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뉴욕을 웹으로 옮긴 디자이너, 미칼 파스터낙

2014.03.18

‘뉴욕’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것들이 참 많다. 맨하튼, 월스트리트, 자유의 여신상, 타임스퀘어, 센트럴파크. 이제 여기에 ‘뉴욕시 홈페이지‘를 추가해도 될 것 같다. 2013년 새로 바뀐 뉴욕시 홈페이지는 세계 디자인 제품들을 모아 우열을 가르는 인터랙션 어워드 후보에까지 올랐으니 말이다. 공공기관 웹사이트가 디자인 어워드에 올라가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그 중심에는 뉴욕시 홈페이지를 새단장한 미칼 파스터낙(Michal Pasternak)이 있다.

Michal_01

보통 공공기관 웹사이트는 시민이나 국민에게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데 주안점을 둔다. 그래서 홈페이지 안에는 많은 글 제목과 카테고리가 빼곡히 들어차 있다. 뉴욕시 홈페이지도 이와 비슷하다. 좀 다른 점이 있다면 빽빽한 글보다는 한눈에 보이는 시원한 텍스트와 큼지막한 아이콘 중심이라는 점이다. 시민들이 자주 물어보는 정보는 몇 번 클릭만으로 쉽게 확인하도록 했다. 굳이 특정 검색어를 입력하지 않아도 화면을 스크롤하면 유용한 정보가 한눈에 들어온다. 과거 웹사이트와 비교해도 훨씬 세련된 느낌이다.

Michal_02_old_web

▲2003~2013년까지 사용된 뉴욕시 홈페이지

Michal_03_new_web

▲2013년 9월부터 새단장한 뉴욕시 홈페이지

실제 뉴욕시는 새 홈페이지를 만들기 위해 적극적인 투자를 했다. 2011년 8월에는 해커톤을 개최하고, 36시간 동안 아이디어 경연대회를 열어 세련된 홈페이지를 만들고자 했다. ‘뉴욕’이라는 브랜드를 디자인할수 있는 좋은 기회인 만큼, 내로라하는 디자인 회사가 관심을 보였다. 열띤 경합 끝에 최종적으로 뉴욕시 홈페이지를 바꾼 회사는 휴즈였다.

휴즈는 1999년 설립된 회사로 마케팅에서부터 미디어 제작, 웹사이트 디자인 등을 제공한다. 휴즈에서 디자인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꼭 거쳐야 할 인물이 있다. 미칼 파스터낙 최고사용자경험책임자(Chief eXperience Officer, CXO)다. CXO는 사용자경험(UX) 디자이너를 이끄는 수장이다. 여기서 말하는 UX디자이너란 사용자들이 제품이나 서비스를 이용할 때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할지까지 고려하는 디자이너를 말한다. 일반 디자이너가 제품 겉모습과 기능에 초점을 맞춘다면 UX 디자이너는 사용자 관점에서 쓰임새까지 고려해 디자인한다.

Michal_05_profile_500

▲미칼 파스터낙

UX 디자이너인 미칼은 그녀가 가진 디자인 철학을 뉴욕시 홈페이지에 담았다. 미칼은 뉴욕시 홈페이지에  뉴욕이 가진 이미지를 그대로 담고 싶어했다. 뉴욕 택시 색깔인 노란색을 강조하고, 글씨체는 뉴욕 대중교통기관이 쓰는 것으로 정했다. 또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기보다 필요한 것만 간단하게 보여주기를 원했다. 800만명 뉴욕시민이 원하는 것을 알기 위해 그녀는 방대한 데이터를 기반으로 사용자가 가장 애용하는 기능을 앞에 두고 중요도가 낮은 정보들은 뒤로 뺐다. 미칼은 “좋은 웹사이트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정보나 요구를 알기 쉽게 전달해줘야 한다”라며 “그에 더해 웹사이트 기업이 가진 정신과 브랜드 가치를 정확히 보여줘야 한다”라고 웹사이트 제작 원칙을 설명했다.

미칼이 처음부터 UX 디자이너를 시작한 것은 아니다. 그녀는 스탠포드대학에서 기계공학으로 학사와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칼은 “기계공학은 기술들이 집약된 학문”이라며 “뿐만 아니라 기계공학에서 나온 많은 제품들은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라고 공학을 전공한 이유를 설명했다. 미칼은 이런 생각을 어린 시절부터 가졌다고 한다. 그녀는 장난감처럼 갖고 놀수 있는 청소기가 어디 없을까 생각하다 ‘미니카청소기’라는 물건을 스스로 만들기도 했다.

“꼬마였을 때부터 저는 ‘인벤트리스(inventress)’라는 단어를 만들고, 저 스스로를 그렇게 불렀어요. ‘발명가'(inventor)와 여성을 나타낸 접미사(-tress)를 합한 단어죠. 항상 무언가를 고치고 싶었거든요. 저를 귀찮게 하는 것이 생기면 어떻게 그걸 해결할 수 있을지부터 생각했어요. 제 아이디어를 실제 생활에 적용하기 위해 고민했죠. 지금 제가 하는 일은 그런 불편함을 해결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개발자나 디자이너가 미래 사용자를 고려해 제품을 만드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설문조사도 써보고 제품을 다양한 방식으로 만들기도 한다. 하지만 미칼이 노력하는 것은 그 이상이다. 그는 “사람들의 감정을 이해하고 공감하기 위해 노력한다”라고 말했다. 미칼은 대학시절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을 부전공하면서 즉흥 코미디 연기에 도전했다. 즉흥 코미디 연기란 미국이나 영국에서 널리 퍼진 공연 중 하나로, 정해진 대본 없이 독백으로 코미디 연기를 하는 것을 말한다. 그녀는 15년 넘게 즉흥 코미디 연기를 했고, 지금은 그 연기를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즉흥 코미디 연기를 공부하는 과정은 저에게 큰 역할을 했어요. 사람을 이해하고 공부하는 것이 곧 디자인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공부하는 것이죠.”

Michal_07_improv

▲즉흥 코미디 연기

다른 디자이너보다 더 사람을 고민해서일까. 미칼은 소속사인 휴즈의 규모를 키우는 데 적잖은 역할을 했다. 그녀가 2004년 입사할 무렵 휴즈 직원은 10명이었다. 2014년 3월 현재 휴즈 직원은 700명이 넘었고 TED, 구글, 구찌 웹사이트 기획·제작에도 참여했다. 미칼은 34살 나이에 2014애드에이지가 정한 ‘젊은 스타 마케터40’에 오르기도 했다.

Michal_06_ted

▲미칼을 포함한 휴즈 디자인팀은 얼마전 TED 웹페이지를 새로 디자인했다. 

미칼은  UX 디자이너로서 “세상을 변화시키는 존재가 되고 싶다”라고 포부를 밝혔다. 일상에서 사람들이 무엇을 불편하게 생각하는지 고민하고 문제를 해결해주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했다. 그런 불편함이 사라질 때 세상은 더 나아질 수 있다고 그녀는 믿고 있다. 그런 뜻에서 미칼은 “디자이너는 낙천주의자이자 좋은 관찰자이자,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평소 접하는 물건과 서비스가 좀 더 편리하다면, 사람들은 좀 더 여유를 가질 수 있고 가족과 친구들과 시간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세상을 바꾸는 일이에요.”

매일 문제를 해결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만드는 디자이너로서 힘든 점은 없을까? 미칼은 열린 마음으로 대화하면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를 수 있다고 말했다. “지금 내가 가진 문제가 무엇인지, 제약이 무엇인지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이야기해 보세요. 그러면 새 아이디어가 나와요.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 하다 보면 제약이 있기 마련인데, 그것에 대해 불평하기보다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을지 생각하는 겁니다. 지금 현실에 맞는 기술 능력이나 예산 부분도 반드시 고려해야 하고요. 저는 다른 산업에서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지 않았는지, 그리고 그들이 어떻게 해결했는지도 자주 들여다봅니다. ”

미칼은 자신이 좋아하는 한 라디오 DJ가 한 말을 인용하기도 했다. “미국 유명 DJ 아이라 글래스가 이런 말을 했어요. ‘네가 충분한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는다면, 다시 하나를 계속 반복하고 또 반복하라.’ 누구나 위기나 안 좋은 상황을 만날 수 있어요. 거기서 계속 다시하면 단순히 잘 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사람이 될 수 있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정말 노력해야 할 것이 많죠. 자신감을 갖고 좀 더 대담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는 것 같아요.”

미칼 사무실 벽에는 ‘YES’라는 글자가 큼지막하게 붙어 있다. 트위터 배경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그녀에게 ‘YES’란 무엇을 의미할까. “즉흥연기에 관한 책을 쓴 키스 존스톤은 이렇게 얘기했어요. ‘예스라고 말하는 사람은 모험을 하면서 무엇인가를 얻으려고 하고, 노라고 말하는 사람은 안전함에서 무언가를 얻으려고 한다’라고요. 저는 항상 모험을 통해 새로운 기회를 얻고 싶어요. 그래서 스스로 예스를 말하려고 하고, 모험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Michal_04_yes

▲미칼 파스터낙 사무실 벽에 붙어 있는 글자 ‘YES’. 

j.lee.reporter@gmail.com

오픈소스 기술, 프로그래머의 삶 그리고 에듀테크 분야에 관심이 많습니다. 작은 변화라도 실행하고 노력하려는 사람들을 응원하고, 그러한 분들의 이야기를 더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