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도비의 ‘마케팅 클라우드’ 심장부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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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타에 가면 기업 이름을 딴 길이 있습니다. 바로 ‘어도비 길’입니다. 이 길 위에 어도비의 사무실이 있기 때문인데요. 길을 사이에 두고 대지가 있는데, 어도비는 서로 떨어진 땅을 이어 사옥을 지었습니다. 길은 그대로 두고 말이죠. 길 이름까지 내어주다니 유타주와 어도비의 사이가 아주 좋은 것만 같습니다.

어도비가 유타주와 인연을 맺은 것은 2009년입니다. 유타주에서 나고 자란 옴니추어란 회사를 인수했지요. 어도비는 옴니추어를 인수하고도 인력과 사무실을 유타에 두었습니다. 회사와 서비스도 그대로 유지했습니다. 어도비는 2013년 3월 ‘어도비 마케팅 클라우드’란 서비스를 만들고서야 옴니추어란 이름을 내려놓았습니다.

더는 옴니추어란 회사도, 서비스도 없습니다. 어도비 마케팅 클라우드, 이 이름에 옴니추어의 ‘옴’자도 없습니다. 하지만 이 서비스의 뿌리는 옴니추어에 있습니다. 어도비는 옴니추어가 닦은 길을 계속 걸어가는 거지요. 유타에 어도비 마케팅 클라우드 제품의 본부를 만든 걸 봐도 알 수 있습니다. 옴니추어가 해마다 열던 마케팅 콘퍼런스를 이어받아 ‘어도비 서밋’이란 이름으로 솔트레이크 시티에서 3월마다 열고 있기도 합니다.

어도비는 옴니추어를 인수하기 전까지 마케팅 산업에 뛰어들지 않았습니다. 어도비 ‘포토샵’과 ‘프리미어’로 마케팅에 쓰이는 이미지나 영상, 사진을 만들어도, ‘창작’에만 해당할 뿐 기업의 마케팅 활동에 어도비가 발 디딜 틈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웹 분석 분야에서 선도 기업으로 꼽히던 옴니추어를 18억달러에 인수했습니다. 이후 어도비는 마케팅 솔루션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기업을 여러 차례 인수했습니다. 어도비 마케팅 클라우드는 옴니추어를 시작으로 어도비가 그동안 인수한 기업의 서비스를 통합한 제품인 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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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의 마케팅 클라우드 부문 사옥을 관통하는 길을 ‘어도비 길’이라고 부릅니다.

유타주 사옥이 어도비의 본사는 아닙니다. 본사는 캘리포니아주 산호세에 있습니다. 유타주 리하이에 있는 건물은 어도비의 디지털 마케팅 사업 부문의 본부입니다. 어도비는 이 건물을 ‘리하이 캠퍼스’라고 부릅니다.

어도비의 사업은 크게 3가지인데요. 디지털 미디어와 디지털 마케팅, 출판과 발행 부문이 있습니다. 디지털 미디어 사업부는 포토샵과 프리미어, 라이트룸 등 창작과 관련한 제품으로 구성됐습니다. 어도비 한 해 매출의 65%를 차지하는 주요 사업부문입니다. 그 다음 25%를 차지하는 게 디지털 마케팅입니다. 출판과 발행은 5%를 차지합니다. 리하이 캠퍼스는 이 가운데 디지털 마케팅 부문이 쓰는 건물입니다. 어도비 직원 사이에는 ‘본사보다 좋다’란 말이 나돌 정도로 깔끔하고 편의시설이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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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이 캠퍼스는 통유리 건물입니다. 통유리 건물은 한국에서 흔히 볼 수 있지만, 리하이 캠퍼스는 색다른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경치입니다. 어느 방향으로 눈을 돌려도 솔트레이크시티의 상징인 눈덮인 높은 산맥이 보입니다.

솔트레이크시티는 유타주의 ‘주도’입니다. 리하이 캠퍼스와 차로 30분 거리에 있습니다. 2002년 동계올림픽이 열린 곳이기도 한 솔트레이크시티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공항에는 스키나 보드가 나오는 수하물 칸이 따로 있을 정도로 이곳 스키 리조트는 유명합니다. 도시 이름과 같은 ‘짠 호수’도 있고요.

유타 주는 남한과 북한을 합한 것보다 넓은 곳입니다. 그런데 인구는 300만명이 채 안 됩니다. 2013년 기준으로 290만명이 겨우 넘습니다. 한반도 전체 면적에 서울 인구의 4분의 1이 사는 셈이네요. 그래서 유타주에 오면 ‘다들 어디에 살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조용합니다. 주도인 솔트레이크시티조차도 한적합니다. 솔트레이크시티와 리하이 사이에는 높은 건물이 없습니다. 낮고 넓은 건물이 있지요. 그 덕분에 멋진 경치를 어디에서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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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이 캠퍼스의 통유리와 한국의 통유리 건물 사이에 다른 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리하이 캠퍼스에는 통유리를 따라 복도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통유리 건물의 고질병인 ‘더울 때 덥고, 추울 때 춥다’는 점을 복도를 배치해 싹 씻었습니다. 이건 제 생각이고요. 리하이 캠퍼스에 방문해 들은 말은 ‘전망이 좋은 유리벽을 복도로 만들어 모두가 경치를 즐길 수 있다’였습니다. 전망을 공유한다니, 공평하지 않나요? 업무 공간을 둘러보니, 개인 사무실이 있는 직원들은 창가쪽 자리를 얻었지만, 창 옆은 공용 공간인 복도로 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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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이 캠퍼스의 응접실도 참 독특합니다. 데이터센터의 상황실 바로 옆인데, 상황실의 벽이 통유리라 안이 훤히 보입니다. 세계 19곳에 퍼진 어도비의 데이터센터에 문제가 없는지, 데이터센터가 있는 지역의 화제는 무엇인지를 방문자도 볼 수 있지요.

이 상황실이 주시하는 데이터센터는 마케팅 클라우드 데이터센터입니다. 마케팅 클라우드는 고객사의 데이터를 보관하는 곳으로, 서버 3만5천대로 구성됐습니다. 도쿄와 홍콩, 달라스 등에 퍼져 있는데 리하이 캠퍼스에는 없습니다. 이곳은 종합 상황실일 뿐입니다. 고객이 실시간으로 봐도 될 만큼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데 자신감을 드러내는 모습입니다. 어도비의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는 아마존 서비스를 쓴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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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황실은 누구나 볼 수 있게 돼 있지만, 촬영 금지 구역입니다. 그대신 바로 옆에 있는 어도비 마케팅 클라우드의 사용 현황을 보여주는 디지털 사이니지를 보여드립니다.

업무 공간을 둘러보다 리하이 캠퍼스의 직원이 쓰는 서랍장을 봤는데요. 이것 참 아이디어 상품입니다. 사무용 서랍은 대체로 높이가 낮지요. 어도비는 낮은 서랍장 위에 방석을 덧댔습니다. 장식인가 싶어서 직원에게 용도를 물어봤더니 ‘앉으면 된다’는 답을 들었습니다. 동료 자리에 갔는데 엉덩이 붙일 곳 없어 엉거주춤 서지도 앉지도 못하고 말한 경험이 있다면, 이 서랍장이 기발한 제품이라는 생각이 들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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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은 파티션과 방석을 얹은 서랍장. 어도비는 직원간 소통을 꽤 강조하는 것 같습니다.

어도비가 건물을 지으며 고민한 문제가 소통이었습니다. 리하이 캠퍼스를 짓기 전, 어도비의 마케팅 본부는 리하이에서 남쪽으로 30~40분 가량 떨어진 오렘에 있었습니다. 직원들은 건물에 세들어 사는 터라 사무실을 5개로 쪼개어 지냈습니다. 다른 부서 사람을 만나려면 건물 밖으로 나가야 할 때가 있었답니다. 물론, 지금은 한 건물에서 해결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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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도를 공유하고 소통을 고민하더니 어도비는 회의실 벽도 통유리로 만들었습니다. 회의실 밖에서 회의실을 지나 반대편 모습이 보입니다.

어도비는 리하이 캠퍼스의 회의실마다 이름을 붙였습니다. 관리하기 편하게 UTI-1110과 같은 번호와 함께 ‘스필버그 방’과 같은 별명을 달았습니다. 그밖에 ‘다빈치’, 농구 선수 ‘조던’, ‘디즈니’, 최초의 상업용 컴퓨터 z4를 만든 독일 전자공학자 ‘추제’, ‘테슬라’ 등 다양한 분야의 인물의 이름을 회의실 벽에 썼습니다. 예술, 수학, 과학, 스포츠, 기술 영역에서 혁신을 꾀한 사람들이랍니다.

혁신은 2013년에 이어 올해도 어도비가 ‘어도비 서밋’에서 마케터에게 주는 메시지입니다. ‘데이터에 기반한 마케팅을 펼치되, 변화를 두려워 말라’ 정도로 해석하면 되겠습니다. 콘퍼런스에서 으레 하는 얘기인 줄 알았는데 사옥에도 투영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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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마다의 영역에서 혁신을 꾀한 인물의 회의실 중엔 위와 같이 유리벽 전체를 그림으로 꾸민 곳이 있습니다. 유리벽만이 아닙니다. 어도비는 리하이 캠퍼스에서 빈 벽을 그냥 두지 않았습니다. 세계 제일의 사진 편집 프로그램 ‘포토샵’을 파는 곳인데 사옥이 밋밋해서야 되겠습니까. 카페테리아가 있는 층엔 미국 LA 거리의 예술가 맥 엘에게 의뢰해 거대한 소녀의 초상을 그렸습니다. 층마다 엘레베이터가 있는 복도는 다양한 이미지로 벽을 꾸몄습니다. 자전거 정류장을 알리는 이정표를 벽 하나로 표시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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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벽은 어도비 마케팅 클라우드의 주요 고객사 로고로 꽉 찼습니다. AOL, 에이서, AMD, 아베크롬비,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애플 등이 보입니다. 벽만이 아닙니다. 어도비는 복도 곳곳에 벽에 새기지 못한 고객사를 알릴 진열대를 설치했습니다. 그리고 진열대에 ‘고객이 어도비의 전부다’라고 새겼습니다. 어도비가 고객사에게 하는 말이자, 직원에게 하는 말이고, 마케터에게 주는 메시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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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밖에도 어도비는 리하이 캠퍼스에 재미난 공간을 마련했습니다. 어도비의 카페테리아 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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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이 캠퍼스 근처는 실리콘밸리보다 더 황량합니다. 그대신 즉석에서 요리한 음식을 구내식당에서 팝니다. 스테이크, 통닭, 생선 구이, 피자, 샌드위치 등이 있습니다. 직원들은 종종 가족을 초대해 이곳에서 점심을 먹기도 합니다. 식당 한켠에는 당구대와 탁구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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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 리하이 캠퍼스 4층과 1층 사이에 철제 구조물이 있습니다. 계단의 공간을 이용한 건데요. 각층에서 고무 공을 떨어뜨려, 이 공이 1층 바구니에 들어가기 전에 계단에 도착하는 시합을 하는 용도입니다. 리하이 캠퍼스 판 무한도전입니다. 직원들이 엘리베이터 사용하는 걸 줄이고 운동도 할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방문객이 한 번씩 해보는 ‘관광용’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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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벙커’가 뭔가 하고 문을 열어보니 PC방이 나옵니다. 한국에 있는 PC방 맞습니다. 올해 방문했을 때 직원들은 ‘LOL’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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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BA 경기장 크기와 똑같은 농구장. 사내 행사가 있을 땐 위와 같이 바닥에 카페트를 깔고 농구대를 천장으로 올립니다. 건물 밖에 농구장이 하나 더 있고 배구와 축구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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큼직한 냉장고와 커피 기계, 넓직한 싱크대는 미국 IT 기업이 갖춘 탕비실의 공식인 것 같습니다. 어도비도 이 공식을 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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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솔 게임방. 탁구대는 구내식당 옆에 하나 더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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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이 캠퍼스 지하에는 서버실이 있습니다. 마케팅 클라우드용 데이터센터는 아니지만, 이 서버에서 나오는 열이 꽤 높은 모양입니다. 위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붉은 빛이 감도는 기둥은 서버실 온도에 따라 아무런 색깔이 없거나 위와 같이 붉은 빛을 띱니다. 이 기둥은 특별한 기능이 있는 건 아니고 서버의 열을 이용한 장식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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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랜드 스토어를 장만하는 게 마케팅이자 기본 서비스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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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도비도 아직 종이 없는 사무실을 만들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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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하이 캠퍼스 어디에서든 저 멀리  산이 보입니다. 3월에도 눈이 녹지 않았습니다. 유타주는 1년 중 절반을 스키를 탈 수 있는 곳이라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