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소외층 보듬는 따뜻한 e장터 되고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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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의 가장 깊은 심연까지 가라앉아본 사람은 안다. ‘대출은 빨리 10분’, ‘전화 한 통으로 OK’란 말들이 얼마나 비현실적인 약속인지를. 당장 몇십만원이 절실하지만, 어디 가서 손 벌릴 데도 없다. 이자율 높다는 제2금융권 서비스조차 이럴 땐 거대한 벽일 따름이다. 음성 사금융 서비스에 손을 벌려보려 해도 상식을 뛰어넘는 살인금리 때문에 엄두가 나지 않는다.

팝펀딩은 이를테면 이런 금융권 약자들을 보듬고 쓰다듬는 서비스다. 팝펀딩은 개인끼리(P2P) 돈을 꾸고 빌려주는 인터넷 장터다. 먼저 돈을 꾸려는 사람(대출자)은 자금이 필요한 이유와 원하는 금액, 이자율 등을 웹사이트에 올린다. 돈을 빌려주려는 사람(투자자)은 이를 보고 입찰에 참가해 대출 금액과 희망 이자율을 제시한다. 대출자는 투자자가 올린 정보를 보고 최종 투자자를 결정하고 이들에게 십시일반 대출을 받는다.

네오위즈인터넷은 최근 팝펀딩에 자금을 보탰다. P2P 금융서비스의 사회적 가치와 가능성에 투자한 것이다. 그러면서 허진호 네오위즈인터넷 대표가 팝펀딩 대표를 함께 맡았다. 허 대표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장도 맡고 있다. 국내에 인터넷을 처음 들여온 ‘인터넷 전도사’가 낯선 분야를 두루 보듬은 모양새다.

경매로 이자율 매기는 개인간 금융거래 서비스

“저소득층에 담보 없이 소액을 대출해주는 마이크로크레디트 서비스를 많이들 떠올리시는데요. 좀 다른 모델입니다. 대표적 마이크로크레디트 기관인 그라민뱅크를 보세요. 돈을 빌려주는 수신 주체가 그라민뱅크죠. 팝펀딩은 수신 주체가 아닙니다. 뜻 있는 여러 투자자들이 직접 돈을 내죠. 팝펀딩은 거래가 이뤄지는 장터 역할만 합니다. 이를테면 마이크로크레디트의 크라우드소싱 버전이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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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 금융권은 이자율을 투자자인 은행이 결정하지만, 팝펀딩은 대출자가 결정한다. ‘역경매’ 방식이다. 이자율은 최대 30%다. 일반 은행권에 비하면 꽤나 높지만, 불법 살인금리에 시달리는 신용 바닥층에겐 그나마도 고마운 일이다. 더구나 입찰 경쟁이 심해지면 투자자는 낙찰되기 위해 더 낮은 이자율을 제시하게 되므로, 대출자는 더 낮은 이자율로 돈을 꿀 수 있다. 금융소외층을 살인금리 수렁에서 건져내 자연스레 제도권 금융 울타리로 보듬는 서비스인 셈이다.

이런 이유로 팝펀딩같은 서비스를 ‘사회적금융’이라고 부른다. 해외에서도 조파프로스퍼같은 서비스가 이미 정착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여전히 팝펀딩같은 서비스가 낯설다. 많은 이들이 은행권보다 높은 이자율만 보고 고금리 사금융 서비스로 오해하는 탓이다.

법 규정도 명확하지 않다. 예전엔 볼 수 없던 새로운 금융 형태인 탓이다. 그러니 2007년 처음 문을 열었음에도 지금껏 드러내놓고 서비스를 알릴 수 없어 속앓이를 했다.

이젠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 팝펀딩은 법적 다툼의 소지를 기존 금융권과 제휴를 통해 해결했다. 겉보기엔 개인끼리 돈을 꾸고 빌려주는 모양새지만, 실제로는 중간에 저축은행이 나서는 모양새다. 투자자는 대출자에게 직접 돈을 주는 대신 저축은행에 돈을 담보로 제공하고, 저축은행은 이 담보를 근거로 대출자에게 돈을 빌려준다.

그러면 뭐가 좋을까. 개인 투자자는 대부업 등록을 할 필요 없이 돈을 빌려줄 수 있어 법적 분쟁 소지가 없어진다. 대출자는 저축은행에서 돈을 빌리게 되므로, 꾸준히 대출금을 상환할 경우 신용등급을 올려 기존 제도권 은행으로 다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된다. 현재는 제일저축은행 한 곳과 손잡고 서비스를 진행중이다.

“지금까진 팝펀딩같은 개인간 인터넷 금융 거래 서비스에 대한 법적 모호함 때문에 서비스를 적극 알리지 못하고 있었던 게 사실입니다. 지난해 저축은행과 제휴 모델을 만들면서 법적 분쟁도 해결하고, 사회적 금융으로서의 가치도 좀 더 널리 알리도록 노력하는 중이에요.

그렇지만 걱정되는 것도 사실이다. 신용 밑바닥까지 내려간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면 혹시 떼이지나 않을까. 그래서 팝펀딩은 몇 가지 안전핀을 마련했다. 우선 대출자에겐 대출 한도를 100·200·300만원 세 가지로 고정하고, 연간 최고 대출 한도도 1천만원으로 묶었다. 투자자도 한 경매당 최소 1천원에서 최대 9만9천원까지만 입찰하도록 제한했다.

“처음 대표로 와서 이곳 대출자들의 사연을 읽고 참 인상 깊었습니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은 더 이상 손을 벌릴 곳이 없는 절박한 사람들이에요. 다른 대안이 없는 상황에서 단지 자신이 올린 글과 서류만 보고 모르는 이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어줬다는 데 대해 진심으로 고마워합니다. 그러니 어떡하든 열심히 갚아나가려고 노력하게 되죠.”

“제도권 금융과 제휴 확대, 새 수익모델 발굴”

팝펀딩은 대출 수수료를 받지 않는다. 그 대신 거래가 더욱 활발히 이뤄지도록 장터를 키우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대출 채권을 거래하는 시장을 만들었어요. 돈을 빌려주고 받은 채권을 급히 처분하려 할 때 다른 사람에게 할인해서 파는 곳이죠. 그 과정에서 생기는 거래 수수료가 팝펀딩 수익으로 돌아옵니다. 또한 투자자가 좀 더 쉽고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도록 돕는 ‘자동입찰’ 같은 일부 기능을 유료화 모델로 내놓고 있습니다.”

팝펀딩 주요 고객은 절박한 이들이다. 이용자 100명 가운데 95명이 신용등급 7~10등급인데다, 이들 절반은 파산이나 회생 신청 등 전력이 있는 특수기록자들이다. 금융권 어딜 가도 대출받기 쉽지 않은데다, 신용 조회만 해도 벽이 높아지는 ‘블랙리스트’가 대부분이다. 그러니 830만 금융소위자들에게 팝펀딩처럼 담보 없이 십시일반 힘을 보태주는 서비스는 사막의 오아시스같은 존재다.

“아무리 저축은행에서 대출받은 돈을 열심히 상환한다 해도, 어제까지 10등급이던 사람이 갑자기 6등급으로 올라가진 않겠지요. 그런 사람들은 다음에 또 곤란한 상황에 처해도 결국 도움받을 데는 여기밖에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 따로 추심 과정이 없어도 열심히 상환합니다. 그러니 이용자 커뮤니티를 강화하도록 돕는 게 중요하죠. 어려움에 처한 사람들끼리 유대감을 갖고 서로 원활히 꾸고 갚도록 말이에요.”

팝펀딩의 상환률은 현재 96.5% 안팎이다. 신용 바닥층이 주요 고객인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수치다. 지난 9월말 기준으로 1만6천여 회원끼리 주고받은 대출 건수는 494건, 금액은 6억2천만원에 이른다. 품앗이 대출임을 감안해도 아직은 많지 않은 수준이다. 따뜻하고 믿음직한 대출 거래가 지금보다 많이 생겨야 할 테다. 그게 숙제다.

허진호 대표도 덩달아 바빠졌다. 요즘 늦깎이 금융 공부로 눈코뜰 새 없다. “따지고보면 비슷한 것 같아요. 팝펀딩이든 인터넷 서비스든 게임이든, 제공하는 서비스나 형태는 다르지만 구조는 똑같죠. 이용자가 있고, 시장이 있고, 기대하는 가치가 있는 겁니다. 지금껏 IT 산업에서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팝펀딩에서도 제가 할 역할과 목표는 충분히 있겠죠.”

허 대표는 팝펀딩같은 서비스가 지금의 한계를 뛰어넘어 금융소외층에 좀 더 밀착된 서비스가 되길 바란다. “기존 제도권 금융과 서비스 제휴를 확대할 생각입니다. 기존 금융권도 개인간 금융서비스엔 관심들이 많지만, 제도적 규제 탓에 섣불리 움직이지 못한 측면이 있었거든요. 이럴 때 팝펀딩같은 P2P 금융 장터가 파트너가 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회사 내실도 지금보다 탄탄히 다지고 싶단다. “P2P 대출 기반 금융 e장터 답게 새로운 비즈니스 전략도 수립하고 있어요. 개인간 거래에서 그치지 않고 채권거래 시장이나 파생 금융 서비스를 담을 수 있는 마켓플레이스로 성장해야죠. 이를 바탕으로 내년 말까지는 손익분기점을 넘어 다음 단계로 도약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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