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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아웃 들어간 팬택, 회생의 조건

2014.03.06

팬택이 채권단과 두 번째 워크아웃에 합의했다. 팬택은 지난 2월25일 채권단에게 워크아웃을 신청했고, 채권단은 3월5일 산업은행에서 합의를 거쳐 팬택의 워크아웃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워크아웃은 쉽게 얘기해 ‘기업 정상화’에 가깝다. 현재 회사의 상황이 재정적인 면이든 경영 면이든 불안한 상황이기에 채권단의 양해와 도움을 얻어 위기를 헤쳐나가자는 합의를 거치는 과정이다. 워크아웃에 들어가면 채권단은 부도를 막는 건 물론이고 부채를 줄여주거나 필요에 따라 합당한 투자도 이뤄진다. 회사를 살리겠다는 채권단과 채무기업의 협력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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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대로 워크아웃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그 회사는 파산 과정을 밟을 수밖에 없다. 워크아웃을 해도 회사가 살아날 가능성이 없다거나, 혹은 정상화해도 가치가 없다는 판단을 채권단이 내렸다는 것은 심각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일단 팬택의 워크아웃 신청은 무난하게 받아들여졌다. 채권단의 95%가 찬성하면서 비교적 무난하게 시작했다.

팬택으로선 2007년에 이어 두 번째 워크아웃이다. 당시 팬택은 회사 규모가 급격하게 커졌지만 속사정은 매우 심각했다. 당시 만기가 돌아오는 CP와 회사채가 8천억원 정도였고 팬택은 이를 막을 여력이 없었다. 부도 유예를 비롯해 추가 투자도 들어갔다.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결국 4년8개월만에 워크아웃을 마치고 정상화했다. 워크아웃 이후 다시 적자가 이어져 왔지만 현재 팬택 상황이 2007년 당시만큼 위험하지는 않다는 분위기다.

팬택 관계자는 “1차 워크아웃은 회사의 직접적인 존폐가 걸렸던 상황이었고, 지금은 회사의 빠른 정상화를 위해 꼭 거쳐야 판단 아래 먼저 신청한 것”이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아직까지 팬택이 뭘 어떻게 할지는 판단할 수 없다. 그저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나 비용절감 같은 큰 이야기밖에 할 수 없다. 현재 상황은 채권단이 팬택의 워크아웃을 받아들이겠다는 결정을 내린 것이고 이제부터 팬택이 직접 경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들을 내놓아야 하는 단계다.

팬택은 기술력이나 제품의 개발력에 대해서는 경쟁사 제품들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 퀄컴의 투자를 받아 새 프로세서도 빠르게 적용되는 편이고 제품 개발 주기도 짧은 편이다. 하지만 현재 팬택의 상황에서 1년에 4~5개의 제품을 내놓는 것은 ‘다작’이라고 할 만하다. 다만 제품의 성능이나 품질에 비해 판매량이 꾸준하게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제품 출시 주기를 짧게 가져갈 수밖에 없다.

일전에 만났던 한 기획 담당 팬택 임원은 “제품이 많기는 하지만 신제품 효과를 노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 두가지 제품으로 1년 가까이 버틸 수 있다면 좀 더 집중해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겠지만 지금은 악순환이 반복되는 상황이다. 게다가 ‘포화’나 ‘성숙’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국내 시장에서만 판매하는 것도 장기적으로는 위험요소다.

팬택이 어려워진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역시 단말기 유통 구조를 원인으로 꼽는 지적이 많다. 지난 3월4일 열린 전국이동통신판매협회의 기자회견에서도 “왜곡된 보조금이 팬택을 어렵게 만들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제품의 판매가 품질이나 소비자들의 만족도보다도 통신사가 보조금을 얼마나 주느냐, 제조사가 판매 장려금을 얼마나 주느냐에 따라 결정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삼성전자나 LG전자에 비해 대응이 쉽지 않다는 얘기다. 판매점에서도 자연히 이윤을 많이 남겨주는 제품을 팔 수밖에 없다.

제품 자체의 경쟁력보다 제조사가 마케팅에 얼마나 투자할 수 있느냐가 여전히 통신시장의 판도를 가름하는 시장 구조는 앞으로도 계속해서 팬택을 괴롭힐 가능성이 높다. 비슷한 이유로 모토로라나 HTC 등의 외산 기업이 시장을 떠났고 안드로이드 시장에 국내 3사만 남다시피 한 게 국내 통신시장이다. 시장 포화를 해소하기 위한 다음번 희생자가 팬택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팬택의 정상화에는 팬택만의 노력이 아니라 업계와 시장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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