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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인터넷을 위하여”…구글코리아 3년의 기록

2014.02.21

2월19일 저녁 7시30분. 역삼동 강남파이낸스빌딩 21층에 있는 회의실이 사람들로 꽉 찼다. 앉을 자리를 못 찾아 구석에 몰아둔 의자를 꺼내 앉는 사람이 있었다. 1시간여 지났을까. 구글코리아의 정김경숙 홍보담당 상무가 마이크를 잡았다.

“그동안 샌드위치 4천개를 준비했습니다. 40명이 넘는 발표자를 모셨고, 토론자를 합하면 80명 정도네요.”

이날은 구글코리아가 3년째 진행한 ‘인터넷 개방성 포럼’의 마지막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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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개방성 포럼 마지막 강연. 주제는 ‘6강 (2월 19일) 인터넷 혁신과 비즈니스 가치창출’이었다.

인터넷 개방성 포럼은 2011년 5월 시작했다. 구글코리아는 달마다 강연을 하나씩 준비했다. 한 번 시작하면 5~6강을 내리 진행하고, 1~2개월 쉬었다가 다시 열렸다. 이렇게 3년 동안 6기까지 진행됐다. 총 40회 강연이 열렸고, 50여명이 강사와 토론자로 참여했다.

강연 주제는 묵직했다. 첫 테이프를 끊은 강연은 ‘인터넷에서의 표현의 자유와 제한적 본인확인제’였다. 제한적 본인확인제는 인터넷 실명제의 법률상 이름이다. 첫 강연이 열린 2011년 5월은 인터넷 실명제가 위헌 결정을 받기 전이다. ‘실명 인증하지 않고 말할 권리가 있다’는 얘기는 다소 급진적인 얘기로 치부될 때였다.

정김경숙 상무는 “표현의 자유, 인터넷 실명제는 뜨거운 감자였다”라며 인터넷 개방성 포럼을 시작한 3년 전을 떠올렸다.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나기 직전이었어요. 그런 상황에서 구글 행사로 가져가는 게 부담스러운 면도 있었죠. 그래도 첫 강의가 가장 뿌듯해요.”

첫 강연만 부담스러웠을까. 공인인증서와 오픈웹, 망 중립성과 통신 요금, 저작권 공정이용 등 논란거리만 고른 것 같았다. 어느 날은 큰 화면에 검색엔진이 접근하지 못하게 막은 정부 웹사이트를 하나하나 띄우며 지적을 이어갔다. 하필 그날 청중으로 참석한 공무원의 소속 부처 홈페이지가 도마에 올랐다. 이렇듯 인터넷 개방성 포럼에서 나오는 얘기는 누군가를 불편하게 했다. 특히 담당 공무원이 거북하게 여길 얘기가 많았다. 정부 압박하기가 목표였던 걸까.

정재훈 구글코리아 변호사는 인터넷의 기본 정신을 알리고 싶었다고 말했다.

“인터넷의 기본 가치가 개방, 공유, 참여예요. 그 정신을 실현하면서 인터넷을 활용하자는 게 오픈 인터넷이죠. 누구나 자유롭게,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고 혁신하면서 인터넷의 가치를 최고로 끌어올릴 장을 마련하고 싶었어요. 적어도 1년은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구글코리아 정재훈 변호사 정김경숙 상무

▲정재훈 구글코리아 정책변호사(왼쪽)와 정김경숙 홍보 상무. 인터넷 개방성 포럼은 두 사람이 아이디어를 내어 시작했다.

1년을 내다보던 인터넷 개방성 포럼은 3년 동안 계속됐다. 그 동안 공인인증서는 3번이나 반복해서 강연 주제로 올랐다. 강사는 늘 같았다. 액티브X 없는 공인인증서 운동을 2006년부터 벌인 김기창 교수였다. 인터넷 접근성은 강사를 바꿔가며 3번이나 강연 주제로 선정됐다. 시각장애인이자 구글에서 웹 접근성 기술을 개발하는 T.V. 라만 박사, 한국의 스티븐 호킹으로 불리는 이상묵 서울대학교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시각장애인을 위한 문서 저작도구 ‘소리문’을 개발한 김석일 충북대학교 교수가 강단에 섰다. 이렇듯 사용자를 불편하게 하고 한국 인터넷이 풀어야 할 숙제는 강연회에 반복해서 나왔다.

강사진은 화려했다. 한국에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운동을 정착한 윤종수 CC코리아 리드, 망중립성과 인터넷 거버넌스, 개인정보보호 등 인터넷을 둘러싼 이슈에 잔뼈가 굵은 전응휘 오픈넷 이사장, 한국정보법학회장으로 활동한 강민구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저작권법 전문가인 임원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저작권정책관 등 분야별 전문가가 강사로 나왔다. 정김경숙 상무는 “강사를 섭외할 때 취지를 말하면 명함 한 번 주고받은 사이일지라도 흔쾌히 승낙했다”라고 말했다. 섭외 실패율은 ‘제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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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터넷 개방성 포럼 1기 강연 주제와 강사 목록

인터넷 개방성 포럼은 IT 기자를 위한 강연에서 출발해 점차 대중 강연으로 확대됐다. 주제에 따라서 업계, 학계, 법조계 사람이 참석했다. 참석자가 늘자 강연 장소도 넓어졌다. 10명 남짓 들어가는 회의실에서 70~80명을 수용하는 대회의실로 옮겼다. 이상묵 교수가 강연할 때는 구글에서 공간이 가장 넓은 식당 겸 카페로 옮겼다. 입소문이 나면서 100명을 수용할 수 있도록 회의실의 책걸상이 바뀌었다.

청중이 늘면서 강사뿐 아니라 청중도 배움을 주는 역할을 맡았다. 그 역할은 강연의 마지막 질문 시간에 빛이 났다. 정재훈 변호사는 “질문을 주고받는 걸 들으면 ‘저런 시각도 있네’라고 생각하게 된다”라면서 “그러다 보면 모든 이슈가 드러난다”라고 말했다. 특히, 올 1월 강연이 인상 깊었단다.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가 ‘창조경제와 정부정책’을 주제로 얘기했어요. 손들고 질문하는 분마다 규제의 대표적인 예로 공인인증서를 들었죠. 저도 ‘사람들이 문제점으로 느끼는 게 산재했고 대표적인 게 공인인증서다. 그런데 아무리 말을 해도 안 바뀌는데 어떻게 하면 좋으냐’라고 물었죠. 그랬더니 ‘목소리를 내야죠, 일어서야죠’라고 대답하시더라고요. 그러고 나서 이틀 뒤 전화가 왔어요. ‘한 번 해보겠다’라고요.”

이민화 교수는 그 뒤로 공인인증서 개정 10만인 서명 운동을 벌이고, 2월25일 공인인증서와 개방성을 주제로 한 토론회를 열었다.

강연 한 번에 세상이 그리 쉽게 바뀌랴. 그렇지만 사람들이 움직이게 만든 것은 뿌듯한 일일 것이다. 앞으로 7기, 8기… 강연을 계속하면 이민화 교수의 공인인증서 개정 10만인 서명 운동보다 더 큰 움직임이 일어날 것만 같다. 그런데 왜 6기에서 멈추려는 것일까. 정김경숙 상무는 마지막 강연을 1주일 앞두고 ‘인터넷 개방성 포럼 마지막 초대장’이란 제목의 e메일을 보냈다.

“오픈넷 아카데미 얘기를 들어보니까 열 몇 명 들어가는 데서 했대요. 더 많은 사람이 들으면 좋을텐데, 너무 아까웠죠. 그래서 우리와 목적도 비슷하고 하니 오픈넷 아카데미를 ‘구글에서 하십시오’ 그랬어요. 우리 때문에 생긴 강연은 아니지만 풀뿌리NGO에 이어주게 됐죠.”

오픈넷 아카데미는 사단법인오픈넷이 2기째 운영하는 교육 프로그램이다. 오픈넷은 표현의 자유와 망중립성, 인터넷의 개방성, 프라이버시 등 인터넷 문화와 규제에 관한 운동을 벌인다. 인터넷 개방성 포럼이 줄곧 다뤄온 분야다.

정재훈 변호사는 “우리와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으니까 자연스럽게 연계하거나 계승하는 방법으로 우리는 빠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라고 말했다.

두 사람은 누가 시키지 않았는데도 손들고 나서서 인터넷 개방성 포럼을 꾸렸다. 3년, 그 끈을 놓기가 아쉽겠다.

“한 가지 아쉬운 게 있어요. 참석한 분들은 인터넷을 아는 분이였어요. 인터넷에 관한 지식이 있고 대부분 오픈 인터넷을 지지하죠. 그렇지 않은 분들이 왔으면 어땠을까 싶어요. 모시기 어려웠겠지만, 지금와 생각하면 더 많이 불렀어야 했는데….”

그러면서 “딱 한마디만 하겠다”라고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권헌영 교수님이 강연에서 이런 얘기를 했어요. 인터넷에 있는 사람들은 불만이 있으면 댓글로 달고 잊어버린대요. 그래가지고는 안 바뀐다고요. 불만, 건의, 개선사항을 지속적으로 내야 한대요. 우리가 판을 벌려봤는데 사람들이 그 가치(오픈 인터넷)에 공감하면 적극적으로 행동으로 보여주면 좋겠어요. 그래야 인터넷이 이상대로 개방과 공유, 참여의 가치를 지닌 인터넷으로 남지 않을까요.”

☞인터넷 개방성 포럼의 강사와 강연 주제 목록 (강연 녹취록과 강연 자료가 공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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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터넷 개방성 포럼 6기 강연 주제와 강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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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터넷 개방성 포럼 5기 강연 주제와 강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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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인터넷 개방성 포럼 3기 강연 주제와 강사 목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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