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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TV의 새로운 정의, LG ‘웹OS TV’

2014.03.11

LG전자가 3월11일, 2014년 TV 라인업을 발표했다. 지난 1월 국제소비자가전쇼(CES)와 마찬가지로 UHDTV와 곡면 디스플레이 등을 선보였다.

무엇보다 웹OS TV의 한글버전이 처음 공개되는 자리였다. 웹OS나 팜OS 이야기를 하자면 늘 어딘가 답답했지만 웹OS TV에 대해 결론을 먼저 이야기하자면 ‘옳은 선택’이라고 부를 만하다. 웹OS는 우여곡절이 많았던 운영체제다. 스마트폰이나 PDA 등의 시장을 이끌었던 선도주자였지만 급격히 시장에서 소외되면서 주인을 잃고 이리저리 떠돌아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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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LG전자가 2013년 2월, TV용 운영체제로 쓰겠다며 HP로부터 웹OS를 인수했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불안했던 게 사실이다. LG는 자체적으로 ‘넷캐스트’라는 운영체제를 만들어 쓰고 있었고, 스마트폰에 늦게 뛰어든 것을 만회하기라도 하려는 듯 구글TV에 누구보다도 적극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제3의 운영체제를 선택하는 건 아직 방향을 못 잡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우려를 낳기에 충분한 상황이었다. 게다가 웹OS는 PDA에서 시작해 스마트폰으로 성장해 온 운영체제였다. 그 전까지 TV와 궁합을 맞춘 적은 한 번도 없었다.

하지만 LG전자가 올해 선보인 웹OS TV는 그 걱정을 불식시킬 만한 선택으로 보인다. 잠깐 써보고 완전한 평가를 내리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지만, 다른 한편으로 잠깐만 써 보고 이 TV의 기능을 모두 파악할 수 있었다는 건 적응시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웹OS TV가 가장 인상적인 것은 기능보다도 이용자경험(UX)에 있다. TV를 쓰는 동안 곳곳에서 세세하게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써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스마트TV를 ‘스마트하게’ 쓰는 건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게 심지어 안드로이드라고 해도 말이다. LG 웹OS TV는 콘트롤러를 단순화했다. 키보드를 뺐고, 모션센서를 이용해 커서를 움직이도록 했다. 조작은 더 간단해졌고, 모션센서로 원하는 곳에 커서를 옮길 수 있도록 하는 데 신경을 썼다. 이런 방식의 조작에서 흔히 보게 되는 커서 흔들림도 없었고, 웹페이지의 작은 링크를 찾아서 누르는 것도 생각보다 잘 된다. 키패드? TV에서 인터넷이 된다고 해도 누가 키로 입력해가며 쓰겠는가. 웹브라우저로 뉴스를 보거나 ‘Q보이스’로 음성검색을 하면 된다고 LG 웹OS TV는 말한다. 음성인식을 써보니 시끌벅적했던 행사장에서도 대체로 잘 알아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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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을 살펴보자. 요즘 스마트TV의 흐름은 기능성 앱에 있지 않다. 콘텐츠를 얼마나 편리하게 소비하느냐가 중요하다. 아직 웹OS TV용 앱이 많지는 않지만 시연장에서는 6가지 OTT 앱을 써볼 수 있었다. ‘푹'(Pooq), ‘CJ E&M’, ‘벅스뮤직’, ‘씨네21’ 등 대개는 콘텐츠 구독 서비스다. LG전자는 이렇게 콘텐츠를 편하게 볼 수 있는 서비스들을 계속 유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흥미로운 것은 TV도 앱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삼성전자도 TV를 앱의 중심으로 보고 있다. 그런데 LG는 조금 더 적극적이다. 웹OS에는 TV도, 푹도 똑같이 영상 콘텐츠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간 전환이 빠르다. 유튜브를 보다가 TV를 틀면 순식간에 방송이 나온다. 그러다가 다시 유튜브 아이콘을 누르면 보던 곳에서 곧바로 연결된다. 메모리가 여유있다면 눈 깜짝할 새에 보던 곳에서부터 나온다. 앱을 많이 띄우면 안 쓰는 앱을 스스로 종료하는데, 이때도 타임코드를 기억했다가 그 곳부터 이어서 보여준다. 어떤 느낌이냐면, MBC 방송을 보다가 푹으로 전환하는 것이 채널을 바꾸는 것 같다. 물론 TV가 완전히 앱과 똑같이 취급받는 것은 아니고 처음 켰을 때 방송을 먼저 보여준다거나 하는 우선권 정도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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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웹OS TV 시연 동영상 보기

올해 LG전자의 TV에는 LG전자가 직접 만든 프로세서, ‘M14’가 들어간다. LG전자는 지난해부터 직접 ARM 기반 프로세서를 개발하고 일부 제품에 적용하고 있는데, 지난해 일부 저가 TV에 쓰던 것을 올해는 성능을 높여 대부분의 스마트TV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한다. 절대적인 성능치는 모르겠지만 웹OS를 돌리는 데는 매우 빠르고, 스마트TV 중에서도 반응속도가 매우 좋은 편이다.

연결성도 좋다. DLNA로 스마트폰에 담긴 콘텐츠를 TV에 파일 형태로 쏴주는 것 뿐 아니라 무선 디스플레이 역할도 한다. 이게 흥미로운데, 앱만 띄워두면 와이파이 다이렉트나 미라캐스트로 붙일 수 있고, 인텔이 노트북에 적용하는 와이다이(WiDi)도 된다. 애플의 에어플레이 방식만 제외하고는 선 없이 미러링을 할 수 있다.

LG는 3월 말 콘텐츠 장터를 연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앱 뿐 아니라 UHD 콘텐츠도 올린다고 한다. LG는 넷플릭스나 폭스 등 주요 업체들과 콘텐츠 공급 계약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그런데 사실 UHD 콘텐츠는 콘텐츠 제공 업체들이 더 신경 쓸 일이고, 앱 장터는 LG전자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다. 아직 구체적인 앱 개발 지원책은 공개할 정도는 아닌데, 넷캐스트와는 앱 개발 환경 자체가 천지차이라고 한다. 넷캐스트는 전용 개발도구로 앱을 만들어야 했는데, 거의 대부분을 새로 설계해야 했다. 하지만 웹OS는 HTML5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기존 HTML5 기반 앱을 변환하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 앱을 만드는 것도 간단하다고 LG전자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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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있는 것은 결제 시스템이다. 그 동안 TV는 콘텐츠 결제가 어려웠다. 그래서 웹사이트에서 결제를 해 포인트를 적립한 다음, 그 계정으로 TV에 접속해 적립 포인트로 앱이든 콘텐츠를 구입했다. 그런데 웹OS TV는 LG포인트 뿐 아니라 직접 신용카드나 스마트폰 결제로 콘텐츠를 살 수 있다.

전반적으로 웹OS TV는 그간 피로감을 주던 스마트TV의 기능을 새로 정리한 모습이다. 기존 스마트TV엔 가격만 올리고 잘 쓰지 않는 기능이 덕지덕지 붙어 있었는데, 웹OS TV는 메뉴를 단순하게 만들고 많은 사람들이 즐겨쓰는 OTT 서비스를 강조했다. 잠깐만 써보면 주요 기능들을 아주 쉽게 조종할 수 있었다. 잠깐 써본 느낌만으로도 몇 가지 앱은 자주 쓰게 될 것 같고, LG도 그런 면을 염두에 두고 설계했다는 인상을 ‘최근 보기’ 같은 화면으로 곳곳에서 내비치고 있다. 엔지니어나 기획자들과 TV를 놓고 현장에서 한참 이야기했는데, 기능적인 것보다 UX에 대한 자랑이 끊이지 않았다. 기능? TV로 할 수 있는 역할은 굳이 지난해와 비교할 것도 없고, 4년 전과 비교해도 큰 감흥이 없는 게 사실 아닌가.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스마트TV는 스마트폰처럼 앱이 지배하는 환경이 아니라 콘텐츠를 더 편하게 잘 볼 수 있는 전혀 다른 플랫폼이어야 했다. 웹OS TV는 그런 방향에 한발짝 다가선 것 같다. 지금으로서는 LG전자에 더 주문할 건 하나 뿐이다. 셋톱박스를 만들어 TV 디스플레이 제품이나 제조사에 관계 없이 웹OS의 생태계를 활발하게 만들어달라는 것 정도다.

LG전자 웹OS TV는 풀HD 일부 제품부터 2월말 시판됐다. 47인치 기준으로 출고가는 205만원이다. LG전자는 3월 말께 콘텐츠 장터를 열고 UX 업데이트를 거치며 주요 모델을 차례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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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