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 택한 MS…새 CEO에 사티아 나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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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소프트(MS)가 창업 이래 3번째 CEO를 임명했다. 주인공은 사티아 나델라가 됐다. 선임 직전까지도 소문의 중심에 있던 인물이기도 하다. 하지만 다소 뜻밖이라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다.

사실 사티아 나델라는 MS에서 전면에 나서던 인물이 아니었다. 내부에서는 꽤 유명했고 존경받는 인물이라는 평이다. 다만 스티븐 엘롭같은 쟁쟁한 인사가 노키아와 함께 MS에 복귀한 것을 비롯해 외부 인사들이 MS CEO자리로 검토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계속 흘러나왔기에 쉽게 예상할 수 있던 인사는 아니었다. 다만 지난 주말부터 블룸버그를 비롯해 월스트리트저널 등이 사티아 나델라를 유력 후보로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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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티아 나델라는 인도계 엔지니어 출신으로 MS에서만 22년간 업무를 맡아 왔다. MS 이전에는 썬마이크로시스템즈에서 일했다. MS에서는 주로 기업용 비즈니스를 맡아 왔다. 그가 참여했던 프로젝트는 윈도우NT를 비롯해 서버, 윈도우 애저 등이었고, 빙과 MSN 등 검색 분야에서도 일했으며, MS오피스나 X박스 프로젝트에도 손을 댔다.

겉으로 드러나는 경력은 서버와 클라우드 등 기업용 비즈니스가 우선 눈에 띄지만, 사실상 늘 MS의 중심에서 다양한 분야를 거친 전문가라는 것이 MS 관계자들의 평이다. 인사만으로 모든 것을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MS는 실리적인 인사에 무게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MS는 왜 사티아 나델라를 CEO로 꼽았을까? 업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과 그럴만 하다는 반응이 엇갈린다. MS의 현재 상황은 잘 하고 있는 기업용 시장과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 시장이 섞여 있다. 새 인사를 통해 윈도우와 서피스, 스마트폰 같은 소비자 시장을 되살리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냐, 아니면 기업용 서비스 중심의 사업을 펼칠 것이냐에 대해 전망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애초 MS가 외부 인사를 우선적으로 검토했던 것도 그런 이유에서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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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새 CEO는 기업용 시장의 전문가다. 표면적으로는 소비자 시장보다 당장 잘 하고 있는 기업용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보인다. 그는 윈도우 애저와 윈도우 서버를 중심으로 클라우드 시장을 사로잡겠다는 의사를 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현재 MS의 모든 움직임은 ‘디바이스 & 서비스 기업’이라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 새 CEO의 배경은 기업용에 쏠려 있지만 서비스를 잘 이해하고 있고 조직 문화를 흩트리지 않으면서 힘을 모을 수 있다는 점에 초점이 맞춰지는 모양새다.

소비자 시장을 잘 아는 전문가를 뽑을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MS 이사회는 외부 인사들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을 확인할 수 없는 소문이지만, 현재 구글에서 안드로이드와 크롬을 맡고 있는 순다르 피차이 같은 인물이 그 예다. MS는 이들과 내부 인사를 저울질하다가 사티아 나델라를 선택했다. 사티아 나델라는 스티브 발머가 밑그림을 그린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통합에 대한 이해가 높고 종합적인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인물이라는 점에서 점수를 얻은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급진적인 변화나 혁신보다는 잘 할 수 있는 일에 집중되고 조직을 안정되게 운영하는 걸 선택했다는 평가는 계속 따라다닐 것이다. ‘평화적 이양’이라고 보면 될 듯하다.

소비자 시장에 대해서는 빌 게이츠가 기술 고문으로 복귀한 것이 큰 힘이 될 듯하다. 빌 게이츠는 이사회 의장을 사임하고 업무 시간의 3분의 1을 MS에 할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빌 게이츠가 현업에 복귀하는 모양새다. 올 4월에 열릴 개발자 회의 ‘빌드'(BUILD)에 빌 게이츠가 참석하느냐가 어느 정도 신제품 개발에 가담하고 있는지를 보여줄 수 있는 상징성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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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사티아 나델라에 대한 평가는 ‘합리적’이고 ‘협상가 스타일’이라는 반응이 많다. 한 MS 관계자는 “스티브 잡스 같은 카리스마보다는 제프 베조스 같은 합리적, 실리적인 인물”이라는 평을 했다. 고집을 내세워 안 되는 비즈니스를 붙들고 있기보다는 현실적인 결정을 내리고 지원을 해주는 매니저 스타일이라는 이야기다.

이런 성격 때문에 걱정되는 부분도 있다. 현재 MS에는 고문 역할을 할 인재들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면 빌 게이츠를 비롯해 이사회로 자리를 옮기는 스티브 발머, 그리고 총의장을 맡은 존 톰슨, 케빈 터너 최고운영책임자, 심지어 스티븐 엘롭까지 목소리 큰 사람들이 많다. 사티아 나델라가 실리적으로 이들과 협의하며 일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자칫 휘둘릴 여지가 있다. 물론 빌 게이츠와 스티브 발머는 든든하게 힘을 실어주고 있는 상황이지만, 변수는 많다. 수장이 바뀐 공룡 기업에서 어느 정도의 리더십과 카리스마를 보여줄 지가 사티아 나델라 신임 CEO의 첫 번째 시험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