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차단 앱, 학생 인권침해 아닌가요?

강원도 지역 청소년들이 화이트데이 선물을 받았다. 사탕처럼 달콤한 선물은 아니었다. 강원도교육청은 지난 3월14일, 스마트폰 차단 응용프로그램(앱) ‘아이스마트키퍼’를 강원도 지역 모든 학교에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강원도교육청은 올해 모든 학교에 아이스마트키퍼 도입을 권장하는 한편, 학교 3곳에서 시범 운영할 계획이다.

헌데 제대로 시작도 하기 않은 이 정책을 두고 벌써부터 잡음이 끊이지 않는다. 아이스마트키퍼가 학생 인권을 침해하는 소지가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기 때문이다. 학생의 통신의 자유와 사생활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문제가 된 아이스마트키퍼는 교사와 학부모가 학생의 스마트 기기 사용 시간을 지정하거나 특정 기능 또는 앱만 이용하도록 제한할 수 있는 앱이다. 공주교대와 넷큐브테크놀로지가 손잡고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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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통해 사생활 샅샅이 들여다보는 족쇄 

아이스마트키퍼의 ‘능력’을 살펴보면 문제가 대수롭지 않음을 알 수 있다. 아이스마트키퍼는 관리자인 교사와 학부모가 시간대별로 학생의 스마트폰 이용을 제어할 수 있게 했다. 관리 수준은 ‘모두 잠금’부터 ‘모두 허용’까지 6단계로 나뉜다. ‘모두 잠금’은 학생 스마트폰이 잠금화면 상태로 열리지 않고, 어떤 기능도 쓸 수 없다. ‘비상전화만 허용’ 상태에선 학생 스마트폰이 잠금화면 상태가 되고 비상전화만 걸 수 있다. ‘전화만 허용’은 전화만 걸 수 있고, ‘전화/문자 허용’은 말 그대로 전화와 문자메시지만 쓸 수 있다. ‘특정 앱 허용’은 특정 앱을 켜고 꺼놓을 수 있다. 예를 들어 ‘검색’기능은 켜놓고 ‘카카오스토리’는 꺼두는 식이다. ‘모두 허용’은 모든 기능을 쓸 수 있게 하는 것으로, 평소 스마트폰 상태와 똑같다. GPS 기반으로 지역별 제한도 둔다. 예컨대 학교 안에서는 아이스마트키퍼가 작동하지만, 학교 담장을 벗어나면 GPS로 위치를 인식해 자동으로 제한을 푸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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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교사용 화면 

앱 설치 과정은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 동의를 받아 이뤄진다. 아이스마트키퍼 홈페이지 팝업창 공지도 이 내용을 담고 있다. “가정통신문을 통해 학부모의 동의를 받고 학생과의 협의를 통해 사용하도록 유도하며, Play스토어 등 정상적인 배포 경로를 통하여 최종적으로 학생이 스스로 설치하게 됩니다.”

겉보기엔 합리적인 절차를 거치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 그럴까.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학생이 학교의 정책과 학부모의 압박을 견디기 어렵다는 점에서 학생의 동의를 자발적 동의라고 보기 어렵다”라며 “결국 학생의 사생활 보장이 학생의 결정이 아니라 학교 정책에 달려 있게 된다”라고 지적했다. 상식적으로 자기 스마트폰을 부모나 교사가 관리하고 제어하는 데 동의할 학생은 드물다.

일단 앱을 설치하고 나면 족쇄는 더욱 강력해진다. 학생은 마음대로 아이스마트키퍼를 지울 수 없다. 관리자가 학생에게 ‘앱 삭제 해제 허용’을 해줘야 지울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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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쯤 되면 이 앱이 학생 인권을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별다 아수나로 서울지부 활동가는 “아이스마트키퍼는 관리자가 학생 스마트폰 대한 권한을 거의 모두 갖고 모든 정보에 간섭이 가능하다”라고 지적했다. 아이스마트키퍼 앱을 설치하려면 학생들은 현재 위치 정보와 네트워크 연결 및 해제, 저장된 전화번호와 통화가 연결된 원격 번호 등에 대한 전화통화 정보와 현재 실행하는 앱의 정보를 수집하고 USB(스마트폰 SD카드) 안의 콘텐츠를 보고 수정하고 삭제할 수 있는 권한을 넘겨줘야 한다. 별다 아수나로 활동가는 “이게 당장 아이스마트키퍼 앱 기능은 아니라고 하지만 권한이 있는 것이기 때문에 언제든 데이터 삭제나 위치추적기능이 덧붙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이 앱을 도입한 건 강원도교육청이 처음은 아니다.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2013년 아이스마트키퍼를 개발한 공주교대와 양해각서를 맺고 10월부터 서울시 소재 초등학교 1곳(한산초)과 중학교 9곳(동원·광성·오류·창동·용강·목운·방배·광장·길음중), 고등학교 1곳(광신고)에서 아이스마트키퍼를 시범 운영했다.

이에 대해 오동석 아주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서울시가 공주교대와 양해각서를 체결한 것 자체가 서울시 학생인권조례를 위반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동석 교수는 오동석 교수는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13조 4항은 학생 스스로 휴대폰 사용에 제한 기준을 정하되 그 형식을 학칙으로 정하도록 규정했지만, 그 준수 여부는 학생의 자율에 맡기도록 했다”라며 “학생의 참여에 의해 학칙으로 이 앱의 설치를 규정한다고 해도 앱이 인격적 자율성을 원천적으로 봉쇄하고 있는 인권 침해의 중대성에 비추어 보면, 학생인권조례의 사생활 자유 제한 규정을 충족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서울시 학생인권조례 제13조

① 학생은 소지품과 사적 기록물, 사적 공간, 사적 관계 등 사생활의 자유와 비밀이 침해되거나 감시받지 않을 권리를 가진다.

④ 학교의 장 및 교직원은 학생의 휴대폰을 비롯한 전자기기의 소지 및 사용 자체를 금지하여서는 아니 된다. 다만, 교육활동과 학생들의 수업권을 보장하기 위해 제19조에 따라 학생이 그 제정 및 개정에 참여한 학교규칙으로 학생의 전자기기의 사용 및 소지의 시간과 장소를 규제할 수 있다.

“도입 효과 적고 학생 반발만 키워”

그럼 아이스마트키퍼는 정말로 청소년의 올바른 스마트폰 사용 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을 줄까. 지난해 시범 운영했던 학교들의 반응은 이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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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시범 학교로 선정돼 아이스마트키퍼를 운영했던 서울 길음중학교는 올해 이를 도입하지 않기로 했다. 이종삼 길음중학교 교사는 “길음중은 스마트폰을 걷지 않고 학급이나 학교 전체가 회의를 하는 등 아이들과 합의를 거쳐 학칙으로 정해 사용 자제를 유도하는 입장이었다”라며 “강제 시행에 대해 아이들 반발이 컸고 루팅과 같은 방법으로 앱을 다 지워버려 실제로 효과가 크지 않았다”라고 이유를 밝혔다.

역시 지난해 서울시 아이스마트키퍼 시범 운영학교였던 창동중학교도 올해는 아이스마트키퍼를 도입할 생각이 없다. 강정래 창동중학교 교사는 “학생들이 나름대로 앱을 다 무력화시켜 효과가 없었고, 무엇보다 학생들 불만이 많았다”라고 길음중과 비슷한 이유를 들었다.

학생들 반응도 비슷하다. 창동중학교 황수연 학생은 “아이스마트키퍼에 대해 부정적인 친구들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교사가 제한을 풀어도 앱이 오작동하거나 때로 교사가 시간 설정을 맞추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황수연 학생은 “시험기간에는 오후 12시면 학교가 마치는데, 평소처럼 오후 3~4시까지 스마트폰이 잠겨 있어 집에 가서도 스마트폰을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라며 “수능 시험날 중학생은 학교를 가지 않고 쉬는데 그날도 스마트폰을 쓰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아이스마트키퍼 앱을 설치했던 또 다른 ㄱ학생은 “스마트폰을 껐다 켜면 1초 정도 스마트폰 제한이 풀린다는 걸 알고, 급할 때는 계속 껐다 켰다 하는 식으로 스마트폰을 쓰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또 “무력화 앱을 깔아 보고 스마트폰 설정 시간을 변경했지만 효과가 없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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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시범 운영 학교였지만 올해는 운영계획이 없는 방배중학교는 아이스마트키퍼가 장·단점이 있다고 밝혔다. 방배중학교는 “스마트폰을 걷는 것보다 (아이스마트키퍼를 쓰면) 점심시간에는 스마트폰을 사용할 수 있게 해 주는 장점도 있다”라면서도 “앱이 오작동을 일으킬 때는 불편했다”라고 전했다. 예를 들어 학교와 집 거리가 아주 가까운 학생은 집에서도 스마트폰 차단이 풀리지 않는 일도 있었다. 이럴 땐 일일이 교사에게 연락해 제한을 풀어주도록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광성중학교는 앞선 길음·창동·방배중학교와 달리 올해도 아이스마트키퍼를 시범 운영할 생각이다. 이 학교 관계자는 “지난해는 무력화하는 프로그램이 나오는 것에 아이스마트키퍼가 쫒아가지 못했다”라며 “문제점을 더 고쳐나가야 한다”라고 밝혔다.

‘스마트교육’ 정책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서울시교육청은 올해에도 아이스마트키퍼를 계속 추진할 심산이다. 서울시 교육청에서 스마트러닝을 담당하는 이선규 장학사는 “3월에는 학교가 바빠 공문 시행을 하기 어렵다”라며 “오는 4월에는 확대 보급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선규 장학사는 “지난해에는 안드로이드용 앱만 나와 있어 아이폰을 쓰는 학생들은 아이스마트키퍼를 쓸 수 없었지만, 올해는 아이폰도 시행하도록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아이스마트키퍼를 만든 넷큐브테크놀로지는 “다음 달에 아이폰용 앱을 출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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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교육청 방침에 맞대응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별다 아수나로 활동가는 “아이스마트키퍼는 학생 감시 체계를 만드는 것”이라며 “팀을 꾸려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아수나로 서울지부 아이스마트키퍼 대응 팀은 온·오프라인 서명운동과 캠페인, 교육청 규탄 기자회견, 퍼포먼스 등을 준비 중이다.

한편 아이스마트키퍼와 같은 스마트폰 차단 앱 운영이 정부 정책 방향과 모순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희진 대구 칠성초등학교 교사는 “스마트교육 정책 일환으로 앞으로 2~3년 안에 각 학교 교실마다 무선공유기가 설치될 예정”이라며 “이명박 정부는 스마트교육을 내세우고 박근혜 정부는 전자교과서를 강조하고 있는데, 학생들이 스스로 선택하고 주체적으로 활용하는 건 다 막는다는 건 모순”이라고 꼬집었다.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초기, ‘학교교육 정상화 추진’을 140개 국정과제 중 하나로 꼽으면서 지금 교육과정을 토대로 서책형교과서와 연계한 디지털교과서를 개발해 교과서 중심 학습 환경을 구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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