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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앱리뷰] 20년만에 한글로 돌아온 ‘파이널판타지6’

2014.02.03

안타까운 이야기지만 이제는 ‘파이널판타지’가 새로 나왔다고 해도 썩 마음이 동하지 않는다. 신작은 10편 이후로 예전 시리즈만큼의 감동을 받지 못했고, 이전 작품들은 리메이크를 반복했다. 그래서 ‘파이널판타지’라고 하면 “또?”라는 반응을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이번에는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6편이 나왔고, 그것도 한글판이 동시에 출시됐다.

시리즈 조기부터 했던 이들에게 6편은 누구에게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 중에서 세 손가락 안에 들고, 적잖은 이들은 첫 손가락을 꼽기도 한다. 움직임을 많이 줄 수 없던 2D 캐릭터에 감정을 세세하게 잘 표현했고, 우에마츠 노부오의 음악은 절정이었다. 내게 이 시리즈의 하이라이트는 세리즈가 등장하는 오페라 신이었는데, 지금 봐도 그 당시 감동이 촌스럽다거나 뒤처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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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퀘어에닉스는 가장 잘 나간다는 모바일게임기에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를 내놓고 있다. 원더스완을 시작으로 게임보이 어드밴스, PSP를 거쳐 닌텐도DS까지 정말 찍어내듯 게임을 만들어냈다. 예전 향수에 젖은 올드게이머들은 계속해서 시리즈를 구입할 수밖에 없었다. 상대적으로 7편을 전후로 시리즈를 접한 이들의 취향이 갈리곤 하는데, 한편으로는 최신 콘솔게임기의 신작으로 젊은 이용자들을 끌어당기고 휴대용 기기로 예전 게이머들의 향수를 자극하는 작전을 쓰는 게 아닌가 싶다.

6번째 시리즈는 이야기가 조금 다르다. 상대적으로 리메이크가 많지 않았다. 슈퍼패미콤의 원작 이후 플레이스테이션과 게임보이 어드밴스로 나왔지만, 그 이후 다른 시리즈가 닌텐도DS나 PSP 등으로 활발히 리메이크됐던 것에 비해 이상하리만치 리메이크가 잘 되지 않았기에 반가웠다.

무엇보다 한글판이 동시에 출시됐다. 마니아들 사이에서는 슈퍼패미콤판에 한글 패치를 먹여 에뮬레이터로 했던 기억이 있을텐데, 정식으로 한글판이 나왔다는 건 큰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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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이용자들에게 ‘파이널판타지’가 가까워지기 시작한 건 2012년부터다. 액토즈소프트가 국내에서 스퀘어에닉스의 게임을 유통하면서 적극적으로 한글화에 나서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미 오래 전에 나와 있던 1·2편이 한글화됐고 지난 한 해 동안 나머지 시리즈도 속속 한글화됐다.

스마트폰으로 등장한 ‘파이널판타지6’는 5편의 그래픽과 닮았다. 같은 엔진을 써서 개발했다고 한다. 3·4편처럼 3D 그래픽으로 완전히 새로 만든 것은 아니고 GBA판을 기반으로 스마트폰에 맞춰 개발한 리마스터에 가깝다. 전체적인 기존의 2D기반 화면을 그대로 가져왔는데, 높은 디스플레이 해상도에 맞춰 도트가 튀는 그래픽 대신 매끄러운 고해상도 이미지로 화면을 만들어냈다. 세세한 부분까지 잘 옮겨 담았는데 그래픽의 톤은 조금 달라진 느낌이다. 플레이스테이션판의 ‘파이널판타지’에 들어 있던 동영상은 빠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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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은 스마트폰 터치 화면에 맞춰 완전히 새로 짰다. 하지만 게임 조작성은 썩 좋진 않다. 방향키 때문이다. 이전 시리즈처럼 방향 콘트롤러의 처음 손가락을 대는 곳에서 시작하는 방식이긴 한데 대각선으로 움직이는 것이 영 매끄럽지 않다. 이전 시리즈들이 아날로그 콘트롤러로 움직이는 느낌이라면 이번에는 8방향 디지털 패드같다. 원하는 방향으로 잘 안 움직인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이동은 설정에서 4방향으로 바꿀 수 있는데 그게 좀 더 낫다. 걸음걸이는 기본적으로 느리게 걷고 ‘대시 슈즈’ 아이템을 써야 빨리 걸을 수 있는 원작 시스템 그대로다.

그래픽에서 아쉬운 점을 좀 꼽자면 가로로 움직일 때 화면 스크롤에 약간 잔상이 남는 부분이 눈에 띄고 필드를 걸어다닐 때 배경과 캐릭터의 이질감도 있다. 전투시에도 프레임이 매끄럽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그래픽은 전체적으로 부드러워졌고 색이 더 화려하기도 하다.

게임 진행은 꽤 수월해졌다. 지도가 항상 표시되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 목적지도 눈에 띄게 잘 보여준다. 특히 화면 위에는 쿠포가 항상 다음 해야 할 일을 알려준다. 굳이 공략집도 필요가 없다. 전투도 편리하다. 커맨드 게이지가 아래에서 채워지듯 위로 올라오는 구성이 보기 쉽고, 버튼을 정확히 누르지 않아도 아무 곳에서 손가락을 위아래로 움직이고 터치하면 명령어를 고르는 시스템도 편하다. 특히 자동전투는 스마트폰용 ‘파판’ 시리즈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는데, 바로 이전 캐릭터에게 내린 명령을 반복해서 적용하는 방식이다. 전투 중에도 자동전투의 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얘기다. 이게 전투를 지루하지 않도록 하고 진행을 빠르게 하는 데 톡톡한 효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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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크의 필살기 기술을 입력하는 것은 좀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쉬워졌다. 필살기는 ‘스트리트파이터’처럼 커맨드를 입력하고 공격 버튼을 누르면 특수 공격을 하는 것이다. 스마트폰판에서는 화면에 여덟 방향 화살표가 큼직하게 떠서 입력하면 된다. 슈퍼패미컴이나 게임보이 어드밴드의 십자 패드로 커맨드를 입력하면서 손가락은 아프고 제대로 입력이 되지 않았던 것에 비하면 커맨드가 틀려 입력이 잘못되는 일은 없다.

전반적으로 모바일에서 한 손으로 게임을 즐기기 쉽도록 했고, 방향키를 제외하고는 조작이 불편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 배려가 많이 돼 있다는 느낌이다. 예전 게임들이 대체로 진행이 어려운 편이기에 조작을 쉽게 하는 것이 게임 몰입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게임 진행을 더 쉽게 도와주었던 버그들은 사라졌다. 특히 오토보우건 같은 기계 장비를 강력한 보호구로 쓸 수 있던 버그도 고쳐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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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게임을 끝까지 마치지 못했다. 몇 시간 해 본 뒤에 내린 결론은 “역시 파이널판타지6”다. 꼬박 20년만에 리메이크된 작품은 여전히 3D 그래픽도 없고 화려한 효과도 없지만, 진행은 더 빨라졌고 재미는 여전하다.

특히 한글화는 게임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스토리가 중요한 게 ‘파이널판타지’인데 그 내용을 곧장 읽고 이해할 수 있으니 몰입감도 높아진다. 대사집이나 공략집을 보면서 미적미적 진행하던 것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일부 오역이 있기는 하지만 발빠른 한글화는 고마울 따름이다. ‘파이널판타지6’를 몇 번이고 구입했었고 여러 번 해봤지만, 패키지도 없는 이번 스마트폰판이 가장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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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