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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식으로 기사를 쓰시면 앞으론…”

2014.02.14

“저희에게 서운한 일 있으세요?”

수화기 너머에서 대뜸 볼멘소리가 건너왔다. LG전자가 새 스마트폰 ‘G프로2’를 발표한 날 저녁이었다. 목소리엔 불쾌함이 잔뜩 실려 있었다. LG전자 홍보실이었다. 이 시간에 업체 담당자로부터 오는 전화는 대개 두 종류다. 급한 일이거나, 안 좋은 일이거나. 역시나였다. 이날 쓴 G프로2 관련 기사가 발단이었다.

이 담당자는 기사가 썩 마음에 들지 않았나 보다. 그는 뭔가 불만이 있어 기사에 부정적인 인식을 깔고 쓴 것 아니냐고 내게 따졌다. LG에 감정이 있을 일도 없고 나쁜 감정도 없는 나로선 어리둥절했다. 설령 감정이 있다 하더라도 그걸 기사에 담는 건 편집국이 용납하지 않는다. 그렇게 쓴 기사는 십중팔구 ‘킬’을 당한다.

그는 내 기사를 두고 말했다. “그런 식으로 기사를 써도 됩니까? 이거, 너무 가볍게 이야기한 것 아닌가요?”

나도 궁금해졌다. 혹시 내가 기사에 잘못된 정보를 넣었나? 가볍게 얘기했다는 건 무슨 뜻일까. 입장을 바꿔보면, 당사자 입장에서는 불쾌할 수도 있지 않을까. 그래서 밤새 내가 쓴 기사를 읽고 또 읽어봤다.

예를 들면 전면 카메라 플래시 기능이 그렇다. 셀프카메라를 찍을 때 플래시 버튼을 누르면 미리보기 화면이 작아지면서 주변을 밝은 흰색으로 채운다. 그게 얼굴에 비치면 플래시 효과를 낸다. 기발하기도 하고, 없는 것보다야 낫겠다 싶기도 하지만 ‘뭘 이런 것까지’라는 생각도 든다.

화면이 커지면서 한 손으로 쓰는 문제도 고민한 것 같은데, 맨 아래 홈버튼 영역을 가로로 스윽 문지르면 화면이 확 작아진다. 한 손으로 키보드를 치거나 앱을 실행할 수 있을 만큼 작아지고 원하는대로 화면 크기를 조정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써보면 한 손으로 잡고 뭔가 누르는 것이 어색해서 결국 두 손을 쓰게 된다. 없는 것보다야 낫겠지만 잘 쓸 것 같지 않은 기능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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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나 홍보담당자나 입장은 비슷하다. 서로 힘든 부분을 잘 아는 사이다. 밤 9시가 넘어서까지 그날 나간 기사들을 정리하고 기자들에게 피드백을 줄 정도로 일이 많고 힘든 사람들이다. 까칠한 기자들을 상대하는 일 또한 쉽지 않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런 사람들에게 재를 뿌릴 이유가 없다. 그것도 신제품에 대해서 말이다. 하지만 이날 전화기 너머 홍보담당자의 반응은 이런 내 상식을 뒤집었다.

LG전자 홍보팀 소속이라는 이 담당자가 지적한 표현은 이를테면 이런 것이었다. ‘없는 것보다 낫다’, ‘뭘 이런 것까지 넣었나’라는 표현이다. 그가 말한 ‘그런 식의 기사’란 글쓴이의 주관적 견해가 들어갔다는 점을 두고 한 말이다. 물론 주관적인 평가가 들어가는 제품 평가 기사에 대해 동의하지 못할 수 있다. 하지만 이 담당자의 비난은 선뜻 받아들이기 어렵다. 기사의 ‘톤앤매너’를 결정하는 건 매체의 고유 권한이다. 블로터닷넷도 객관적인 제품 사양만 줄줄 읊는 기사보다는 기자나 주변 사용자의 평가를 곁들이는 기사를 선호한다. 그런 편집국 시스템이 엄연히 적용돼 있는 미디어다. 물론 나도 기사를 ‘가볍게’ 쓰지 않으려 늘 노력한다.

기사에서 하고팠던 말은 ‘LG전자 신제품이 좋지 않다’는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건 스마트폰 시장의 과다한 기능 경쟁을 꼬집은 기사였다. 안드로이드폰의 경쟁 구도를 돌아보자. 초기에는 성능 경쟁에 치중했지만, 퀄컴 칩셋이 거의 기준처럼 정착되며 지금은 어떤 스마트폰을 사든지 성능은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 디스플레이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요즘은 모든 제조사들이 소프트웨어, 특히 사용성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 UX, 이른바 ‘사용자경험’을 극대화해 차별화하려는 심산이다. 그 고민의 흔적이 제품에 녹아 출시된다.

허나 지나치면 모자라느니만 못 하다. 오히려 기능이 너무 많이 들어가 사용성을 해치는 경우가 많다. 늘 쓰는 스마트폰이지만 뭘 하나 쓰려면 그 메뉴가 어디 있는지 헷갈린다. 이를 제스처나 단축기능으로 넣으면서 원치 않게 동작하는 경우도 적잖다. 그러다 보니 애써 만든 기능을 실제 이용자들은 안 쓰는 사례가 허다하다. 대부분은 그런 기능이 있는지도 잘 모른다. 제품 발표나 리뷰, 혹은 판매점에서 보여줄 때는 솔깃했지만 이내 잊고 마는 그런 기능들 말이다.

그런만큼 제품을 차별화하려면 기능을 자꾸 덧붙일 게 아니라 한정된 기능을 더 쓰기 쉽게 만들어주어야 한다는 것은 블로터닷넷이 입버릇처럼 강조해 온 주장이다. 기능은 앱으로 채워넣으면 된다. 그러라고 만든 게 스마트폰 아닌가. 그대신 쓰기 쉽고 원하는 기능들을 쉽게, 자주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총체적인 UX, UI의 고민이 필요하다.

G프로2도 그 관점에서 예외가 아니었다. 카메라 기능은 놀라웠다. 고급 디지털 카메라도 못 하는 4k 동영상 촬영을 척척 해냈고, 사진을 찍은 뒤 초점을 맞출 수 있는 기능은 훌륭했다. 게다가 손떨림 방지 기능은 다른 스마트폰엔 없는 LG만의 기술이다. ‘카메라’라는 주제에 집중하고 그에 대한 기술들을 적절히 만들어낸 기획팀과 개발팀의 호흡에도 찬사를 보내고 싶다. 적어도 카메라에서는 UX가 잘 다듬어졌다는 인상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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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몇 가지 기능들은 군더더기로 보였다. 화면을 작게 만들고 흰 화면을 띄우는 전면 플래시는 아이디어는 좋았지만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용하게 쓰는 이도 있겠지만, ‘굳이 이런 것까지 넣었나’ 싶기도 하다. 화면을 축소해 보여주는 기능도 마찬가지다. 정말 이용자들이 이 기능을 쓸까? 발표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눈 주변 기자들의 반응도 비슷했다. 실제로 한 손으로 쓰는 것도 편하진 않았다. 누군가는 “나는 편한데”라고 하면 할 말 없겠지만 제품 자체의 가로폭이 너무 넓다보니 결국 한 손으로는 제품을 쥐고 다른 한 손으로 터치스크린을 만질 수밖에 없었다. 이런 기술은 ‘보여주기 위한’ 기능에 가깝다. 심하게 이야기하자면 이용자가 쓸 기능이 아니라 마케팅용 기술이 아닌가 싶을 정도다.

이는 비단 LG에만 해당하는 이야기는 아니다. 애플도, 삼성도 마찬가지다. 팬택이라고, 소니라고, 모토로라라고 다를까. 신제품이 나올 때마다 덕지덕지 도배되는 기본 앱 공해는 이미 도를 넘어섰다. 이제서야 기본 앱들을 일부나마 이용자가 지울 수 있도록 한단다. 사람들은 좀 더 깔끔한 UX를 원한다는 얘기다.

스마트폰은 지금보다 더 깔끔한 UX를 제공해야 한다. 그러려면 ‘선택과 집중’에 신경써야 한다. 2012년 가을 LG전자가 ‘옵티머스G’를 내놓았을 때가 딱 그런 느낌이었다. 당시 LG전자도 “쓰지 않는 기능들을 우겨넣을 것이 아니라 꼭 필요한 기능, 꼭 쓸 것 같은 기능들을 추려서 넣었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불과 1년 반 사이에 희미해진 그 마음가짐이 안타까웠다. 이제 세계 시장에서 눈여겨보는 스마트폰을 한창 내고 해외로 나가려는 LG전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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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G프로2 발표회를 보며 그런 사용성 문제를 되새김질했다. 그게 이번 기사다. 막 야심차게 발표한 따끈따끈한 제품에 누군가 마뜩잖은 평가를 내린다면 기분이 좋진 않을 테다. 그 심정은 십분 이해한다. 하지만 뒤이어 전화기로 들려온 담당자의 말은 내 귀를 의심케 했다.

“발표 행사를 준비하고 여는 것은 결국 어느 정도 좋은 의도를 기대하는 것인데, 이런 식으로 하시면 앞으로 우리 회사 행사에 초대하는 것 자체를 고민할 수밖에 없습니다.”

맙소사. 비슷한 이야기를 10년쯤 전에 한 번 들었던 적이 있다. 이와 비슷한 ‘협박성’ 전화를 한두 번쯤 안 받아 본 동료 기자들을 찾기 어려울 정도다. 이는 이름이 덜 알려진 매체일 수록 훨씬 심하다. 이런 전화를 한두번 받게 되면 다음부터 그 기업이나 제품 기사를 쓸 때 저도 모르게 움츠러들게 된다. 이른바 ‘자기검열’을 하게 되는 것이다. 그게 인지상정이다. 이런 식으로 담당 기자를 잘 ‘길들이는’ 홍보담당자가 능력 있는 직원으로 인정받는 게 업계 현실이다.

일주일이면 10여개 안팎의 크고작은 신제품 발표회 행사가 열린다. 기자를 상대하는 행사도 있고, 이용자나 블로거를 대상으로 한 행사도 적잖다. 궁금하다. 이런 행사에 초대받으면 실제로 보고 만진 느낌 대신 ‘그저 좋게좋게 써야’ 하는 것일까. 발표회에 참석한 다른 기자나 블로거는 주관적 평가나 인상을 곁들인 글을 올리지 않는 걸까. 어차피 대중의 정서와 괴리된 주관적 평가를 담은 기사는 독자들에게 처참히 깨지게 마련이다. 가볍고 무거움을 평가하는 건 독자 몫이다.

오랜 기간 여러 전문가가 공들여 만든 신제품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성공하길 바라는 마음은 누구나 똑같을 게다. 그렇다고 사탕발림만 늘어놓는 게 과연 그 기업과 제품의 발전에 보탬이 되는 일인지는 생각해 볼 일이다. LG전자의 신제품 발표 행사장이 ‘친위대’를 원하는 자리였다면 애당초, 그리고 앞으로도 참석하고 싶진 않다.

그러고보니 이 기업, 불과 며칠 전에 홍보대행사를 통해 “유료 제품 리뷰를 진행할 수 있냐”고 문의했던 그 곳 아닌가. 그렇게 금전과 치환한 매체의 기사도 주관적 표현 없이 제품 사양만 줄줄이 나열할까. LG전자는 그런 기사에 대해 ‘무거운’ 평가를 내릴까. 넋두리를 하다보니 궁금증만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