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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운트곡스 파산, 비트코인에는 ‘약’

2014.03.03

‘몰락, 파탄, 추락.’

요즘 비트코인을 다룬 기사 제목에 나온 낱말이다. 비트코인 거래소 마운트곡스가 2월28일 일본 법원에 파산을 신청했기 때문이다. 비트코인을 상징하던 웹사이트가 문을 닫자 비트코인 자체가 한계를 드러냈다는 얘기도 나온다. 만 5년인 전체 비트코인 역사를 통틀어도 마운트곡스 파산은 큰 사건이다. 이를 어떻게 봐야 할까. 정말 비트코인 역사에 마침표가 찍힌 걸까. 아니면 신생 기술이 자리를 잡아가는 과정에 성장통을 겪는 걸까. 국내 비트코인 거래소 3곳에 물어봤다.

마운트곡스 파산 신청 공고문

마운트곡스는 비트코인 역사와 맥을 같이 하던 곳이다. 비트코인이 널리 알려지기 전인 2010년 문을 열고 비트코인과 함께 커 왔다. 2013년 4월에는 전세계 비트코인 거래 가운데 70%가 마운트곡스에서 이뤄지기도 했다.

한때 비트코인을 대표했던 마운트곡스는 지난해 말부터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마운트곡스에 넣어둔 비트코인이 꺼내지지 않는다는 제보가 속속 나타났다. 오래 전부터 알려져 있던 비트코인 거래 오류를 보완하지 않고 방치해뒀기 때문이었다. 마운트곡스는 사용자 몰래 이 문제를 봉합하려 했지만 제때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인출 지연 문제를 겪는 사용자가 크게 늘자 많은 사용자가 불안을 느끼고 마운트곡스에 맡겨둔 비트코인을 꺼내려고 몰려들었다. 마운트곡스는 ‘뱅크런’ 사태까지 치닫자 모든 인출 업무를 멈췄고, 보름 뒤인 2월28일 고객예치금과 거래소 자체 자산 85만비트코인(5천억원)을 해킹당했다며 파산을 신청했다.

마운트곡스 파산, 비트코인 시장에 위기?

김진화 한국비트코인거래소(코빗) 이사는 지금 상황이 위기라는 지적엔 동의했지만, 확대 해석은 경계했다. “위기는 맞죠. 그런데 이런 위기는 5년 동안 계속 있었어요. 마운트곡스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건 이미 시장이 알고 있었거든요. 또 이게 비트코인 시스템의 근본적인 결함은 아니잖아요. 마운트곡스에 한정된 문제죠.”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도 마운트곡스 파산은 한 업체의 문제라고 말했다. “마운트곡스라는 거래소가 아주 초창기에 생겼잖아요. 아직 보안이라든지 금융이라는 의식이 없던 때에 시작했기 때문에 내부에 문제가 있었을 겁니다. 고객 돈 관리 시스템이나 돈 세탁에 관한 부분에도 문제가 있었을 거예요. 작년 하반기에도 면허 없이 미국에서 영업하다가 500만달러를 압수당했잖아요. 언젠가 곪아 터질 문제를 안고 있던 회사였던 거죠.”

김대식 엑스코인 대표는 언론이 마운트곡스 파산을 부풀린다고 꼬집었다. “마운트곡스는 2월7일부터 불안했거든요. 그때부터 시세가 내려갔고, 이제 60만원 초반대에 안정된 단계죠. 이젠 리스크가 터질 만큼 터졌다고 봅니다. 거의 마무리 단계에 언론이 기사를 내고 죽었다 살았다 평가하는 건 이슈를 만들기 위한 거라고 봅니다.”

“국내에선 오히려 비트코인 사들였다”

말 많고 탈 많던 마운트곡스가 2월말 파산을 신청했을 때 시장 반응은 어땠을까. 다들 비트코인이 휴짓조각으로 전락하기 전에 내던지기 바빴을까. 김대식 엑스코인 대표는 오히려 사들이는 사람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어느 은행이 불안하다고 하면 돈을 꺼내겠다는 사람이 많아지잖아요. 그런데 마운트곡스가 내려갔을 때 엑스코인에는 비트코인을 사겠다는 고객이 더 많아졌어요. 당시엔 저도 의아하긴 했어요. 많은 사람이 비트코인이 지닌 잠재력을 믿는다는 뜻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만 그런 게 아니다. 세계적으로도 비슷한 일이 생겼다. 마운트곡스가 2월 내내 문제를 일으켰지만 비트코인 시세는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한 달 동안 90만원에서 60만원으로 내려앉기는 했지만, 크게 출렁이지는 않았다. 마운트곡스에서 인출 거래가 중단되자 BTC-e나 비트스탬프 같은 다른 거래소 거래가 늘어 충격을 흡수했다. 지난해 말 중국 중앙은행이 비트코인 거래를 금지했을 때 이틀 만에 40% 가까이 떨어졌던 점에 비교해 보면 상당히 안정적인 모습이다. 언론의 우려가 과장됐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는 말이다.

중국 중앙은행과 마운트곡스 가격 변동 비교

비트코인 신뢰 높이는 계기 돼야

세 거래소는 마운트곡스 파산 신청을 도리어 반겼다. 문을 걸어닫았던 지난 보름에 비해 사태가 훨씬 더 투명하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김진화 코빗 이사는 마운트곡스 문제를 성장통이라고 봤다. “이번 기회가 비트코인 거래소의 신뢰성을 높일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고객이 비트코인 서비스의 신뢰성을 따지게 되고, 저희 같은 비트코인 업체도 ‘안전하다’고 말만 하는 게 아니라 기술적으로 신뢰를 줄 수 있는 방법을 마련하게 되는 거죠. 비트코인 시장이 성숙해가는 과정에 겪는 성장통으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마운트곡스는 과거 대표기업으로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거고, 새롭게 등장하는 거래소로 세대교체가 될 수도 있겠죠.”

어준선 코인플러그 대표도 장기적으론 좋은 영향을 미치리라고 전망했다. “마운트곡스 파산이 기회가 돼 비트코인 업계도 고객 자산을 보호하는 시스템을 만들게 될 겁니다. 기존 은행 시스템이 갖춘 회계감사라든지 보안 기능을 갖추게 될 거라고 봅니다.”

김대식 엑스코인 대표는 소비자를 보호하는 규제가 나올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영세업체에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하는 법적 안전장치가 만들어질 수 있다고 봅니다. 전면적인 규제는 아니겠지만, 웹하드가 자본금 몇억원 이상이어야 사업허가를 내주듯이 쉽게 ‘먹튀’할 수 없게 하는 제안이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웹하드 사업자는 2011년부터 자본금이 3억원 이상임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증명해야 사업을 할 수 있다.

비트코인 시장에 뛰어든 이들만 지금 상황을 관조하는 건 아니다. 경제계에서도 비트코인 생태계가 진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는 의견이 나왔다. 김건우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은행도 초기에는 지급불능 문제라든지 위기를 겪으면서 예금보호장치 등 보호책이 마련됐다”라며 “짧은 역사 동안 여러 문제가 생겼지만 비트코인 생태계가 스스로 문제를 해결해왔기 때문에 이번 문제도 극복할 수 있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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