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터로 아이폰 케이스 ‘출력’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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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만 해도 먼 미래에나 볼 수 있겠지 싶었다. 상상 속의 물건을 뚝딱 출력해 주는 기술, ‘3D 프린터’ 얘기다. 일부 산업 환경에서 시제품이나 시제품 전 단계인 모형(Mock up) 제품을 만드는 용도에 그쳤던 3D 프린터가 점차 일상으로 들어올 준비를 하고 있다. 프린터 값이 떨어진 덕분이다. 우리돈으로 11만원 정도인 100달러짜리 3D프린터 ‘피치 프린터’도 등장했으니 보통 사람들도 3D 프린터를 쓸 날도 머지 않았다.

3D 프린터는 우리 일상을 어떻게 바꿀까. 다른 건 제쳐두고, 3D 프린터를 쓰는 방법이 궁금해졌다.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3D프린터를 써 보기로 했다. 3D프린터를 한켠에 갖추고 한창 사업 구상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게임인재단 사무실을 찾았다. 게임인재단은 내부 조직에 ‘3D랩’을 설치해 3D 프린터 사업화를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에게 도움을 받았다.

게임인재단 3D랩에는 미국 3D 프린터 제조업체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2x’가 갖춰져 있었다. 리플리케이터2x는 미국에서 2799달러에 팔리는 제품이다. 우리돈 300만원이 조금 넘는 가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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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게임인재단에 있는 메이커봇 ‘리플리케이터2x’.

1. 3D 형상 데이터 구하기

3D 프린터만 있다고 출력을 할 순 없다.  3D 형상 데이터가 필요하다. 일반 프린터가 문서 파일이 있어야 인쇄 작업을 진행할 수 있는 것처럼 말이다. 3D 형상 데이터를 얻는 방법은 대략 3가지다. 3D 모델링 도구를 활용해 직접 디자인하거나, 제품을 3D로 스캔해 형상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 남이 만든 3D 모델 도면을 구하는 방법 세 가지다.

직접 3D 형상 데이터를 만드는 방법은 ‘3D맥스’나 ‘마야’, ‘구글 스케치업’ 같은 소프트웨어를 활용하면 된다. 3D맥스와 마야는 유료 소프트웨어고, 구글 스케치업은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다만 3D 모델링은 누구나 뚝딱 할 수 있는 기술은 아니다. 3D 모델링 전문 기술자라면 모를까.

형상 데이터는 보통 ‘stl’ 파일 확장자를 쓴다. stl 파일은 거의 모든 그래픽 소프트웨어와 설계 도구가 지원하니, 소프트웨어 확장성은 높은 편이다.

3D 스캔 방식은 비교적 빠르게 형상 도면을 얻을 수 있는 방법이다. 3D 스캐너로 물건을 스캔해 형상 데이터를 만들면 된다. 3D 모델링에 관한 전문 지식이 없어도 3D 스캐너만 있으면 되니 좋다. 다만 3D 프린터 외에 3D 스캐너라는 별도의 장비가 필요하다. 이미 갖고 있는 실제 제품만 3D로 스캔할 수 있다는 점도 제약 사항이다.

그런 만큼, 남이 만든  3D 형상 데이터를 얻는 방법이 추천할 만하다. 가장 빠르고, 전문지식도 필요 없다. 3D 스캐너도 필요 없으니 누구나 쉽게 3D 형상 데이터로 물건을 인쇄할 수 있다. 3D 모델링을 전공한 친구에게 3D 형상 데이터를 달라고 졸라야 할까. 아니다. 이미 인터넷에는 3D 형상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는 웹사이트가 적잖다. 유료 혹은 무료로 3D 형상 데이터를 얻을 수 있고, 종류도 많아 보통 사람이 쓰기에 좋다. 음악을 듣기 위해 음악을 직접 만들어야 할 필요가 없는 것과 같다.

※ 3D 형상 데이터를 구할 수 있는 웹사이트

  • 싱버스 : 싱버스는 3D 프린터업체 스트라타시스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무료로 3D 모델 데이터를 공유할 수 있다.
  • 큐비파이 : 3D시스템즈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 3D비아 : 다쏘시스템즈가 운영하는 웹사이트다.
  • 터보스퀴드 : 10여년 넘게 온라인에서 3D 모델 자료를 사고팔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 웹사이트다. 최근 stl 파일 거래를 시작하면서 3D 모델 자료 시장에 뛰어들었다.

2. 3D 형상 데이터 찾아 출력하기

3D랩에서는 싱버스 서비스를 이용했다. 인쇄 시간도 적게 들고, 재미있는 모양을 만들 수 있겠다 싶은 생각에 스마트폰 케이스를 고르기로 했다. 싱버스 웹사이트의 검색창에 ‘iPhone’이라고 입력하자 수많은 아이폰 케이스 3D 형상 데이터가 떴다. 레고 모양의 폰케이스라면 어떨까. 올록볼록한 레고 특유의 블록 모양이 최종 결과물에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해졌다. 파일을 내려받는 과정은 인터넷에서 다른 파일을 내려받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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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싱버스 웹사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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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iPhone’으로 검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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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다양한 아이폰 케이스 3D 형상 데이터 파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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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레고 모양 케이스를 골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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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확장자는 ‘stl’이다.

내려받은 레고모양 폰 케이스의 stl 파일은 ‘메이커웨어’라는 메이커봇 자체 3D 프린터 소프트웨어에 얹을 수 있다. 결과물을 미리 가늠해 보고, 출력 환경을 설정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소프트웨어다. 워드 파일을 출력하기 전에 문서를 미리 살피며 글꼴이나 여백을 바꾸는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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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다양한 각도로 미리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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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인쇄할 물체의 품질과 색 등을 조정할 수 있는 창. 

메이커봇의 리플리케이터2x는 합성수지인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스티렌(ABS)’을 소재로 쓴다. 잉크젯 프린터가 액상 잉크를 원료로 쓰는 것처럼, ABS는 3D 프린터의 ‘카트리지’인 셈이다. 리플리케이터2x는 ABS에 열을 가해 가느다란 실처럼 뽑아 제품 밑둥부터 한층한층 쌓아 올리는 방식의 3D 프린터다. ‘글루건’을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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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ABS에 열을 가해 가는 실처럼 연료를 뽑아 쌓는 방법으로 인쇄한다.

따라서 정교한 제품을 완성하려면, ABS를 얇게 녹여 쌓아 올려야 한다. 원료를 얼마나 얇게 뽑느냐에 따라 완성품의 품질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리플리케이션2x은 제품 품질을 세 단계로 조절할 수 있다. 품질은 ‘로우(0.3mm)’와 ‘스탠더드(0.2mm)’, ‘하이(0.1mm)’로 나뉜다. 이번에 뽑기로 결정한 폰케이스를 ‘하이’ 품질로 인쇄하면 4시간 정도 걸린다. 무난하게 ‘스탠더드’ 품질로 인쇄하기로 결정했다.

리플리케이터2x의 3D 프린팅 기술을 ‘수지압출(FDM)’이라고 부른다. 수지 원료에 압력과 열을 가해 뽑는다는 뜻이다. 이밖에 ‘SLA’와 ‘UV LED’ 방식 등 종류가 많다. UV LED 방식은 광경화성 수지를 녹인 후 자외선 LED를 쪼여 굳히는 방식이다. 기존 프린터에 ‘잉크젯’, ‘레이저’ 등 다양한 방식이 있는 것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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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리플리케이터2x가 출력하는 방식 동영상 보기 

stl 파일을 미리 보기 소프트웨어에 얹은 이후엔 ‘내보내기(Export)’ 단추를 누르면 된다. 인쇄하는 데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소재를 얼마나 쓰는지 미리 알 수 있다. 이번에 인쇄하기로 한 높이 1cm 가량의 폰케이스는 원료를 약 22g 쓰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쇄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총 1시간40분 정도다.

생각보다 소재가 별로 들지 않았다. 소재를 아낄 수 있도록 설계된 내부 구조 덕분이란다. 물체 내부를 벌집모양으로 출력해, 견고함은 유지하면서도 소재를 절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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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벌집모양 구조. 

폰 케이스 하나 뽑는 데 1100원

메이커봇 리플레케이터2x에 쓰이는 ABS 소재는 정품 가격을 기준으로 1kg에 48달러(약 5만원)다. 국내에서도 e쇼핑몰에서 비정품 소재를 손쉽게 구매할 수 있다. 비정품 소재는 1kg에 1만4천원 정도다. 1kg은 스마트폰 케이스 45개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정품 소재 1kg를 5만원이라고 치면, 스마트폰 케이스 하나 만드는 데 소재만 1100원 든 셈이다. 기존 종이 프린터 시장에 비정품 ‘무한잉크’와 같은 시장이 형성된 것처럼, 3D 프린터의 소재 시장도 조금씩 열리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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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실타래처럼 감겨 있는 것이 ABS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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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폰케이스 출력 시작

이제 출력만 남았다. 출력을 하기 위해선 3D 프린터에 3D 형상 데이터를 보내야 한다. 3D 프린터마다 파일을 전송하는 방법은 제각각이다. 어떤 제품은 무선으로 보낼 수도 있다. 유선으로 3D 형상 데이터를 받는 제품도 있다.

리플리케이터2x는 메모리카드를 쓴다. 메이커웨어 소프트웨어서 ‘내보내기’ 과정을 거친 stl 파일은 ‘x3g’ 확장자로 다시 변경되는데, 이 파일을 메모리카드에 넣어 3D 프린터에 끼우면 된다. 3D 프린터 자체에 액정 화면이 있어 SD카드 안에 들어 있는 파일을 탐색해 어떤 제품을 인쇄할 것인지 지정해 주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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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메모리카드를 꽂고 단추만 누르면 된다. 

여기까지 왔다면, 남은 것은 ‘출력’ 단추를 누르는 일 뿐. 출력이 시작되면, ABS가 녹으며 플라스틱 태우는 냄새를 퍼뜨린다. 이제 3D 프린터가 물체를 쌓아 올려 아이폰 케이스를 완성할 때까지 1시간40여분을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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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지구 반대편 디자이너 작품을 내 손에 ‘출력’

1시간30분쯤 지나고, 폰케이스를 받아들었다. 3D 형상 데이터를 SD카드에 넣어 프린터에 꽂았을 뿐인데, 지구 반대편에 사는 3D 모델 디자이너가 만든 아이폰 케이스를 판교에서 받아볼 수 있었다. 신기한 느낌이었다. 3D 프린터는 우리 삶을 바꿀 제3의 ‘산업혁명’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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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출력된 아이폰 케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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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갤럭시S4’용 케이스도 하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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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Δ이건 ‘토토로’ :) 

“출력물 완성도 더 높여야”

“제가 처음 3D 프린터를 사고, 시행착오를 많이 겪었습니다. 한국에 이를 교육시켜줄 만한 사람도 별로 없었습니다. 3D 프린터를 파는 영업 사원도 제대로 설명을 못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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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 랩장

구상권 게임인재단 3D랩장은 제품 디자이너로 15년동안 일했다. 제품 디자인을 하고 업체에 맡겨 시제품을 만드는 과정이 번거롭기도 하고 값이 비싸 3D 프린터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는 그간 3D 프린터에 대해 쌓은 정보를 나눌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가 처음 3D 프린터를 접한 후 출력을 하다 실패한 ‘흔적’만 한 박스가 넘을 만큼 정교하게 출력해내기가 쉽지 않았다. 그는 3D프린터에 관해 더 다양한 장비를 구매해 더 촘촘히 연구할 작정이다. 더불어 게임인재단 아카데미 형태로 사업을 진행할지 구상 중이다. 아직은 밝힐 단계는 아니지만, 다가오는 봄께면 구체적인 모습이 공개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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