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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스피드뷰, 독자는 ‘서버’가 아닙니다

2014.02.06

독자 여러분은 웹툰 즐겨 보시나요? 저는 자주 봅니다. 좋아하는 웹툰 몇 개를 갈무리해두고, 매일 잠들기 전이나 출근길에 몇 편씩 보곤 합니다. 다른 포털사이트에서 서비스하는 웹툰도 좋지만, 제 경우에는 네이버에서 보는 웹툰이 가장 많습니다.

2월5일 자정께, 여느 때처럼 하루를 마무리하는 마음으로 네이버 웹툰에 접속했습니다. 웹툰의 다음 회차가 올라오는 시간이 보통 이때쯤이거든요. 다음 얘기가 궁금하기도 하고,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조급증에 아침까지 기다릴 수 없었던 것이죠. 가만 보니 새로운 기능이 하나 생겼더군요. 이름은 ‘네이버 웹툰 스피드뷰’. 네이버의 설명을 읽어보니 내일 올라오는 웹툰의 새 회차를 좀 더 일찍 볼 수 있도록 돕는 기능이라고 합니다. 냉큼 받아 설치를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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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 여러분, PC 좀 빌립시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스피드뷰의 기능은 네이버가 설명한 것이 맞습니다. 1회에서 2회로, 100회에서 101회로 이어지는 웹툰 서비스 특성상 스피드뷰는 다음 회차를 좀 더 빨리 볼 수 있도록 돕습니다. 하지만 네이버의 설명이 부족한 것도 사실입니다. 스피드뷰는 사용자 컴퓨터의 자원을 빌려 다른 독자에게 전송해주는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입니다. 마치 P2P처럼 사용자 컴퓨터가 일종의 웹툰 서버가 되는 셈이죠. 이게 무슨 말이냐고요?

네이버 웹툰은 이미지 파일로 돼 있습니다. 독자가 웹툰을 누르면, 웹툰 이미지가 독자의 PC로 전달되는 방식입니다. 이를 콘텐츠딜리버리네트워크(CDN)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네이버가 가진 서버에서 웹툰 이미지 파일을 불러온다는 얘기입니다.

스피드뷰는 ‘하이브리드’ 방식입니다. 원래 네이버 서버에서 내려받아야 하는 웹툰 이미지를 다른 사용자의 PC에서도 함께 불러온다는 뜻입니다. 스피드뷰를 설치한 독자로부터 웹툰 사진을 불러오는 기술이죠. 즉, 독자가 스피드뷰를 설치하면 네이버 서버와 스피드뷰를 설치한 다른 독자로부터 함께 웹툰 사진을 불러올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네이버가 웹툰 서비스에서 ‘그리드(Grid) 컴퓨팅’을 구현한 것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그리드 컴퓨팅이라고 하면, 보통은 사용자가 원하지 않는데 PC 자원을 잡아먹는다거나 안 좋은 기능이 설치된다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스피드뷰는 오픈 프로토콜이 아니라 외부 감염이 있을 수 없고 또 웹툰을 보는 동안에만 동작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독자가 웹툰 창을 닫으면, 스피드뷰는 동작을 멈춥니다. 그러니 사용자 PC에 그리 큰 부담을 주지 않는다고 네이버는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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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는 왜 이런 서비스를 개발한 것일까요. 저와 같은 독자의 조급증 때문입니다. 원래 네이버는 자정에 웹툰의 다음 회차를 올렸습니다. 하지만 웹툰을 조금 더 빨리 보고 싶어하는 독자를 위해 11시께 다음 회차 웹툰을 올리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더 빨리 보고 싶어하는 독자가 밤 10시부터 웹툰 서버에 접속해 ‘새로 고침’을 연타했으니 말입니다. 네이버 서버에 과부하가 걸린다는 것은 말할 것도 없겠죠.

네이버는 또 다른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11시에 그날 보여줘야 하는 모든 웹툰을 한꺼번에 올리는 것이 아니라 순차적으로 올리는 방법입니다. 예를 들어 같은 목요일 웹툰이지만 ‘치즈인더트랩’은 수요일 밤 11시에, ‘이말년 서유기’는 목요일 새벽 1시에 올리는 식으로 말입니다. 이 같은 방법이 네이버의 서버 트래픽 과부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을까요? 답은 ‘아니오’ 입니다.

네이버 관계자는 “웹툰을 빨리 보고 싶어하는 사용자를 위해 웹툰을 순차적으로 올리는 대신 모든 웹툰을 11시에 올리고, 스피드뷰 기능을 제공하게 됐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피드뷰는 네이버가 선택한 서버 트래픽을 줄이는 기술인 셈입니다.

“왜 독자에게 제대로 알리지 않았나”

네이버 관계자는 “스피드뷰 공지사항이나 스피드뷰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때 사용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충분히 이 사실을 알리고 있다”라며 “또, 스피드뷰의 그리드 컴퓨팅 기능은 사용자가 네이버 웹툰이 아닌 다른 일을 하거나 웹브라우징을 하지 않으면 동작하지 않는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네이버 웹툰 스피드뷰 기능을 끄면(OFF), 동작하지 않는다”라고 덧붙이기도 했습니다. 사용자에게 스피드뷰가 가진 기능을 충분히 알렸을 뿐만 아니라 이를 쓸지 말지 선택할 수 있도록 했다는 설명입니다.

사용자 처지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이버의 이 같은 해명은 궁색합니다. 우선 사용자에게 스피드뷰의 기능을 충분히 알렸다는 부분을 짚어봅시다. 공지사항에는 이렇게 쓰여 있습니다.

스피드뷰란,

23시부터 1분 간격으로 업데이트되는 웹툰 신규 회차를 PC에서 조금 더 일찍(22시 55분에) 보실 수 있는 서비스로, 스피드뷰를 설치하면 최단 10분~ 최장 30분 빠르게, 해당 일자에 업데이트되는 작품들을 감상하실 수 있습니다.

스피드뷰는 Windows용 익스플로러, 파이어폭스, 크롬 브라우저에서 이용하실 수 있으며, 자세한 이용 안내는 아래 내용을 확인해주시기 바랍니다.

스피드뷰가 일종의 그리드 컴퓨팅 기술이라거나, 사용자 PC의 메모리와 네트워크 자원을 소모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같은 웹페이지 밑에 있는 FAQ(자주 묻는 질문) 코너에서도 스피드뷰를 설명하고 있는데, 사정은 마찬가지입니다.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FAQ

Q. 반드시 설치해야만 빨리 볼 수 있나요?

A. 스피드뷰를 설치했을 때에만 네트워크 부하를 줄이고 원활한 데이터 전송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스피드뷰 도입 이전에는 네트워크 과부하 문제 때문에, 업데이트 시간을 분산시켜 운영해오고 있었습니다.

FAQ에도 사용자의 PC 자원 일부를 이용해 웹툰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내용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과부하를 줄일 수 있다는 모호한 설명만으로는 스피드뷰의 역할이 무엇인지 제대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는 동안 만나는 ‘사용자 약관’은 사정이 좀 낫습니다. 기술적 배경은 아니더라도 비교적 스피드뷰의 역할을 상세히 설명하고 있습니다. 사실상 사용자는 약관까지 자세히 읽어봐야 스피드뷰의 기능을 이해하게 되는 셈입니다. 하지만 약관은 그냥 지나치기 십상입니다. 약관을 읽지 않아 생기는 문제는 모두 사용자 책임으로 돌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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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스피드뷰 설치 약관

사용자의 PC 자원을 네이버가 좀 끌어다 쓴다고 해서 PC에 문제가 발생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래도 사용자의 자원을 끌어다 자사의 서비스를 구현하려는 네이버를 고운 시선으로 보긴 어렵습니다. 웹툰을 보는 사람이 11시부터 몰리는 통에 서버에 과부하가 발생한다면, 서버를 증설하거나 회사 차원에서 다른 방법을 구상했어야 합니다. 사용자 PC에 있는 메모리와 네트워크는 사용자의 자산이니까요. 이를 가져다 쓰는 과정에서 사용자가 이 같은 사실을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알리지 않은 것도 네이버의 잘못입니다.

저는 스피드뷰가 웹툰을 조금이라도 빨리 보고 싶은 사용자의 마음을 이용한 술책이라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소프트웨어를 설치한 직후 PC에서 지워버렸습니다. 스피드뷰를 쓰지 않으면, 저는 앞으로도 즐겨보는 웹툰의 새 회차를 다음 날 아침에나 볼 수 있을 겁니다. 조금 늦더라도 그냥 그렇게 하렵니다. 제 PC 자원을 네이버가 쓴다고 해서 돈이 빠져나간다거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제가 가진 PC의 자원은 오롯이 저의 것입니다. 네이버가 끌어다 쓰는 것은 원치 않습니다. 기술 배경을 상세히 알리지 않은 음흉한 소프트웨어라면 더더욱 그렇습니다. 독자는 네이버의 ‘자원’이 아닌 까닭입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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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의 해명을 바탕으로 오류를 바로잡습니다.

1. 보통 네이버 웹툰은 11시부터 11시30분이면 모두 다음회차 업데이트가 끝난다고 합니다. 본문에 “‘이말년 서유기’는 목요일 새벽 1시에 올리는 식으로 말입니다”라고 쓴 부분은 잘못된 부분입니다. 늦어도 11시30분에는 웹툰이 모두 올라간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입니다.

2. 네이버는 공지사항의 FAQ 2번에서 스피드뷰의 역할을 기술하고 있습니다.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Q. 이거 설치하면 제 컴퓨터에 안 좋은 거 아니에요?

A. 스피드뷰는 (PC 웹툰 페이지 내에서) 회원들 사이의 통신을 촉진하기 위한 한정된 목적으로 회원의 단말기 자원 및 네트워크 자원의 일부를 다른 회원에 대한 데이터 전송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 외의 목적으로는 일절 사용되지 않으며, 원하실 경우 스피드뷰 OFF를 통해 기능을 차단할 수 있습니다.

이 내용은 스피드뷰 소프트웨어 설치 볼 수 있는 ‘사용권 계약’에도 나와 있는 내용으로 사용자에게 스피드뷰의 역할을 상세히 전달하려 했다고 노력했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입니다. 또한 네이버는 기사가 나간 이후 공지사항의 FAQ 항목을 수정했습니다. 원래 3개 뿐이었던 FAQ 항목을 5개로 늘렸고, 스피드뷰의 역할을 상세히 기술하는 방향으로 고쳤습니다. 수정된 FAQ 그림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스피드뷰 사용 선택에 참고가 되길 바랍니다. (2월6일 오후 2시3분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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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deway@bloter.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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