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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살 매킨토시…iOS와 OS X ‘따로 또 같이’

2014.01.26

1월24일은 애플이 매킨토시 컴퓨터를 내놓은 지 30년이 되는 날입니다. 맥, 매킨토시… 여러분은 이 컴퓨터에 대해서 얼마나 많이 알고 계시나요?

애플II는 많은 분들이 써보셨겠지요. 제 첫 컴퓨터(게임기였을까요?)도 애플II의 카피본이었습니다. 하지만 부끄럽게도 저도 사실 매킨토시 컴퓨터는 잘 모릅니다. 저도 그렇지만 일반적인 PC 이용자들에게 애플II부터 최근의 인텔 맥 사이에는 넘을 수 없는 커다란 공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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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II와 맥북에어

가격 문제도 그렇지만, 윈도우와 액티브X, 아래아한글과 MS오피스 문서 때문에라도 국내에서는 개인이 맥을 쓴다는 것은 적잖은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이었습니다. 요즘 커피숍이나 대학가 근처에서 맥북을 쓰는 학생들을 보면 ‘세상이 많이 달라지긴 했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 애플 제품을 많이 쓴다는 게 반가운 게 아니라,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고 원하는 컴퓨터를 쓸 수 있다는 반가움입니다.

어쨌든 미국시간으로 1월24일은 매킨토시 컴퓨터의 30번째 생일입니다. 그간 참 많은 변화를 겪었습니다. 1984년 처음 출시된 최초의 맥은 2495달러였습니다. 오리지널 맥의 무게는 약 7.5kg이었고, 휴대용 케이스에 넣었을 때 무게는 약 10kg였다고 합니다. 맥프로가 무게 5kg에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작은 크기인 것과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맥북의 조상격인 최초의 맥 포터블은 1989년 9월에 처음 등장했는데 가격이 무려 6500달러였습니다. 두께는 약 10cm, 무게는 약 2.27kg로 오리지널 맥에 비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이게 지금 맥북에어로 발전해 1.1kg에 두께는 1.7cm에 불과합니다. 30년의 세월은 굉장한 변화를 이끌어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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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초기 맥은 너무나도 비쌌습니다. 당시 어떤 컴퓨터가 안 비쌌겠냐만, 맥은 그보다도 서너배는 비쌌습니다. PC가 막 보급되기 시작하던 1990년대 엘레콤 등에서 판매하던 매킨토시 컴퓨터의 컬러 그래픽과 사운드는 단연 돋보였습니다. 흑백 모니터에서 DOS를 쓰던 시절에 맥은 GUI를 그려냈습니다. 전문가용 컴퓨터라는 인식을 심어준 겁니다. 국내에선 결국 싼 값의 IBM PC 기반의 호환 컴퓨터 시장이 자리잡습니다. 대세는 DOS, 그 다음 윈도우 3.1과 윈도우95로 넘어갔습니다. 그냥 맥은 신기한 컴퓨터였고 나와는 관계가 없었지요.

그 경계가 허물어지기 시작한 건 2008년 맥북에어가 나오면서부터였습니다. 맥을 쓸 일이 없었음에도 이 놀랍도록 얇은 노트북은 선망의 대상이 됐습니다. 게다가 인텔 프로세서를 쓰면서 윈도우도 깔아 쓸 수 있게 됐습니다. 맥에서 윈도우를 쓰는 일은 녹록지 않은 일이었지만 적잖은 이들이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다가 아이폰이 들어오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플래시와 액티브X 등이 조금씩 밀려난 게 맥을 그 자체로 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최근 커피숍에서 맥을 쓰는 이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대부분이 윈도우가 아니라 OS X를 그대로 쓰고 있더군요. 쓸만해졌다는 얘기겠지요.

OS X과 iOS가 하나로?

제가 맥을 다시 쓰기 시작한 건 아이폰 때문이었습니다. 정확히는 ‘모바일 미’ 서비스 때문이었습니다. 맥북을 리뷰하던 중 모바일 미를 접하게 됐고 지금의 아이클라우드와 거의 비슷한 수준의 데이터 동기화 기능에 놀랐습니다. 아이패드까지 더하니 그야말로 놀라운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일정, 연락처, 메일 등이 통합되고 어떤 기기를 쓰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원하는 일들을 해낼 수 있었습니다. 그 이후 맥은 점점 iOS를 닮아갔고, iOS 역시 맥의 많은 부분을 따 왔습니다.

두 운영체제는 많은 부분에서 닮아가고 있습니다. 이를 ‘통합’이라고 부르지요. 맥이 30살 생일을 맞이하는 이 지점에 맥과 OS X의 미래를 그리 밝게 보지만은 못하는 이유가 바로 이 통합입니다. 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맥의 생일을 맞아 ‘맥월드’와 ‘광파리의 IT 이야기’에 실렸습니다. 맥은 맥대로, iOS는 iOS대로 계속 흘러갈 것이라는 얘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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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얘기는 두 OS가 언젠가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는 전망과 대치됩니다. 최근 OS X과 iOS는 새 버전이 발표될 때마다 닮아가고 있습니다. ‘통합’이라는 단어도 많이 눈에 띕니다. 언젠가 두 운영체제가 하나로 합쳐질 것이라는 이야기도 많이 나옵니다. 현재 애플에 가장 많은 수익을 안겨주는 건 압도적으로 iOS입니다. 포스트PC 시대를 열었다는 평을 받을 만큼 스마트폰과 태블릿은 PC의 많은 역할을 대신해가고 있습니다. ‘PC 시대의 종말’이니 ‘맥과 iOS 기기의 통합’ 같은 얘기가 자연스레 나오는 까닭입니다. 모든 것을 PC로 처리하던 습관이 스마트폰으로 대체되고, 그 속도는 점점 빨라집니다. PC가 사라질 것만 같지요. 특히 그 자체로 완성도가 높은 iOS가 OS X를 흡수할 것 같은 기세입니다. 게다가 iOS가 OS X에 뿌리를 두고 있으니 다시 합쳐진다고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겁니다.

그런데 맥과 iOS를 계속 쓰면서 드는 생각은 다릅니다. 통합은 되고 있지만, 어느 한쪽의 운영체제가 사라질 것 같지는 않습니다. OS X과 키보드, 터치패드를 쓰는 맥, 그리고 터치스크린을 활용하는 iOS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입력장치와 그에 따른 화면 인터페이스입니다. 그 둘을 통합하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만약 이를 잘 조합한다면 하나의 운영체제로 다양한 기기에 적용할 수 있겠지만, 마우스와 터치스크린이 공존하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걸 윈도우8이 증명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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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리적 통합과 논리적 통합

그렇다면 두 운영체제의 통합은 뭘 뜻할까요? 콘텐츠와 경험의 통합입니다. 앞서 모바일 미에 감탄했던 바로 그 경험입니다. 그게 아이클라우드로 연결되고, 여러 앱들이 매개체가 됩니다. 아이패드에서 보던 아이북스를 맥에서 보고, 맥에서 만든 키노트를 아이폰으로 편집하는 것 같은 일들 말입니다. 할 수 있는 일들은 점점 닮아갑니다. 하지만 여전히 키보드와 마우스, 터치스크린 인터페이스가 편리한 것들은 따로 있습니다. 메뉴나 버튼의 모양, 크기, 배치 등이 달라져야 합니다. 터치 경험을 그렇게 강조하는 애플이 맥북에 터치스크린을 넣지 않는 이유도 여기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은 원합니다. 하나의 기기로 맥처럼, 아이패드처럼 쓰기를 바라지요. 그런 요구에 프로세서의 성능이 더해지면서 물리적인 통합이 가까워오는 것처럼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사실 다른 회사들이 그렇게 하고 있기도 합니다. ‘애플도?’라고 생각하는 게 무리는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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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여러 기기가 통합되는 형태의 하이브리드 기기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중간점인 패블릿, 노트북과 태블릿의 중간 형태를 띈 윈도우 태블릿 같은 기기들입니다. 소비자들은 여러개의 기기를 구입하기 부담스러워합니다. 통합 제품을 내놓는 회사들은 ‘여러 개의 기기를 쓰면서 데이터가 섞이고 관리도 어려우니, 기기 하나로 다 하면 좋지 않냐’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여러 개의 기기를 쓰는 데 따른 데이터 혼란은 클라우드와 서비스로 합치고, 각자 역할에 어울리는 화면 크기와 입력 장치를 갖춘 기기를 상황에 따라 골라 쓰면 될 일입니다. 물론, 저장공간은 통합돼 있을 테고요.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마이크로소프트와 애플의 방향이 보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우와 태블릿을 하나의 운영체제에 합치고 2가지 앱 환경을 다 집어넣은 대신, 하나의 기기로 모든 걸 할 수 있습니다. 맥은 3가지 플랫폼으로 기기를 나누고 그 공간을 아이클라우드로 긴밀하게 묶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도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기기 간 연결보다는 데이터의 백업과 동기화 쪽에 무게가 더 쏠려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물리적 통합을, 애플은 논리적 통합을 노리고 있다고 보면 되겠습니다. 맥월드는 ‘Seamless’라는 단어를 썼습니다. 기기를 바꿔도 경험이 흐트러지지 않는 것이 애플의 통합이라고 보는 겁니다. 물론 손가락과 마우스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는 놀라운 입력 방법이 개발된다면 애플도 언젠가 하나의 OS로 합칠 지 모르겠지만, 지금으로서는 잘 떠오르지 않는군요.

아 참, 애플은 매킨토시의 30주년을 기념해 홈페이지를 새로 열었습니다. 30년의 주요 기기들과 그에 관련된 이용자들의 이야기들을 소개하고 있습니다. 애플은 또 ‘나의 첫 맥’에 대한 추억담도 모집하고 있습니다. 맥에 대한 기억들, 함께 나눠보실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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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