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뽑기] 꺾쇠, 그만 꺾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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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시뽑기’는 평소 무심결에 쓰거나 지나치며 잊곤 하는 인터넷 세상의 ‘손톱 밑 가시’들을 하나씩 뽑아보자는 소박한 욕심에서 마련한 코너입니다. 제보나 건의(asadal@bloter.net)는 언제나 환영합니다. :)

꺽쇠? 네. ‘꺾쇠’가 올바른 표기법입니다. 아, 오늘은 맞춤법을 따지려는 건 아닙니다. ‘북청 사자놀이에 나오는 양반의 하인’인 ‘꺽쇠‘를 얘기하려는 것도 아닙니다. 이 자리에선 꺾쇠를 따져볼 참입니다.

꺾쇠는 문장기호입니다. 이렇게(<>) 생겼습니다. 책이나 신문, 방송 기사에서 즐겨씁니다. 주로 책 이름이나 논문명, 매체명 등을 표기할 때 이 꺾쇠로 살포시 감싸줍니다. ‘<한겨레>가 ○월○일 밝힌 내용에 따르면’이라거나 ‘책 <스티브 잡스>가 출간됐다’란 식으로들 쓰시죠.

책이나 매체명에 꺾쇠를 쓰는 곳은 지금도 흔히 볼 수 있습니다. 출판업계나 언론계의 오랜 관행이기도 합니다. ‘한겨레’나 ‘경향신문’ 같은 일간지만 봐도 그러합니다.

신문사가 표기법 지침을 마련해 따르는 걸 두고 누가 뭐랄까요. 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따져봐야 합니다.

꺾쇠가 문제를 일으키는 곳은 웹입니다. 웹은 ‘하이퍼텍스트 마크업 랭귀지'(HyperText Markup Language)란 언어를 씁니다. 머릿글자를 따서 흔히 ‘HTML’이라고 하지요. HTML 핵심 요소는 ‘태그’입니다. 태그는 웹을 이루는 주요 요소들의 성격을 정의해 주는 문법입니다. 이 태그를 표시할 때 쓰는 게 꺾쇠입니다. ‘글자를 굵게 표시하라’는 명령을 내릴 땐 굵게 처리할 글자 앞뒤로 <b>와 </b>를 표시해주는 식이죠.

그래서 문제가 됩니다. 몇몇 언론사가 매체명이나 책 이름을 꺾쇠로 감싸는데, 한글에선 별 문제가 안 됩니다. 그런데 영어라면 얘기가 달라지죠. 예컨대 ‘CNN’을 인용하며 <CNN>이라고 꺾쇠를 넣으면 어떻게 될까요. 웹브라우저가 이를 매체명이라고 알아들으면 좋으련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웹브라우저는 꺾쇠를 친 내용을 HTML 태그로 인식합니다. 그런데 CNN이란 HTML 태그는 없습니다. 그러니 태그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는 웹브라우저는 해당 내용을 공백으로 표시합니다. 요컨대 꺾쇠로 영어를 감싸면 웹에선 공백으로 뜬다는 겁니다. 모든 웹사이트가 그런 건 아닙니다. 해당 웹사이트가 어떤 웹에디터를 썼느냐에 따라 꺾쇠 내용이 제대로 보이기도 하고, 공백으로 뜨기도 합니다. 복불복이랄까요.

인터넷으로 기사를 읽다가 문맥이 갑자기 뚝 떨어져나간 문장을 종종 발견하실 겁니다. 십중팔구 꺾쇠 때문에 단어가 통째로 빠진 경우입니다. 종이 시절엔 문제없던 표기법 지침이 월드와이드웹을 맞아 말썽을 일으킨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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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 집어 묻고 싶습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사정이 이런데도 굳이 꺾쇠를 고집하는 이유가 있나요? 무심결에 써 왔다면 지금이라도 작은따옴표(‘’)로 대체할 의향은 없는지요? 꼭 꺾쇠를 쓰겠다면 웹에서만이라도 다른 기호로 대체하거나 꺾쇠 내용이 제대로 보이도록 시스템을 손보심이 어떨지요? 이것이 오늘날 우리가 월드와이드웹과 조화롭게 살아가는 방법 아닐까요?

오늘은 월드와이드웹이 탄생한 지 꼭 25년이 되는 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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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소식]

이 글에 대해 여러 분들이 의견을 주셨습니다. 결론을 말씀드리면, 굳이 꺾쇠를 금지할 문제는 아니라는 의견입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 등 꺾쇠를 제대로 표시해주지 못하는 웹사이트가 하루빨리 기사입력기(CMS)를 손보길 기대합니다. 의견 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꾸벅~! (오후 1시48분)

네티즌의견(총 6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