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가 에픽게임즈의 ‘기어즈 오브 워’ 관련 사업을 인수했다. 게임 뿐 아니라 캐릭터를 비롯한 모든 상품이 마이크로소프트 손에 들어갔다.

‘기어즈 오브 워’는 2006년 첫 출시된 X박스 진영의 대표 게임이다. 한때 PC와 게임 콘솔을 통해 쏟아지던 1인칭 슈팅게임 중 가장 수작으로 꼽히는 시리즈다. 첫 출시 이후 3개의 시리즈를 내면서 총 2200만장을 판매했고 10억달러의 매출을 냈다.

‘기어즈 오브 워’는 X박스로만 출시되는 독점 시리즈로 ‘X박스360’의 초기 보급을 이끈 주인공이기도 하다. ‘기어즈 오브 워’는 X박스 라이브의 기능을 충실히 활용해 게임 콘솔에서 멀티 협업 플레이와 음성 채팅 등을 대중화시키기도 했다. 이 게임을 만든 에픽게임즈 역시 X박스를 통한 대박을 내면서 ‘기어즈 오브 워’에 쓰인 언리얼 게임 엔진을 대대적으로 인정받았고 직접적인 게임 판매 외에 게임 엔진 판매를 통한 수익을 내는 쪽으로 사업 모델이 변화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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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기어즈 오브 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블랙 터스트’ 스튜디오가 맡는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올해 말 X박스 원으로 ‘기어즈 오브 워’의 신작을 낼 것이라고 밝혔다. 주요 개발 인력에도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마이크로소프트에서 에픽게임즈로 적을 옮겼던 로드 퍼거슨이 이번 인수와 함께 다시 마이크로소프트로 복귀해 ‘기어즈 오브 워’의 개발을 계속해서 이끌 계획이다.

이 인수 건을 두고 여러 해석을 내릴 수 있다. 일단 마이크로소프트는 주력 프랜차이즈 게임을 내부에 둘 수 있게 됐다. 원래 X박스의 대표작은 ‘헤일로'(HALO)였다. 이 역시 마이크로소프트 산하 번지스튜디오가 만들었던 게임인데, 최근에는 호불호가 갈리는 등 썩 예전만한 인기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 대신 그 자리를 ‘기어즈 오브 워’가 차지하는 모양새다.

요즘 게임 개발 업체들이 대체로 PC와 X박스, 플레이스테이션 등의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멀티 플랫폼으로 내는 것이 일반적인 상황이 됐다. 어떤 게임기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이용자에게는 좋지만 게임 플랫폼 업체로서는 차별화할 수 있는 게임의 가치가 더 높아진 셈이다. ‘플레이스테이션’은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비롯해 ‘그란투리스모’ 같은 독점작을 꽤 많이 갖고 있다. 외부 업체의 것도 있지만 ‘폴리포니’나 ‘너티독’ 같은 소니 내부의 스튜디오 작품이 히트작 시리즈를 쏟아내고 있다. 닌텐도의 ‘마리오’, ‘젤다’ 같은 것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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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X박스는 내부 스튜디오의 대표작이 많지 않다. 초기에 인기 있었던 ‘헤일로’나 ‘페이블’ 같은 내부 스튜디오 게임들도 꾸준히 인기를 누리고 있지만 역시 대표작은 ‘기어즈 오브 워’다. 마이크로소프트로서는 차세대 게임 콘솔인 X박스 원의 기폭제로 ‘기어즈 오브 워’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에픽게임즈 역시 손해보는 장사는 아니다. 에픽게임즈는 ‘기어즈 오브 워’를 두고 마이크로소프트와 협력 관계를 가져왔지만 자유롭게 새로운 게임을 만들어 X박스 뿐 아니라 플레이스테이션용으로 내놓을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언리얼엔진4를 내놓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차세대 콘솔 게임기들이 등장한 상황에서 대표작을 ‘기어즈 오브 워’로 X박스에만 내놓는 건 안타까운 일이다. 게임 엔진과 강력한 성능을 가진 새 게임기의 궁합을 양쪽 플랫폼 모두에서 보여줄 새로운 대작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여력과 자금, 그리고 마음의 짐을 덜어낼 수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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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