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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서점, 구글만큼만 해 주오”

2014.02.07

북토피아는 1999년 설립됐다. 14년이 흘렀다. 한국 전자책 시장이 성장한 기간이 14년이라고 말해도 틀리지 않다. 캐나다의 전자책 서점 ‘코보’보다 10년이나 앞섰다. 하지만 전자책 서점은 제자리를 맴도는 것 같다. 그동안 해외의 전자책 서점은 저만치 앞서 가고, 한국은 뒤처지는 게 아닐까. 미국의 전자책 시장에서 존재감이 없는 구글에조차 말이다.

“구글에서도 전자책 매출이 납니다”

도서출판 길벗(이하 길벗)은 2014년부터 구글에서 전자책을 팔기로 했다. 교보문고, 리디북스, 네이버, 예스24, 아이북스에서 전자책을 팔았는데 유통 채널을 한 곳 더 늘리기로 한 것이다. 구글은 전자책 서점인 ‘구글플레이 북스’를 2012년부터 한국에서 운영해왔다.

길벗이 지금까지 만든 전자책이 400여권. 길벗은 1월17일부터 약 1주일 사이에 400여권을 모두 등록했다. 처음 등록한 날에서 보름이 지났을까. 세계 곳곳에서 길벗 책이 팔렸다. 미국에서는 기독교 관련 서적이, 일본에서는 개발 서적, 필리핀과 호주에서는 영어 학습 서적이 팔렸다.

이광희 길벗출판사 과장은 “보름 사이에 국내 서점에서 팔리는 것과 비슷한 매출이 나왔다”라면서 “등록한 책 대부분이 1번 이상 팔렸다”라고 말했다. 그는 매출보다 귀가 더 쫑긋할 얘기를 전해줬다. 구글플레이 북스로 책을 팔면서 한국의 전자책 서점과 자연스레 비교하게 됐다고 한다.

이광희 길벗 과장

▲이광희 길벗 과장

구글 “독자 상황에 맞춰 보여드리겠소”

길벗은 실용 서적을 많이 내는 편이다. 토익 문제집은 듣기평가 때문에 이미지와 MP3 파일이 들어가고, 컴퓨터 관련 서적에는 화면을 캡처한 이미지가 들어가니 전자책 용량이 클 수밖에 없다. 국내 전자책 서점에 이렇게 만든 전자책을 들고 가면 용량이 크다며 책을 되돌려받기 일쑤였다.

“국내 서점은 용량이 크면 이미지 해상도를 낮추거나 분권하라고 해요. 그렇게 해서 판다고 쳐요. 나중에 풀HD 기기 시대가 오면, 출판사가 이미지 해상도를 올려서 전자책을 다시 만들어야 하나요? 구글플레이 북스는 달랐어요. 책 1권 당 500MB가 아니라 2GB도 상관없다고 하더군요.”

출판사 욕심이야 독자에게 최상의 책을 보여주고 싶을 것이다. 하지만 독자도 고해상도 이미지를 쓴 책을 원할지가 의문이다. 헌데 그 의문을 구글이 풀었단다. 사용자가 책을 내려받는 단말기나 인터넷 접속 환경에 따라 전자책을 각 버전에 맞게 보내준다는 것이다.

“같은 영상이라도 아이패드 에어에서 내려받으면 HTML5로, PC에서 내려받으면 유튜브로 보여요. 환경에 따라 달라지죠. 우리가 MP3 파일을 고음질로 샘플링해도 사양 낮은 기기를 쓰는 독자는 저용량으로 내려받게 되죠.”

iOS·안드로이드·PC·e잉크 단말기도 지원

이 방식 덕분에 구글플레이 북스에서 산 책은 e잉크 전자책 단말기에서 볼 수 있다. 구글은 iOS와 안드로이드뿐 아니라 PC용 뷰어도 만들었다. 어도비DRM을 적용한 e잉크 전자책 단말기도 지원한다. PC에선 뷰어를 크롬 웹브라우저 확장프로그램으로 만들어 윈도우PC, 맥, 리눅스 등에서도 쓸 수 있게 했다. 독자가 구글 뷰어를 쓰기 싫다면 전자책 파일을 내려받아 어도비 DRM을 지원하는 뷰어로 읽으면 된다.

구글은 전자책을 등록하는 과정도 새로웠다고 한다. “아이북스도 그렇지만, 구글도 자동화돼 있더군요. 한국 서점은 사람이 입력하는데 말입니다. 제가 예전에 ‘USB 메모리에 담아 들고 간다’고 말한 것 기억하시죠?”

이광희 과장은 구글에 전자책을 올리면 12시간 안에 구글플레이 북스에 등록되는 것을 확인했다. 한국 서점은 담당자가 들여다보지 않으면 하세월인 것과 다른 경험이었다. 한국은 파일을 직접 건네거나 e메일로 발송하게 돼 있다. 출판사가 서점에 바로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있더라도 쓰기 복잡하다.

“글로벌 업체는 이렇게 앞서가는데, 한국은 전자책을 파는 데도 시간이 걸리면….” 이광희 과장은 뒷말은 애써 목구멍으로 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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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광희 과장은 구글 검색에서 ‘도서’ 카테고리로 가면 전자책과 종이책을 살 수 있게 한 점을 구글 전자책 서비스의 장점으로 꼽았다.

구글 플레이 북스 후기

▲이광희 과장은 전자책으로 종이책을 팔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되려면 출판사는 전자책을 잘 만들고, 서점은 그 책을 잘 보여줘야 하겠다. 이 팁이 간단한 것 같지만, 한국에서는 잘 작동하지 않는 듯하다.

그는 구글플레이 북스가 출판사에 주는 이점을 하나 더 들었다. 팔기 전 책을 독자에게 쏴 주는 기능이다. 독자의 구글 계정을 알고 있으면 출판사는 증정용이나 서평 의뢰용 책을 우편으로 보내듯 전자책을 보낼 수 있다. 나중에 독자가 구글플레이 북스에 들어가면 출판사가 보낸 책을 바로 읽을 수 있다. 이벤트 기간이나 보여주기로 한 기간이 지나면 출판사는 해당 책을 독자의 서재에서 뺄 수 있다. 그럼 독자의 서재에는 샘플북만 남는다.

“아, 하나 더 있네요. 아이북스나 구글플레이 북스는 오탈자를 수정해 전자책을 올리면 자동으로 반영돼요. 독자가 새 버전을 내려받을 필요가 없지요.” 한국 전자책 서점은 지원하지 않는 기능이라는 얘기다.

그는 구글의 전자책 서비스가 완벽하다는 얘기를 하려는 게 아니라고 거듭 말했다. 책장을 넘기면 MP3 파일이 재생되다가 정지된다거나, 레이아웃을 고정한 책 표현하기・문제 풀기・주석을 팝업으로 보여주기를 구현하지 못하는 것 등은 구글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구글플레이 북스에 책을 등록하면 자동으로 본문 검색에 책이 노출되는 것은 출판사가 꺼릴 요소라는 말도 덧붙였다. 그렇지만 이광희 과장은 국내 전자책 서점이 구글을 참고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제 얘기를) 국내 전자책 서점이 들으면 좋겠어요. 해외 서비스는 저만큼 가고 있어요. (앞서 말한 구글 전자책 서비스의 특징을) 지금까지 국내 서점은 안 했다는 거예요. 문제는 DRM이 아니에요. 전자책 시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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