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루브샤크 접속차단 결정, 0.9초면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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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넷이 그루브샤크 접속 차단에 항의할 이용자를 찾는다. 그동안 오픈넷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통심의위)가 그루브샤크를 차단한 과정이 부당하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는 접속차단 조처를 취소해달라고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하기로 했다. 소송에 참여할 사람을 모은다는 공지도 1월25일 올렸다.

그루브샤크 행정처분 취소소송 원고단 모집

해외 음악 서비스를 한국서 차단

그루브샤크는 미국의 음악 서비스다. 유튜브처럼 사용자가 음악 파일을 자유롭게 올리게 하는데, 올라온 음악은 스트리밍으로 들려준다. 사용자는 4140만명에 이르는데, 한국 사용자는 21만명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방통심의위는 2013년 11월1일 국내에서 이 서비스에 접속하는 걸 차단했다. 그루브샤크가 저작권을 침해했다는 게 차단 이유였다. 당시 방통심의위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요청을 받아 심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저작권자에게 그루브샤크 접속을 막아달라는 요구를 꾸준하게 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일이 있고 3개월째. 그동안 그루브샤크는 방통심의위에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하지만 지난 1월22일, 방통심의위에서 받아들일 수 없다는 최종 답변을 받았다. 이제 한국에서 그루브샤크 홈페이지를 구경조차 할 수 없게 됐다.

그루브샤크 첫화면

▲그루브샤크 홈페이지.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접속을 차단했지만, 우회 접속할 방법은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루브샤크가 앞으로 한국에 서비스를 안 하기로 하고, 이의제기가 기각된 것을 받아들이면, 정지된 채로 있겠죠. 그루브샤크가 망하든 망하지 않든 한국에서는 계속 못 쓸 겁니다.”

접속차단을 우회할 방법이 있고 없고의 문제가 아니다. 박지환 변호사는 그루브샤크가 접속 차단되는 과정에 이용자의 목소리가 조금이라도 반영된 것 같으냐고 되물었다. 그는 오픈넷 자문변호사로서, 그루브샤크 접속차단을 취소해달라는 행정소송을 진행한다. 그루브샤크에서 의뢰를 받은 건 아니다.

방심위, 30분 동안 2천개 서비스 심의

“법률적 얘기를 떠나서 이렇게 보죠. 한 달에 5달러를 내고 그루브샤크의 유료 서비스를 쓰던 사람은 이제 어떻게 해야 하나요. 그리고 그루브샤크는 가수들이 자기 음악을 공유하는 플랫폼이에요. 이젠 자기 노래를 자유롭게 공유할 수 없게 됐죠. 또, 이 일은 저작권법에 관련한 것인데 방통심의위가 저작권법에 전문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아요.”

박지환 변호사는 그루브샤크가 적법한 서비스인지, 불법인지를 판가름하는 과정부터 문제가 있었다고 말한다. 방통심의위는 그루브샤크를 접속차단하기로 결정하던 때, 회의 시간 30분 동안 그루브샤크와 함께 2천개 서비스를 검토했다. 한 서비스를 이용불가 상태로 만들지 판단하는 데 0.9초씩 할애한 셈이다.

박지환 변호사는 법원도 아닌 방통심의위가 특정 서비스의 적법 여부를 판단하는 것도 문제라고 봤다.

“그루브샤크 접속 차단에 관한 모든 건 행정청에서 결정됐어요. (이번 일을 그대로 두면) 비슷한 이유로 얼마든지 다른 서비스를 차단할 수 있을 거예요. ”

이것이 오픈넷이 부탁받지도 않은 소송을 하려는 까닭이다. 박지환 변호사는 “쓸 사람은 우회해서 알아서 쓰겠지만, 이 일이 잘못됐다고 아무도 문제삼을 수 없다”라고 말했다. 당사자인 그루브샤크가 가만히 있으면, 사용자가 어디에 누구에게 항의를 하겠느냐는 얘기다. 국내 서비스이면 이용자와 운영회사가 힘을 모을 여지가 있지만, 해외 서비스는 그조차 불가능하다고 박지환 변호사는 말했다.

행정처분에 이용자가 이의제기하는 첫 사례

박지환 변호사는 소장을 내기도 전에 이 소송이 힘겨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선례가 없는 일이란다.

“행정소송법에는 당사자를 원고적격이라고 하여, 자격을 갖춰야 할 수 있게 했어요. 그런데 이용자는 처분을 받은 사람이 아니에요. 방통심의위와 그루브샤크 관계에선 제3자예요. 제3자가 원고적격을 인정받아 행정소송을 한 사례는 환경 문제에선 있지만, 인터넷 서비스에선 아직 찾지 못했습니다.”

박지환 오픈넷 자문변호사

▲박지환 오픈넷 자문변호사

정부가 동네에 공장이 들어서는 것을 허가해 이웃주민이 피해를 입었다며 그 처분을 취소해달라고 행정소송을 제기한 일은 있단다. 그런데 인터넷 서비스 때문에 제3자가 행정소송한 적은 아직 없다. 그는 설령 법원이 이 소송을 각하하더라도, 소송 자체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어쨌든 법원도 한 번은 인터넷에 대해서 생각해보지 않겠어요?”

난관은 또 있다. 이 소송을 같이할 이용자 찾기가 만만찮다. 오픈넷은 소송의 원고로 참여할 이용자를 물색 중이다. 3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충족하는 이용자를 찾는다. 그루브샤크의 한국 사용자 수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에 맞는 사용자가 나타나는 게 관건이다.

(1) 유료 회원으로 그루브샤크를 이용하다가 방심위의 차단으로 그루브샤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국내 이용자
(2) 해외에서 유료회원(또는 무료회원)으로 그루브샤크를 이용하다가 귀국해서 방심위의 차단으로 그루브샤크를 이용하지 못하게 된 국내 이용자
(3) 그루브샤크 사이트에 자신이 만든 음악을 업로드해 본인의 음악을 공유해오다가 방심위의 차단으로 국내 이용자에게는 공유를 할 수 없게 된 아티스트

“아무도 연락을 안 해온다면 어쩌냐고요? 네, 그럴 가능성이 크죠. 희망사항이지만, 제일 찾고 싶은 사람은 아티스트예요. 그루브샤크를 이용해서 자기 음악을 알리려는 사람이요. 그들에겐 적법한 웹사이트였거든요.”

박지환 변호사는 2월3일 정오까지 신청을 받아 소송을 제기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연락은 master@opennet.or.kr로 받으며, 위 3가지 조건 중 해당하는 사항과 휴대폰 전화번호를 써 달라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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