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퀄컴, HP의 모바일 특허 2400건 인수

2014.01.24

퀄컴이 HP가 가진 모바일기기 사업 관련 특허를 인수했다고 미국 현지시각으로 1월23일 보도자료에서 밝혔다. 이번에 HP에서 퀄컴으로 넘어간 특허 포트폴리오는 ‘팜(Palm)’과 ‘아이팩(iPAQ)’, ‘비트폰(Bitfone)’ 관련 특허다. 미국 내 특허 1400여건과 미국을 제외한 다른 나라에서 HP가 보유하고 있던 1천개의 특허를 더해 총 2400여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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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퀄컴이 HP로부터 사들인 기술을 살펴보면, 모두 모바일기기용 운영체제(OS)와 OS의 기초가 되는 기술들이다. 팜은 지난 1999년 ‘웹OS’ 운영체제를 탑재한 스마트폰을 개발한 업체다. 아이팩도 윈도우 모바일 운영체제를 기반으로 작동하던 PDA 제품군이었다. 비트폰은 모바일 매니지먼트 소프트웨어 기술이다.

퀄컴이 이렇게 많은 OS 기반 기술로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풀이는 엇갈린다. 우선 퀄컴이 스마트폰 등 모바일기기를 직접 개발할 가능성을 점치는 시각이 있다. 현재 모바일기기 시장은 애플의 iOS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OS가 양분하고 있는 형국이다. 팜과 아이팩 관련 특허는 이미 구시대 기술에 속하지만, 모바일기기를 구현할 수 있는 기초 기술이라는 점에서 이 같은 풀이에 힘을 더한다.

퀄컴이 또 다른 모바일기기 시장을 개척할 가능성도 무시할 수 없다. 퀄컴은 실제로 지난 2013년 스마트시계 ‘토크(Toq)’를 개발해 소개한 바 있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 모바일기기 제품에는 팜이나 아이팩의 기술을 적용하는 것이 어렵겠지만, 스마트시계를 비롯한 입는컴퓨터와는 어울리는 조합이 될 수 있다. 홈 자동화를 구현하는 제품에도 HP의 특허가 요긴하게 쓰일 수 있다. 토크를 개발하고, HP의 특허를 사들인 퀄컴이 소비자용 제품군을 만드는 쪽으로 사업 방향을 확대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HP의 특허가 퀄컴의 모바일 프로세서 사업에 협상 카드로 쓰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퀄컴이 모바일기기 OS와 관련된 특허를 활용해 프로세서 판매나 라이선스 협상에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셈법이다. 퀄컴이 이번 특허 인수를 위해 HP에 얼마나 많은 돈을 줬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특허를 사들인 퀄컴도 관심사지만, 특허를 넘긴 HP도 관심의 대상이다. HP는 지난 2010년 12억달러, 우리돈으로 약 1조3천억원에 팜을 인수한 바 있다. 아이팩은 원래 컴팩이 개발했지만 HP가 2002년 사들였고, 비트폰은 HP가 2006년 인수한 기술 중 하나다. 게다가 HP는 지난 2013년 2월 국내 LG전자에 팜의 ‘웹OS’ 기술을 팔아넘겼다. 이번 퀄컴의 특허 인수로 HP의 모바일기기 사업을 상징하는 기술 상당수가 다른 업체로 넘어간 꼴이다.

HP 대변인은 해외 IT 매체 더버지에 “이번 일로 우리의 모바일기기 전략이 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며 “HP는 특허 라이선스를 계속 유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HP의 모바일기기 전략에 영향을 주지는 않더라도 방향을 바뀔 수 있다. HP는 앞으로 구글의 안드로이드 OS에 집중한 모바일기기 전략을 짤 가능성이 높다. HP는 1월 들어 안드로이드 OS를 올린 스마트폰 ‘슬레이트’ 시리즈를 출시했다. 우선 인도 등 신흥시장에 먼저 출시해 분위기를 보겠다는 것이 HP의 속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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