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월드 보트 타고 출항합니다, 망망대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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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이월드가 달라진다. 확 달라진다. 2003년 SK커뮤니케이션즈에 인수됐다가 10년 만에 독립한다. 올 1월 주식회사싸이월드는 SK컴즈에서 분사하고 4월8일 SK컴즈에서 영업양수도하여 서비스 독립을 꾀한다. 싸이월드 로고, 이름, 서비스는 그대로인데 SK텔레콤이라는 파라솔급 우산에서 나와 직원 30명 규모의 벤처로 새롭게 출발한다.

30명이 탄 구명보트 ‘주식회사싸이월드’

싸이월드의 직원은 모두 전 SK컴즈 직원이다. SK컴즈가 싸이월드의 미래를 고민할 때, 종업원인수방식(EBO) 분사에 지원한 이들이다.

“대표님이 1대 주주이지만, 나머지 직원과 별 차이는 없어요. 독단적으로 경영하기엔 부족한 주주이죠.(웃음) 지금은 ‘내 회사’라는 느낌이 커요. 어떻게든 열심히 해서 돈을 벌어야죠.”

허유경 싸이월드 매니저는 SK컴즈에서 9년을 일했다. 그 가운데 7년을 싸이월드 기획자로 보냈다. 싸이월드의 직원들은 싸이월드와 함께한 시간이 저마다 다르다. 다들 허유경 매니처럼 싸이월드에 대한 애정은 남다르단다.

김동운 싸이월드 대표도 그중 한 명이다. 김동운 대표는 “싸이월드가 정점을 찍고 내려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 싸이월드 일을 하고 싶었다”라고 입을 뗐다.

그는 2005년 SK텔레콤에서 SK컴즈로 옮겨와 2년 동안 싸이월드 전략본부장을 맡았다. 그게 인연이었다. 싸이월드가 SK컴즈에서 떨어져 나온 구명보트 신세가 되자, 그 배를 이끌기로 결심했다. 그 배는 30명이 탄 주식회사싸이월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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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운 주식회사싸이월드 대표

구명보트에 뚫릴지 모를 구멍 ‘모바일’

김동운 대표가 탄 구명보트에 해진 부분에 있다. 싸이월드의 약점 얘기다. 김동운 대표는 모바일 대응이 늦은 점을 꼽았다.

“싸이월드가 성공한 건 유선 기반 환경이었는데 지금은 메이저 서비스가 다 모바일로 넘어간 상황이에요. 싸이월드는 대응이 늦었죠. 한순간에 바꾸진 못할 것이에요. 단계적으로 어떻게 따라잡을지를 생각해야죠.”

해진 부분을 기우는 작업을 지금 당장할 여유는 없다. 폭우 속에서 노젓는 것만도 벅차기 때문이다.

“다가올 경쟁 상황에서 ‘이거면 되겠다’라는 기능을 아직 잡지 못했어요. 지금 집중하는 것은 네이트와 헤어지기예요. 4월8일 영업양수도가 이루어지지만, 협력관계를 한동안 유지합니다. 시스템이 최종 분리되는 때는 11월이죠.”

싸이월드는 2003년 SK컴즈에 들어와 네이트, 네이트온과 합쳤다. 네이트 회원이 곧 싸이월드 회원이고, 네이트온에 접속하면 친구 미니홈피를 볼 수 있었다. 3개 서비스 사이에 얽힌 실타래를 풀고 자르는 일이 1년 가까이 걸리는 셈이다. 김동운 대표는 서비스 뒷단이 복잡하게 얽힌 상황이라고 말했다.

노저어 갈 곳은 ‘변하지 않는 싸이만의 가치’

그럼 싸이월드가 가려는 뭍은 어디일까. 싸이월드란 배가 처음 띄워진 곳이다.

김동운 대표는 “기존 싸이월드가 가진 본래 가치를 살리는 데 집중하고 싶다”라며 “자기 집 같고, 친구가 그 집에 놀러오고, 내가 친구 집에 놀러가고, 자기 집 사진첩에 시간과 공간을 담았는데 그 느낌이 많이 퇴색했다”라고 말했다.

“이 가치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아요. 가치를 구현하는 방식이 시대의 트렌드를 타는 거죠. 그 트렌드가 글로벌에서는 페이스북, 국내에서는 카카오스토리죠. 싸이월드 미니홈피가 오픈형 SNS와 연결하여 개인 프로필의 역할을 하면, 지금 싸이월드에 최선의 방향이 아닐까 싶습니다.”

노를 얼마나 힘차게 젓느냐가 관건

지금 싸이월드는 전성기 때와 마찬가지로 주 사용자가 20대 여성이다. 싸이월드는 10살이 넘었는데 사용자는 늙지 않았다.

김동운 대표는 “어릴 때 싸이월드를 경험한 사용자가 지금 20대 여성이 됐다”라고 풀이했다. 그런데 싸이월드를 만드는 사람이 20대가 아니란 점이 고민이란다.

“직원 평균 연령이 30대 중반입니다. 타깃의 세대를 대변하는 인력이 내부에 있는 게 아니죠.”

친구 미니홈피를 방문해서 인사하고, 일촌평을 남기고, 방명록이나 댓글을 단 친구의 미니홈피에 찾아가 이런저런 말을 남기는 문화를 만든 20대의 감수성을 관찰하고 느끼고 만들어 주는 게 싸이월드가 풀 숙제다. 다행히 20대 직원 한 명이 조만간 합류할 예정이다.

어려운 숙제를 받았지만, 싸이월드에 설렘이 감도는 분위기다. 김동운 대표 곁에서 얘기를 듣던 허유경 매니저는 “대기업에서 일하며 죽은 세포가 살아나는 느낌”이라며 “회사의 성공에 관심을 두고 정말 내 회사라는 생각으로 일하는 쪽으로 마인드가 바뀌었다”라고 말을 보탰다.

김동운 대표는 아침마다 주주총회를 한다는 농담을 뱉었다. 싸이월드의 지분을 김동운 대표와 직원이 나눴으니, 사내 모임이 곧 주주총회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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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회사싸이월드의 직원 일동. ‘싸이’에 대한 애정만으로 뭉쳤다.

“싸이월드는 계속된다”

그는 얘기를 마치며 가장 큰 고민을 털어놨다. 싸이월드의 미래를 불안하게 여기는 사용자다.

“이 말을 하고 싶어요. ‘불안해 하지 마십시오.’ 사용자의 공간과 추억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걸 말하고 싶었어요. 싸이월드는 주식회사싸이월드의 자산이라기보다 사회적 특성을 가진 서비스예요. 2000년대 전 국민의 추억을 담고 있죠.”

김동운 대표는 4월8일 네이트와 싸이월드 회원을 분리하지만, 싸이월드가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새로운 서비스가 뚝 떨어지는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새로운 서비스를 고민하고 시도해야죠.”

싸이월드가 무사히 뭍에 오르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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