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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은 거추장스러울 뿐이고”…무선 음악 도우미 3종

2014.03.26

이동하면서 음악을 듣는 방법은 꾸준히 변해왔다. ‘워크맨’으로 대표되던 카세트 플레이어부터 CD플레이어, MD플레이어를 거쳐 디지털 미디어로 변해 온 과정이 불과 20년 남짓밖에 되지 않았다.

이제는 그 자리를 고스란히 스마트폰이 차고 앉았다. 미디어는 없다. 구독형으로 인터넷만 연결되면 어디서든 원하는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됐다. 아날로그와 디지털, 음반과 압축음원, 그리고 스트리밍을 둘러싼 논란도 사그라들었다. 그대신 또다른 관심사가 떴다. 무선 전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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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이라고 하면 호기심과 함께 마음속 깊은 곳에서 막연한 거부감이 밀려온다. 이유는 두 가지다. 품질의 손실, 그리고 속도에 대한 불신이다. 하지만 기다리면 언젠가는 단점을 보완하는 기술이 등장한다. 무선 키보드와 마우스가 그랬고, 무선인터넷이 그랬다. 지금은 이들을 다시 유선으로 바꾸라면 갑갑해질 것 같다.

하지만 오디오는 조금 다르다. 음악을 무선으로 듣는 가장 쉽고 흔한 방법은 ‘블루투스’다. 생각해보면 블루투스로 음악을 들은 것도 거의 10년이 돼 간다. 초기 블루투스는 음원을 자체적으로 인코딩해서 보냈기 때문에 일단 소리가 다시 한번 깎여 전송된다. 소니처럼 포터블 오디오에 신경 쓰는 회사들도 썩 좋은 소리를 내진 못했다. 무선이 편한 건 사실이지만, 유선을 포기하기는 쉽지 않았다.

이를 대체하기 위한 방법들을 찾는 노력도 계속됐다. 블루투스는 결국 ‘APT-X’라는 음악 전용 포맷을 내놓았다. 하지만 보급이 다소 더딘 편이다. 그 사이에 블루투스 자체의 기술 수준도 꽤 많이 올라왔다. 애플은 ‘에어플레이’라는 전용 포맷을 내놓고 아예 음원 소스를 스트리밍으로 전송하는 방법을 제시하기도 했다. 그래도 나는 그냥 유선으로 들었다. 스피커는 더더욱 그랬다. 그 생각을 바꾸게 한 물건이 몇 있다.

1. 로지텍 UE 미니 붐 : 진지하거나 재미있거나

한 달 쯤 전 저녁 자리에서 만난 일행이 가방에서 뭔가를 꺼냈다. ‘로지텍 UE 미니 붐’이었다. 자그마한 블루투스 스피커다. 별 기대는 안 했는데 그 안에서 나오는 소리가 기대 이상이었다. 고급 오디오 소리까진 아니었지만, 손바닥 위에 올라가는 스피커에서 나는 소리 치고는 음질이나 음악의 전달력이 꽤 좋았다. 은은하게 음악을 틀어놓으니 우리 일행만의 음악을 들을 수 있는 묘한 경험을 했다. 그래서 나도 당장 구입했다. 음악을 듣는 방법이 또 한 번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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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스피커는 출력도 좋아서 집 안에서 음악 듣기에도 충분했고, 사무실에서도 작게 음악을 틀어놔도 거부감이 없었다. 한 번 충전하면 10시간 정도 쓸 수 있다는 배터리는 아직까지 다 써 본 적이 없다. 무엇보다 작고 가벼워서 가방에 넣고 다녀도 불편하지 않다. 그 덕분에 음악을 언제 어디서든 편하게 들을 수 있다는 가치를 얻었다. 나도 다른 자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테이블 위에, 식탁 위에 이 자그마한 스피커를 올려둔다. 음악 듣는 재미가 이런 것 같다. 이 제품은 단순히 좋은 음질을 제공하는 것 이상의 가치가 있다.

블루투스의 음질 열화? 유선으로 연결했을 때에 비해 별로 차이나지 않을 뿐더러 때로는 유선보다 더 좋다는 느낌도 든다. 대개는 구분하지 못할 정도다. 또한 로지텍은 전용 앱으로 이 스피커 2대를 연결해 각 스피커를 왼쪽·오른쪽으로 분리 할당할 수 있도록 했다. 스피커 하나만으로도 스테레오를 들을 순 있지만, 두 개를 좌우 스피커로 나눠 들으면 훨씬 풍성한 소리를 만끽할 수 있다. 두 스피커를 앱으로 좌우로 분리해 듣는다는 발상 자체도 재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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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LG유플러스 홈보이 : 인터넷이 바꾼 홈오디오의 변화

이왕 음악을 편하게 듣기로 마음 먹었다면 아예 방 안 미니 오디오를 스피커 독으로 대체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아이폰은 전용 독 스피커가 꽤 많이 나와 있다. 나도 아이폰이 30핀을 쓰던 시절에는 독 스피커를 썼는데, 라이트닝 단자로 바뀐 뒤부턴 독 스피커를 잘 쓰지 않게 됐다. 오히려 블루투스에 좀 더 만족하게 된 것 같다.

LG유플러스는 LG전자의 ‘G패드8.3’에 송·수화기를 달아 가정용 인터넷전화 및 멀티미디어 데크로 활용하는 ‘홈보이’를 내놓았다. 갤럭시탭을 쓴 제품도 있지만, G패드8.3이 디스플레이나 프로세서 등 하드웨어 스펙이 더 좋다. 무엇보다 마크 레빈슨의 이름이 박혀 있는 스피커 독이 따라오는 게 매력 요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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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로이드는 상대적으로 USB 단자를 통해 오디오를 빼내기 어려운 구조다. 안드로이드4.2 이후 USB를 통해 오디오 신호를 내보낼 수 있게 됐는데, G패드8.3과 독스피커는 이 방식을 쓴다. 물론 블루투스 연결도 된다. 역시 APT-X 같은 기술은 아니지만 독에 꽂았을 때와 블루투스의 음질 차이는 그리 크지 않다.

G패드8.3은 LG의 아픈 손가락일 것이다. 하지만 마크 레빈슨 스피커와 조합은 꽤 괜찮다. LG전자는 홈오디오 시장에서 마크 레빈슨과 제휴를 통해 일부 프리미엄 오디오에 대해 마크 레빈슨의 튜닝을 거쳐 내놓곤 한다. 진짜 마크 레빈슨의 오디오는 아니고 LG전자가 만든 것이지만, 튜닝은 오디오의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다. 이 제품에도  유닛의 한계를 뛰어넘을 만큼 특별한 소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지만, 믿고 들을 수 있다는 신뢰는 확실히 준다. 오히려 오디오 시장에서는 그런 심리적인 안정감이 더 큰 가치가 될지도 모르겠다.

마크 레빈슨이 손봤다는 스피커 소리를 말로 표현하기는 쉽지 않지만, 굳이 말하자면 차분한 편이라고 해야겠다. 꽤 크게 틀어도 듣기 거슬리거나 신경 쓰이게 하는 소리는 없다. 작게 라디오를 들어도 목소리 전달이 잘 된다. 자꾸 스피커를 돌아보게 만드는 소리는 아니지만 오래 들어도 편안한 소리가 나온다. 블루투스로도 연결할 수 있는데 소리의 차이는 모르겠다. 스피커는 이어폰이나 헤드폰만큼 블루투스에 대한 소리 손실이 잘 느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전화 기능이 별로 필요 없는 나로선 이 스피커와 G프로8.3만 따로 사서 쓰고 싶지만, LG전자는 별도로 판매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음악과 방송을 접하는 습관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 새삼 느껴진다. 사실 음악을 접하는 방식과 도구가 스트리밍과 라디오 앱으로 대체된 지는 꽤 오래됐다. 이제 이런 결합형 제품이 나오는 것도 이런 현상을 반영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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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보스 와이파이 오디오 : 음질은 절대 포기 못 해

하지만 한편으로는 음질에 대한 고민도 계속해서 이어진다. 보스는 얼마 전 와이파이를 이용한 무선 오디오를 발표했다. 와이파이 신호를 이용하는 방법은 두 가지다. iOS 기기는 에어플레이로, 안드로이드 기기는 와이파이 다이렉트로 전송한다. 애플의 애플TV나 에어포트 익스프레스를 통해 비슷하게 할 수 있긴 하지만, 스피커 세트 하나로 이뤄져 있다는 것은 큰 강점이다.

두 방식 모두 소리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소스를 스트리밍으로 전송해 스피커쪽에서 직접 디코딩한다. 이 때문에 음원 손실도, 노이즈도 없다. 조용한 공간에서 들어보지는 못했지만 기술적으로는 오디오잭을 연결하는 것보다 파일 자체를 전송해 스피커에서 소리로 만들어내는 것이 DAC나 전송 노이즈 등에서 유리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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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선랜이 갖춰진 환경이라면 공간의 제약도 없다. 재미있는 것은 보스 와이파이 오디오는 몇 가지 인터넷 라디오 채널을 기억하고 있다가 프리셋 버튼을 누르면 그 채널로 연결해 라디오를 들려준다. 홈보이만큼 마음대로 움직일 수는 없지만 일반적으로 가정에서 쓰이는 오디오와 스피커의 환경이 이렇게 변하고 있다는 흐름을 읽기에는 충분하다.

사실 음질에 대한 이야기는 쉽지 않은 주제인데, 전문가용 오디오나 아주 싸구려 제품이 아니고서는 음질 그 자체는 굳이 구분할 필요성이 점점 흐려지는 듯하다. 물론 비싸고 좋은 브랜드의 오디오가 듣기 좋은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듣기 불편한 정도로 탁한 소리를 내는 스피커도 흔치 않다.

오히려 스트리밍과 무선 기술이 언제 어디서든 듣고 싶은 음악을 편하게 누릴 수 있다는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주는 것 같다. 물론 여전히 혼자 헤드폰으로 제대로 갖춰진 소리를 듣고 싶은 욕심도 있는 건 인정한다. 또 다른 의미의 음악 소비 방식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요즘이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