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학교] ①소셜 미디어, 민주주의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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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하는 시민학교‘ 연속 세미나 ‘소셜 네트워크와 우리’가 개강했다. 첫 강좌는 ‘소셜 미디어는 시민권력을 확대할 것인가?’란 주제로 이성규 태터앤미디어 팀장이 10월28일 진행했다. <블로터닷넷>은 미디어 파트너로서 6주간에 걸쳐 강좌 내용과 강의실 풍경을 전달해드릴 예정이다. <편집자 주>

“단순히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퍼블릭 소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얘기하는 시대가 올 겁니다. 그런 시대엔 시민 참여가 보편화되고 확대되며,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입니다.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접속권을 보장하는 시대 말입니다.”

이성규 태터앤미디어 팀장의 말에 수강생 두어 명이 고개를 끄덕였다. 몇몇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기도 했고, 열심히 노트북 자판을 두드리는 모습도 보였다.

생각해보면 꽤나 딱딱한 주제다. ‘소셜 미디어’는 대체 뭘 말하는 걸까. 게다가 ‘시민권력’에 ‘민주주의’라니. 자칫 공허한 구호나 도덕교과서같은 따분한 얘기로 흐르면 어떡하나.

허나 조금만 눈을 돌려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이를테면 ‘소셜 미디어’와 ‘시민권력’, ‘민주주의’를 따로 떼놓지 않고 서로 붙여보자는 게다. 소셜 미디어가 시민권력과 어떻게 옹골진 관계를 맺을 수 있을까. 소셜 미디어는 나와 우리, 사회와 정치의 관계를 민주화하는 데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 밤하늘의 별처럼 떨어져 있던 나와 네가 ‘소셜 미디어’란 실핏줄로 만나고 어우러져 힘을 키우고, 마침내 더 나은 사회와 정치로 도약하는 디딤돌이 된다면? 상상만 해도 짜릿하고 즐거운 일 아닌가.

민주주의란 용질에 소셜 미디어란 용매를 애써 부으려는 이성규 팀장의 실험도 여기에서 비롯된다. 요컨대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에 기여하는 방식을 탐구하고 ▲이 결합이 의미 있는 화학 반응을 일으키는 지 실험해보고 ▲더 끈끈한 친화력을 이끌어내기 위한 새로운 방식을 모색해보자는 게 이번 실험의 줄거리다. 지금부터 그 실험에 귀 기울여보자.

두터운 정치 혐오의 벽 깨뜨리는 소셜 미디어

소셜 미디어가 시민권력을 확대한다는 얘기는 곧 이 땅의 민주주의를 작동시키는 데 기여하는가의 문제와 같다. 우선 현실을 보자. 시민들의 양가적 태도가 있다. 오프라인 세상에선 이른바 엘리트들이 일반 시민을 일상적으로 불신하는 분위기가 팽배한 반면, 소셜 미디어는 시스템으로 볼 때 시민들의 활동과 행동을 신뢰하지 않으면 제대로 돌아갈 수 없는 구조다.

예컨대 정치에 대한 태도가 그렇다. 시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지도 않은 언론이 제4부를 자처하며 스스로 정치에 참여하면서 정치의 부정적인 면을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과정에서 일반 시민들의 정치 불신이 깊어졌다.

온라인은 어떤가. 직접 소통이 이뤄지고 있다. 정당과 정당, 개인과 개인은 물론 개인과 정당이 직접 소통하는 길이 이미 열려 있다. 예전같으면 시민단체나 총학생회, 운동권 단체같은 엘리트 조직이 시민과 정치 영역을 연결하는 중개인 역할을 했다면,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일반 시민들이 엘리트 대변조직을 거치지 않고 직접 정치 영역과 소통하게 됐다. 오프라인에서 끊어졌던 커뮤니케이션 기능이 온라인의 기술적 요소 덕분에 재복원되고 있는 모양새다.

예컨대 ‘넘버10‘ 같은 웹사이트가 그렇다. 영국 총리실이 운영하는 이 웹사이트는 꽤나 흥미로운 시민참여 창구를 열어두고 있다. 예컨대 ‘Ask the PM'(총리에게 묻기)을 누르면 곧바로 동영상 공유 사이트 유튜브로 이동해 방문객이 동영상으로 총리에게 질문을 직접 던지고, 총리는 이를 받아 ‘from the PM'(총리로부터) 코너를 통해 영상으로 대답한다. 시민들이 직접 청원을 올릴 수 있는 ‘e-Petitions’ 코너도 흥미롭다.

넘버10은 트위터 계정(@DowningStreet)도 만들었다. 10월말 현재 팔로어만도 152만2천여명에 이른다. 페이스북 계정도 개설돼 있다. 넘버10은 웹사이트에서 방문자수나 월간 트래픽 등을 투명하게 공개한다. 소셜 미디어를 활용한 총리실 홈페이지 운영이 시민참여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Data.gov 같은 웹사이트도 흥미롭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당선될 때부터 만들고 싶었던 웹사이트다. 각종 데이터를 투명하게 공개하는 정보공개 웹사이트다.

시민들이 정치 참여를 꺼리게 하는 주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정치 혐오다. 그 중심에는 주류 언론이 있다. 주류 언론을 통해 전달되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부정적 소식들이 정치 냉소와 불신으로 이어진다. 소셜 미디어는 정치인에 대한 호감을 전달하고, 친근함과 신뢰를 부추길 수 있는 공간이다. 예컨대 요즘 트위터가 그렇다. 노회찬 대표의 트위터 번개가 좋은 사례다. TV에서나 보던 정치인을 트위터 번개로 실제로 만나면서 정치인의 따뜻하고 소박한 면을 보고 호감을 갖게 된다.

소셜 미디어 타고 정치 참여 기회 확대

그렇다면 소셜 미디어는 숙의민주주의에 기여하고 있을까. 지난 2008년 박노일 교수가 쓴 ‘블로그 쓰기와 사회정치 참여에 관한 연구’ 논문을 보자. 블로그를 읽는 사례와 직접 쓰는 사례로 나눠 연구한 결과가 있다. 이에 따르면 블로그 글을 읽는 행위가 사람들에게 정치 효능감, 즉 정치의 필요성과 기능을 인정하게는 하지만 실제 오프라인 참여까지 이어지지는 않는다고 한다. 이와 달리 블로그를 열심히 쓰는 사람은 정치 효능감을 인정할 뿐 아니라 실제 정치 참여로 이어지고 있다고 논문은 보고하고 있다. 요컨대 사람들이 블로그를 많이 쓰게 하는 것이 정치 참여를 촉진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한 사례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다. 20대 유권자들의 투표 행태를 분석해 공개하는 서클(CIRCLE)이란 웹사이트가 있다. 이곳 2008년 자료를 보면 미국 20대 투표율이 1996년까지 계속 줄어들다가 이후 조금씩 올라가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투표율이 증가하는 시점이 소셜 미디어 등장과 비슷하게 들어맞는다. 정확한 증빙자료는 아니지만 소셜 미디어와 투표 참여율의 상관관계를 추론할 수는 있다.

헨리 젠킨슨 MIT 인문학부 교수도 비슷한 주장을 한다. “새로운 참여문화는 젊은이들이 시민 토론과 커뮤니티 활동에 참여하면서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페이스북 같은 소셜 미디어가 이용자에게 정치 지도자가 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만들어주고 있다. 예컨대 지난 미국 대선에서 오바마 캠프가 만들어졌을 때 온라인 담당 팀장이 20대 학생이었다. 그가 페이스북을 통해 캠프 참여 의사를 밝혔고, 이를 계기로 캠프에 합류한 뒤 나중에 백악관 입성까지 이어졌다. 양방향 대화와 참여에 익숙한 사람들이 새로운 정치세력으로 등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생겼다.

참여 자체가 즐거운 민주주의를 만들자

아직도 소셜 미디어 이용자는 20~30대 전문직 종사자가 주를 이룬다. 그렇다면 이들 계층의 이해만 대변하는 게 과연 민주적인 시스템일까.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와야 한다. 소셜 미디어 진입 자체가 당연한 권리인 수준까지 이르러야 한다.

페이스북 창시자인 마크 주커버그는 이렇게 말했다. 페이스북은 궁극적으로 공공재가 될 것이라고. 페이스북 가입자가 3억명이다. 전세계 20억 인구 가운데 3억명이 페이스북을 쓴다는 얘기다. 최근 페이스북에서 사망자 처리 문제를 놓고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이용자가 사망하면 그가 쓰던 공간은 어떻게 처리할 것인가의 문제였다.

페이스북이 고민끝에 내린 결정은 이것이다. 사망자가 생길 경우 유가족이 요청하면 추모 파일(Memorial File)을 전달해주기로 한 것이다. 생전에 고인을 사랑했던 사람들이 계속 추모할 수 있도록 공간을 열어두자는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는 더이상 사적인 공간이 아니다. 누구나 들여다볼 수 있는 공적 영역으로 변화하고 있다.

단순히 인터넷을 쓸 수 있는 권리가 아니라, 퍼블릭 소셜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를 얘기하는 시대가 올 것이다. 그런 시대엔 시민 참여가 보편화되고 확대되며, 소셜 미디어가 민주주의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다. 이른바 소셜 네트워크 접속권을 보장하는 시대다.

오프라인에선 정치 참여를 확대할 수 있는 대안이 많이 제시됐고 또 시도됐다. 이제 오프라인은 대안의 고갈 시대로 가고 있다.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적잖이 든다. 온라인은 소셜 미디어가 등장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모색할 가능성이 커졌다. 온라인은 커뮤니케이션 비용도 거의 안 든다. 온라인 커뮤니케이션은 또한 오프라인 번개로 이어진다. 새로운 관계와 만남의 선순환 구조가 이뤄지고 있다.

상상 가능한 대안을 보자. OpenCongress란 웹사이트에서 단초를 찾을 수 있겠다. 이 곳에는 가장 많이 본 법안, 인기 법안, 최신 법안 등 정보가 공개돼 있다. 시민이 발의한 법안과 국회의원이 발의한 법안, 정부가 발의한 법안이 한 곳에 모여 시민의 심판을 받고, 선택된 법안이 채택된다. 시민 참여를 촉발시키고 시민이 가장 큰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이처럼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많은 시민들의 참여가 정치의 질적 수준을 높이고 민주주의에도 기여할 수 있다.

이른바 ‘파티시퍼테인먼트 데모크라시'(Participatainment Democracy)의 시대가 올 것이다. 참여 자체가 즐거운 민주주의를 만들어보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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