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딩하는 예술가, 예술하는 개발자

가 +
가 -

2주 전께였다. ‘스탠포드 대학이 프로그래머들을 대상으로 시 백일장을 연다‘는 소식을 보게 됐다. 프로그래밍과 문학이 결합한다니, 신선했다. 여기저기 인터뷰를 청하고 정보를 뒤졌다. 그 과정에서 매우 흥미로운 사람을 발견했다. 예술가이면서 아디이어를 파는 아이작 베르트란(Ishac Bertran)이다.

내가 찾아낸 사례들은 대부분 대학교나 단체들이 주도해 기술과 인문학을 결합시키는 새로운 시도였다. 아이작은 달랐다. 그는 특정 단체에 속하지 않고 혼자 ‘코드폼(code poem)’이라는프로젝트 진행했다. 코드폼은 시 내용을 프로그래밍 문법에 맞게 책으로 출판한 일종의 예술작품이다. 이 작품은 와이어드 20주년 기념호에 실리기도 했다. 아이작이 운영하는 블로그에 들어가니 더 흥미로운 작품들을 볼 수 있었다. 대부분 인문학과 기술을 결합한 작품들로 컴퓨터, 음악, 미술을 두루 활용했다. 다른 작품들도 CNN, LA타임스, 인디펜던트, 더넥스트웹, 기즈모도 등 외국 언론에 여러 차례 소개됐다고 한다.

code_poem

와이어드 20주년 기념호에 소개된 ‘코드폼’. 아이작은 프로그래머 친구들과 이야기하다 코드폼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친구들이 항상 코드를 어떻게 하면 이해하기 쉽게 전달할 수 있을지에 대해 토론했던 덕분이다.  그는 코드가 가진 형식미를 보여주는 예술작품을 만들기로 결심했다. 

작품을 살펴볼수록 아이작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개발자인지, 디자이너인지, 예술가인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 없었다. e메일로 인터뷰를 청한 끝에, 스카이프로 직접 영상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그는 내가 가장 궁금해했던 걸 먼저 알려줬다. “현재 직업은 프리랜서 예술가이자 아이디어 제공자예요. 기술과 사람을 연결할 수 있는 모든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재미있는 작품을 만드는 일을 하죠.”

Ishac_Bertran

▲아이작 베르트란

아이작은 2006년 스페인 카탈로니아 기술대학(UPC)에서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2010년에는 덴마크 코펜하겐 대학원(CIID)에서 융합학문인 인터랙티브 디자인을 공부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만든 졸업 작품 ‘Pas A Pas’로 국제디자인경진대회 우승을 거머쥐기도 했다. 2013년에는 뉴욕에서 코딩과 예술에 관련된 융합수업을 가르치는 ‘시적연산학교'(School for Poetic Computation)에 참여했다.

[vimeo id=”17885101″ align=”center”]

▲아동 교육에 관심이 많은 아이작은 나무 블록으로 창의력 수업을 진행하는 것을 보고 나무 블록과 디스플레이를 활용해 새로운 교육 도구를 만들었습니다. ‘Pas A Pas’는 스페인 전통언어로 ‘한 단계씩 천천히’라는 뜻을 가졌습니다. 

☞Pas A Pas 동영상 보기

“제 작품은 때로는 프로그램이 되기도 하고, 미술작품이나 음악이 되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12년에 만든 ‘공간인식 기기(Spatially Aware Device)’란 작품은 프로그램입니다. 아이폰과 맥을 붙이고 손으로 드래그하면 바로 웹페이지 내용이나 그림 파일을 옮길 수 있는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입니다.” 그는 또한 컴퓨터끼리 작동하는 방식을 대화로 비유하는 ‘토킹’을 만들고 전시회를 열기도 했다.

[vimeo id=”40117938″ align=”center”]

☞공간인식 기기(Spatially Aware Device) 작품 소개 동영상 보기

많은 예술가가 그러하듯, 아이작도 창작의 기쁨을 위해 예술작품을 만든다고 했다. “가만히 있다 보면 문득 기존에 있던 아이디어를 바꾸고 싶은 생각이 들어요. ‘왜 그 작업은 그 재료만 쓰지?’ ‘왜 항상 그 모양이지?’하는 생각이 들면서요.” 그는 결과물이 어떻게 나오는지 보다 그 과정을 훨씬 즐기는 것처럼 보였다. “저는 무언가 시도하고 탐험하는 그 과정을 매우 좋아해요. 모든 작품은 제 호기심을 해결하기 위해서 만들어진 것이죠.”

그의 열정이 예술작품에 고스란히 담겨서일까. 아이작의 작품들은 외부 기업이나 단체에서도 인기가 높다고 한다. 새로운 프로그램이나 작품을 공개할 때면 이곳 저곳에서 작품을 통째로 사겠다거나 라이선스를 갖고 싶다는 제안도 밀려든다. 그렇지만 아이작은 “대부분의 제안은 거절한다”라고 말했다. “상업적인 제품과 개인 예술작품은 구분하고 싶어요. 제 작품은 대중에게 소개하는 데 만족합니다.”

작품을 팔지 않는다면 아이작은 어떻게 연구비나 제작비를 마련하는 걸까? 그는 예술가 이외에 또 다른 직업을 가지고 있다. 기업에 아이디어를 조언해 주는 ‘아이디어 자문위원’이다. “디자인, IT, 자동차 회사에서 기술과 예술을 결합하는 시도를 많이 하고 있습니다. 저는 제품이 만들어지기 전에 개념을 잡아주거나 사용자환경(UI)을 제작하는 일에 주로 참여합니다. 지금은 3~4개 프로젝트에 대해 컨설팅을 진행하고 있어요. 지금은 구글 크리에이티브랩에 소속돼 다른 예술가들과 협업하며 매일 토론하고 있습니다.”

아이작은 대학 졸업 후 HP에서 연구원으로 일했다. 그 뒤 도요타, 인텔, 레고, 네슬레 등과 함께  아이디어를 구성하는 프로젝트에 꾸준히 참여하고 있다.  “개인적인 예술작품과 상업제품을 만드는 일 둘 다 균형 있게 하려고 노력합니다. 현실적으로 돈을 벌기도 해야 하고요. 무엇보다 상업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도 다양한 방식을 이용하기 때문에 또 다른 예술적 영감을 받는데 도움이 됩니다.”

[vimeo id=”25547151″ align=”center”]

▲’윈도우 투 더 월드(Window to the World)란 작품은 2011년 아이작이 도요타와 협업해 만든 개념입니다. 이 아이디어는 달리는 차 창문이 바깥 풍경을 캡처하고, 운전에 필요한 정보를 창문에 보여주는 기술입니다.  

☞윈도우 투 더 월드(Window to the World) 소개 동영상 보기 

창작을 하는 과정은 즐거울 수 있지만, 매일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각해내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 하면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번뜩 떠오를 수 있을까. 아이작은 내부 동기가 창의력의 가장 큰 원천이라고 말했다. “자신이 가장 궁금한 점을 먼저 찾고 호기심을 가지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본인이 흥미로워하는 부분이라면, 끝까지 그 고민을 갖고 갈 수 있는 힘이 생기죠. 다른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해서는 안 됩니다. 어느 과정이든 항상 성공과 실패가 반복될 수밖에 없으니까요.”

아이젝 베르트란 개인 작품 목록
A Minute Within / Two Lines / The mental space / Flaps / Less Strangers / code {poems} / Generative Photography /Window to the World / Pas A Pas / The Discreet Window / ±Pole /Linyl / Bits / Scriba / LSSE / Mimicry / Atmo /
rideCPH / Pixel /Break My Body / Patinek

아이젝 베르트란 팀 작품 목록
Spatially aware devices / A/D Burning & DodgingLittle Presse-Cork / Picversa / Analog Vinyl SamplingAmperSend /
Ma Bohème / Dencities / Perception / Flow/er / Fusta / Click / Step / Embrace /
Sharp /Culinario / Bags / Earrings

네티즌의견(총 4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