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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사 영업정지 피해, 판매점이 왜 떠안아야 하나”

2014.03.05

“우리는 억울하다.”

스마트폰 보조금을 놓고 온갖 문제점들이 곪아터지고 있는 가운데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가 정부의 통신사 영업정지에 반발하고 나섰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3월4일 기자회견을 열고 통신사 영업정지의 부당함을 호소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1월26일과 2월11일 등 이른바 ‘보조금 대란’이 반복된 것에 대해 책임을 물어 통신사들에게 최소 45일, 길게는 90일까지 영업정지 명령을 내릴 예정이다. 영업정지가 시작되면 통신사는 일체 가입자를 모집할 수 없다. 더구나 이번에는 기기변경까지도 차단될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영업정지의 실질적인 피해는 일선 판매점에게 돌아온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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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동통신유통협회의 주장은 ▲정부의 가계통신비 절감은 고가의 요금을 내리는 것이 아니라 단말기 가격을 통제하는 쪽으로 흘러가고 있고 ▲장기 영업정지는 이동통신 유통 생태계의 몰락과 대량 실업으로 이어질 것이며 ▲보조금이 세금 폭탄으로 돌아오고 있고 ▲영업정지는 실효성이 없는 규제정책이라는 것이다.

가장 목소리를 높였던 부분은 “영업정지는 보조금을 쏟아 부은 통신사에게 실효성 있는 처벌 형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명학 회장은 “영업정지의 피해는 고스란히 판매점에, 그리고 또 다시 소비자들에게 넘어간다”고 주장했다.

“최소 45일 영업정지 이야기가 나오는데, 그 기간동안 판매점은 문을 열어도 장사를 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다고 문을 닫고 직원들을 휴가보낼 수도 없고요. 보통 핵심상권의 매장 임대료가 월 1천만원, 여기에 직원들 월급도 줘야 하는데 고스란히 매장에 손실로 돌아옵니다. 통신사를 규제한다더니 판매점을 때리는 격입니다”

협회는 정부의 규제방법이 틀렸다고도 지적했다. 법적인 절차를 떠나 이미 여러 차례 영업정지 등의 규제를 해 왔지만 실효성이 없었다는 것이다.

“과도한 규제를 반복하다보니 휴대폰 판매의 생태계가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소비자들은 필요할 때 스마트폰을 사는 게 아니라 쌀 때 삽니다. 판매점들도 낮에 파는 게 아니라 밤새 팔아야 하고, 주말에 팔아야 하는 구조로 바뀌었어요. 기형적인 생태계입니다. 보조금이 없으면 손님이 아예 매장을 찾지도 않습니다.”

통신시장에서 지적되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특히 부가세에 떠넘기기에 대해 하소연을 했다. 단말기 가격이 높아지고 그에 따라 보조금이 많이 지급되는 것이 실제 판매점에서는 매출이 늘어난 것처럼 보이는 효과가 난다. 이 때문에 세금의 과세 기준은 높아지고 실질 소득은 줄어든다는 것이다.

협회는 영업정지 뿐 아니라 통신 유통구조 전반에 대해 할 말이 많은 듯했다. 특히 대기업들이 스마트폰 유통에 뛰어드는 것에 대해 경계하는 눈치였다. 이종천 협회 이사의 얘기를 들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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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마트, 디지털프라자 등 대형 판매점들은 보조금 규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습니다. 그들은 통신 3사의 물량을 모두 판매하기 때문에 영업정지 기간에도 꾸준히 판매할 수 있습니다. 보조금을 지나치게 썼는지 단속하는 것도 대형 판매점에 대해서는 어렵습니다. 힘 없는 일선 판매점만 당할 수밖에 없는 구조입니다.

협회의 입장은 시종일관 ‘피해자’라는 논리로 연결됐다. 하지만 온·오프라인 일선에서 보조금을 경쟁적으로 나눠준 것은 사실 판매점들이다. 정말 판매점들에게 책임은 없을까. 협회는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얹어줬는데 이를 고스란히 가입자에게 주지 않으면 장사를 할 수 없다”라며 책임을 부정했다.

“오늘도 낮에 보조금이 또 나왔습니다. 이를 안 따라가면 도태됩니다. 우리는 단말기를 팔아서 수익을 남기는 게 아니라 통신사와 약속한 가입자 수만큼 유치해주면 그 수수료를 받는 구조로 사업 방법이 바뀌었습니다. 보조금은 거쳐가는 돈일 뿐입니다. 우리에게도 일부가 떨어지는 건 사실이지만, 결국은 보조금에 휘둘리는 것 뿐입니다.”

결국 원망은 통신사를 향한다. 허인회 자문 이사는 결국 통신사는 규제를 받지 않고 모든 피해가 판매점으로만 돌아온다고 말했다.

“매년 통신사들은 마케팅 비용으로 5조원 가량 쓰는데 이를 두고 통신사에 적극적인 과징금을 매기는 것이 옳지 않겠습니까. 영업정지를 하면 통신사는 보조금을 안 쓰니 지출이 줄어들고 고스란히 수익이 늘어납니다. 통신사를 규제할 거면 실제 통신사에 책임을 물어야 하는데, 통신사는 돈을 벌고 피해는 판매점으로 돌아오잖습니까. 차라리 차별을 줄이겠다면 일정기간 내에 휴대폰을 구입한 가입자들에게 요금을 일부 돌려주거나 단말기 할부금을 깎아주라고 해서 평형을 맞추는 게 보조금 쏠림현상을 막을 수 있는 방법 아니겠어요?”

협회는 규제의 방법이 틀렸다는 얘기로 마무리를 했다. 영업정지는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미 몇 차례 영업정지가 반복적으로 이뤄져 왔는데 영업정지가 끝나면 곧장 또 다시 보조금이 이어져 왔다는 얘기다.

기자회견은 결국 스마트폰 파는 일이 너무나도 어렵다는 이야기로 귀결됐다. 판매점들의 책임보다 통신사와 정부의 실책에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긴 했지만 영업정지 기간동안 아무런 대책 없이 장사를 멈춰야 하는 판매점의 상황이 부조리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참석자들도 대체로 고개를 끄덕였다. 즉효약이라며 꺼내든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조차 통과시키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조금을 둔 사회적 갈등은 아물기는커녕 더 깊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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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