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화웨이 비난, 뒤로는 해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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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해커 소굴이라고 비판해오던 미국이 체면을 구겼다.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중국 통신장비 업체 화웨이를 해킹해 온 사실이 드러났다.

뉴욕타임스는 내부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이 공개한 내부 문건을 인용해 NSA가 화웨이 본사를 해킹했다고 현지시각으로 3월22일 전했다. NSA는 화웨이의 내부 정보를 가로채고, 경영진 통신 내역 등을 감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화웨이는 전세계 2위 통신장비 업체다.

NSA, 화웨이 해킹·감시했다

NSA는 화웨이 해킹 작전을 ‘거인 저격하기(Shotgiant)’라고 불렀다. NSA가 애초에 이 작전을 시작한 이유는 화웨이가 중국 해킹부대와 연관이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미국은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이 인민해방군 출신이라는 이유 등을 들어 화웨이가 중국 해킹부대와 연결돼 있다고 의심해왔다.

NSA는 처음 계획보다 한발 더 나아갔다. 화웨이 장비를 사들인 국가를 감시하기 위해 화웨이 장비에서 정보를 빼낼 수 있는 허점을 샅샅이 훑기 시작한 것이다. NSA는 특히 이란,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케냐, 쿠바 등 미국과 적대적인 관계 때문에 미국 통신장비를 도입하길 꺼리는 나라에 숨어들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NSA의 화웨이 해킹 작전은 지난 2007년부터 시작됐다. NSA 부서 가운데 해킹하기 힘든 네트워크에 침투하는 ‘맞춤식 접근작전(TAO)’ 부대가 2010년께 화웨이 본사 네트워크에 숨어드는데 성공했다. NSA는 런정페이 화웨이 회장을 비롯해 경영진의 통신 내역을 수집했다.

NSA의 침투 작전은 화웨이에서 그치지 않았다. 지난해 NSA는 중국에서 가장 큰 통신사 두곳을 해킹해 중국의 주요 군사 작전을 추적했다. 또, 중국 지도부 통신망도 감시 대상으로 삼았다.

에드웨드 스노든이 공개한 문서에는 화웨이가 중국 군부와 관계가 있는지 안 나와 있다. 그러나 미국은 화웨이가 군부와 연결돼 있다고 결론 내린 것으로 보인다. 2012년 10월 미국 하원 정보위원회(HPSCI)는 화웨이와 다른 중국 통신업체 ZTE가 미 국민을 감시하는 데 쓰일 수 있다고 경고하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이 보고서는 두 회사 장비가 감시활동에 쓰였다는 증거를 내놓지는 않았다. 몇몇 미국 회사가 화웨이나 ZTE 장비와 관련된 “이상하거나 위험한 사건을 겪었다”라고 말한 증언만 담겼을 뿐이다.

이런 경고 때문에 화웨이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를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화웨이는 미국 국수주의에 피해를 입었다고 항의하고 중국군과 관계가 없다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윌리엄 플러머 화웨이 미국 지사 대외협력 부사장은 뉴욕타임스에 NSA가 화웨이를 감시한 사실을 몰랐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미국이 늘 중국에게 해킹당한다고 중국을 비판했는데, 실상은 정반대였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