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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들 봐두시라, ㅍㅍㅅㅅ의 본격 출범을”

2014.03.24

2012년 겨울, 하라는 일은 안 하고 페이스북을 헤매다 신통방통한 글을 한 무더기나 쌓아놨던 그곳을 발견했다. 대선을 전후로 한창 어수선한 그때 그곳에서 처음으로 봤던 글의 제목이 ‘빙판에서 귤을 까먹어도 김연아가 이길까’. 당시 김연아 피겨스케이트 선수를 두고 항간에서 ‘빙판에서 귤을 까먹어도 이긴다’는 식의 실없는 농담이 나왔는데, 농담을 양념으로 피겨스케이팅의 채점 방식을 분석한 기사였다. 발음하기도 어려운 온라인매체 ‘ㅍㅍㅅㅅ’는 국내 온라인 호수에 신선한 물결을 일으키며 2012년 12월 깜짝 등장했다.

기발했다. 무엇보다 재기발랄했다. 그날로 PC와 스마트폰에서 ㅍㅍㅅㅅ를 갈무리해놨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도 인기가 날로 높아졌는지, 아는 사람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했다. 트위터와 스토리파이를 활용한 ‘×× 드립 모음’은 ㅍㅍㅅㅅ의 대표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15개월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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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환 플럭스 미디어 대표(왼쪽)와 김수빈 플럭스 미디어 편집주간

“ㅍㅍㅅㅅ를 회사랑 병행하는 것이 더이상 불가능해졌어요. 별로 고민은 안 했어요. 단순한 거죠. 회사 일과 ㅍㅍㅅㅅ 중에 이쪽을 더 키워봐야겠다고 마음먹었으니까요. 또, 욕심도 있었고요.”

이승환 대표, 김수빈 편집주간과 가산디지털단지 사무실에서 마주앉았다. 이승환 대표는 3월 들어 그동안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ㅍㅍㅅㅅ에 더 집중하기 위해서란다. 트위터와 페이스북에서 ‘수령’이라는 호칭으로 더 많이 불렸던 그다. 이제는 대표라고 부르면 된다. ㅍㅍㅅㅅ은 3월 중으로 법인을 세울 예정이다. 이름은 ‘플럭스미디어’다.

당분간은 2인 체제다. 김수빈 편집위원이 합류했다. 원래 새로 생긴 다른 온라인매체의 편집위원 자리를 약속받은 터였는데, 이승환 대표와 손을 잡았다. 본격적인 사업으로서의 ㅍㅍㅅㅅ이자, ㅍㅍㅅㅅ 2.0인 셈이다.

“ㅍㅍㅅㅅ는 한국의 20·30대 특정 계층이 자주 찾는 곳이 됐어요. 독자들과 어울려 좀 더 키워보고 싶었어요. 확실히 기존 언론에서는 찾을 수 없는 모양이라고 생각해요. 거기서 욕심이 생긴 거고요.”(이승환)

“언론도 웹사이트도 유기체와 같아서 사실 의도한 대로만 흘러가는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의도와 반응이 섞여 상호작용하는데, 이쪽에서 성장의 발판이 마련됐다고 생각해요. 독자들은 일반적인 관점과 상반되는 시각이 주는 통쾌함을 ㅍㅍㅅㅅ에서 기대하는 것 같아요.”(김수빈)

법인으로 바뀐다고 해서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ㅍㅍㅅㅅ은 지금처럼 유쾌한 얘깃거리를 계속 이어나갈 작정이다. 이름도 그대로 가져가기로 했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ㅍㅍㅅㅅ 브랜드를 유지하기 위해 그렇게 결정했다. 실리는 글의 형식도 딱딱한 기성 언론이 따르는 모양은 피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슈는 따르되, 형식은 자유롭게 쓴다는 얘기다. 농담과 유머가 섞인 비판. ㅍㅍㅅㅅ이 애당초 이름을 알릴 수 있었던 까닭이기도 하다. 김수빈 편집위원은 이를 ‘슈가코팅’이라고 불렀다.

“말하고 싶은 바를 정확히 하되, 글의 형태나 형식은 설탕을 입히는 거죠. 읽는 이들이 좀 달달하게 볼 수 있도록 말이죠.”

크게 달라지는 것이 없다고는 했지만, 새로 고민 중인 콘텐츠는 있다. 광고와 기사를 엮는 작업을 조금씩 시도할 예정이다. ㅍㅍㅅㅅ의 주요 재원이 될 모델이기도 하다. 광고에도 정보를 전달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콘텐츠에 광고를 녹이는 작업은 정교한 그림을 구상 중이다. 특히, 정보를 전달하는 일에는 소홀함이 없도록 말이다. 여기에 재미와 흥미로 양념을 치면 금상첨화다. 퀴즈 형식의 콘텐츠가 대표적이다. 읽는 이의 클릭에 따라 결과가 바뀌는, 독자와 대화하는 기사인 셈이다.

김수빈 편집위원은 “역사를 돌아보면, 언론은 항상 광고와 공생했다”라며 “지금 국내 언론이 변화하지 않는 것은 광고시장이 변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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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법인으로 출항하면, ㅍㅍㅅㅅ의 보도 특성도 바뀐다. 좀 더 현장에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란다. 지금처럼 얘깃거리를 주워담아 달콤하게 큐레이션하는 방식 외에 이슈의 현장에도 좀 더 접근하겠다는 뜻이다. 사건의 현장에서 이승환 대표, 김수빈 편집위원을 만날 날도 머지않았다.

“물론 일반 언론과는 조금 다른 형태겠지만, 현장이건 인물이건 사안에 관한 접근성은 높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취재를 하고, 글을 쓰고, 편집을 거치는 과정이 기존 언론은 너무도 명확해요. 그 명쾌하게 정의된 바탕 때문에 다양한 방식의 뉴스가 안 만들어지고 있어요.”

이승환 대표는 “우리는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운 만큼 웹을 기반으로 흥미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보통 언론의 기사 생산 방식은 다음과 같은 순서를 따른다. 기자가 취재처에 가서 취재를 하고, 기사를 쓴다. 기자가 쓴 글은 이른바 ‘데스크’라고 불리는 편집 시스템에 의해 편집되고 대중에 공개된다. 인터넷의 바다가 열리고, 지면의 한계를 뛰어넘은 웹이 등장한 지 십수년이 지났지만, 기사 편집 방식은 아직도 그대로다. 온라인 매체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명징하고 합리적인 기사 생산 방식임에는 틀림없지만, 재미는 없다. ㅍㅍㅅㅅ은 이 같은 형식을 뒤바꾸는 실험을 할 심산이다. 유동과 변화. 이승환 대표가 법인 이름을 플러스(Flux)미디어라라고 지은 까닭이다.

“흥미 있는 이야기를 푸는 것은 기존 방식으로는 힘들다고 봐요. 형식에 얽매여 나오지 못하는 재미있는 얘기가 많아요. 지금까지의 뉴스 생산방식으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앞으로 조금씩 파괴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새로운 미디어를 향한 실험이 ㅍㅍㅅㅅ 2.0에서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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