글 16개, 통신사 25개로 앱이 총 80개나 깔려 출고된다. 가장 적은 KT판도 71개다. LG전자 G2는 68~77개, 팬택 베가 시크릿업은 57~67개다. 다 써볼 수나 있을 지 모를 정도로 많은 앱이 지워지지도 않으면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미래부는 ‘스마트폰 앱 선탑재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주 내용은 필수 앱과 선택 앱으로 구분해 너무 많은 사전탑재 앱이 깔리지 않도록 하고, 필수 앱을 빼고는 필요없는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미래부는 필수 앱에 대한 기준은 ‘해상 스마트폰 하드웨어의 고유한 기능과 기술을 구현하는 데 필요하거나 운영체제 소프트웨어의 설치 및 운용에 요구되는 앱’이라고 가이드라인을 정했다.

통신사들은 대체로 기본 설치 앱을 4개 정도로 줄이기로 했다. 고객센터, 마켓, NFC 등의 주요 앱만 남기고 나머지는 삭제할 수 있도록 바꾼다. 제조사도 전화, 메시지, 카메라, DMB 등 필수 앱만 남기고 나머지는 삭제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나머지 앱들은 종류에 따라 폴더에 묶여 다른 앱들과 섞이지 않게 된다. 제조사들도 기본 설치 앱 개수를 줄이고 앱을 삭제할 수 있도록 열어둘 예정이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는 갤럭시S4에 39개 깔리던 앱을 26개로 줄이기로 했다.

이 안은 법으로 강제하는 것이 아니다. 말 그대로 ‘가이드라인’(지침)이다. 그래서 최소·최대 설치할 수 있는 앱 숫자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고, 필수 앱 기준도 다소 애매하다. 미래부 인터넷정책과 송경희 과장은 “새로운 제품과 서비스가 나올 때마다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숫자로 명시해 제한할 것은 아니고 기본 기준만 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필수 앱에 대한 숫자 제한이나 선택 기준이 흔들릴 수도 있다. 송경희 과장은 “본질적인 기능을 강조하는 쪽으로 선택하고, 필수 앱의 기준은 이용자들이 앱을 쓰는 추이와 제품 특징에 따라 제조사와 통신사 스스로가 결정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간 합의를 이뤘고 갤럭시S4와 G2, 베가 시크릿업 등에 우선 적용한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구글도 영향을 받을까? 안드로이드는 OS 제공업체지만 필수 앱 일부를 제외하고는 구글의 모든 서비스 앱을 강제하지 않는다. 구글 인증을 받는 일부 조건만 만족하면 구글 서비스 앱의 설치 권한도 제조사와 계약에 달려 있어 조정될 가능성이 높다.

프리로드 앱 비중을 늘리는 건 세계적인 추세이긴 하다. 스마트폰 제조사와 통신사 모두 플랫폼 사업을 병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입과 이용을 유도하기 위해 많은 앱을 제품 출고 시점에서 미리 깔아둔다. 대부분 운영체제가 깔리는 플래시롬에 함께 얹히기 때문에 프리로드 앱을 삭제하기란 쉽지 않다. 다만 스마트폰 안에 한국만큼 많은 앱이 깔린 경우는 많지 않기에, 사회적 고민까지 이뤄지는 수준은 아니다. 한국은 프리로드 앱에 대해 이용자가 직접 삭제할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조치하는 첫 사례다.

일단 4월 이후에 출시되는 단말기들은 기본적으로 프리로드 앱을 삭제할 수 있게 출시된다. 현재 팔리고 있는 스마트폰에 대해서는 업데이트 시기에 따라 순서대로 적용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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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