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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기자님, ‘네티즌 반응’은 왜 쓰나요?”

2014.03.28

‘블로터 흥신소’에서는 주로 IT와 관련된 궁금증을 풀어왔습니다. 이번 질문은 온라인에서 매일 보는 기사에 관한 궁금증입니다. IT와 관계는 적지만, 혹여 궁금해할 독자를 위해 알아봤습니다. 독자가 직접 블로터닷넷에 보내준 궁금증은 아닙니다. 제가 궁금해서 알아봤습니다. 내가 묻고 내가 답하는 본격! 자문자답 블로터 흥신소인 셈입니다.

기사에 ‘네티즌 반응’은 왜 쓰나요? – 오원석(서울 서대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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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에 궁금증을 품게 된 것은 얼마전 온라인 기사에서 충격적인 ‘네티즌 반응’을 본 이후부터 입니다. 다음은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이형호 유괴사건과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의 전말 공개‘라는 제목으로 포털사이트에 공개된 기사 중 일부입니다. 올린이는 ‘조선닷컴’입니다. 쉼표도 없고, 문장 구분도 어렵지만 잘 읽어보세요. 깜짝 놀라실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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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대한민국 3대 미제사건, 이형호 유괴사건과 개구리소년 실종사건의 전말 공개’

조선닷컴은 ‘이형호 유괴사건’ 소식을 접한 네티즌의 반응이라며 7가지 네티즌의 반응을 뽑아 올렸습니다. 그중 앞의 두 가지 반응을 봅시다. ‘우와’와 ‘짱이다’. 상식적으로 안타까운 사건을 접한 네티즌이 ‘우와’, 혹은 ‘짱이다’라고 반응 했을까요. 출처가 없어 누구의 반응인지 알 수 없지만, 실제로 네티즌 반응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표현입니다. 세 번째 반응에는 ‘늘려라’라는 의견이 들어가 있네요. 뭘 늘리라는 것일까요. 기사 문맥상 공소시효를 늘리라는 말인 것 같지만, 문장을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나머지 4개 네티즌 반응도 기사에 왜 소개했는지 썩 와닿지 않습니다.

언젠가부터 ‘네티즌 반응’이 기사에 단골 소스로 첨가되기 시작했습니다. 음식에 맛을 더하기 위해 첨가하는 MSG처럼 말이죠. 문제는 이 네티즌 반응이 기사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많다는 점입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대부분인데다, 기사와 전혀 상관없는 반응이 들어가는 것도 다반사입니다. 자세히 보면, 문장구조도 어색하기 짝이 없습니다. MSG가 음식 맛을 좋게 해주는 조미료라면, 기사 속 네티즌 반응은 기사의 질을 떨어뜨리는 ‘미치도록(M) 속 보이는(S) 기사(G)’의 줄임말입니다.

검색 유입 늘리기 위한 의도적 장난 

“언론사의 트래픽 때문이죠. 실제로 기사를 보면, 기사가 마치 ‘템플릿’처럼 완성돼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기사에 핵심 키워드가 하나 있고, 이 키워드가 화제라고 포장하고, 밑에 네티즌 반응을 쓰는 식이죠.”

국내에서 특히 온라인 매체의 보도행태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이준행 개발자에게 언론사가 네티즌 반응을 쓰는 까닭을 물어봤습니다. 이준행 개발자는 뉴스 제목에 ‘충격’ 등 자극적인 단어가 들어간 기사만 골라 보여주는 웹사이트 ‘충격고로케’를 만든 개발자입니다. 올해 3월에는 ‘뉴스고로케’를 새로 열었습니다. 뉴스 고로케에서는 기사에 삽입된 ‘네티즌 반응’만 따로 모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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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고로케

이준행 개발자는 “어떤 곳에서는 10분에 한 번씩 똑같은 키워드로 화젯거리에 대해 계속 기사를 올리기도 한다”라며 “검색에 최대한 잘 걸리도록 실시간 검색어를 기사 앞이나 뒤에 배치하는 등 방식을 바꾸기도 한다”라고 뉴스고로케로 수집한 주요 언론사 인터넷 기사들의 유형을 소개했습니다.

즉, 네티즌 반응은 언론사가 검색 키워드로 만드는 ‘어뷰징’용 장치라는 설명입니다. 하지만 검색 키워드를 기사 속에 거듭해 활용하는 것이 뉴스 검색에 영향을 주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검색이야 되겠지만, 뉴스를 상위에 보여주거나 검색에 더 잘 걸리도록 하는지는 알 수 없다는 뜻입니다.

이준행 개발자도 “언론사에서는 쓸 수 있는 방법은 다 쓰고 있는 것 같다”라고 덧붙였습니다. 알고리즘이 공개돼 있지 않으니 할 수 있는 일은 다 한다는 얘기입니다.

‘네티즌 반응’을 쓰는 몇 가지 사례

조선닷컴이 네티즌 반응을 다루는 방식은 퍽 전통적인 형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키워드를 검색 조작을 위한 도구로 활용한 경우죠. 몇 가지 형태가 더 있습니다. 많은 언론사가 검색어와 네티즌 반응을 취합해 변칙적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뉴데일리’는 네티즌 반응 전부에 검색 키워드를 넣는 대신 번갈아가며 넣는 징검다리 기법을 선보이기도 했습니다. 다음은 뉴데일리의 ‘’한공주’ 천우희 셀카, 순백의 청순미모 ‘여신 강림’’ 기사 중 네티즌 반응 부분을 옮긴 것입니다. 링크는 생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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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데일리 ‘’한공주’ 천우희 셀카, 순백의 청순미모 ‘여신 강림’’

보시다시피 ‘한공주 천우희 셀카’가 검색 키워드입니다. 총 5가지 네티즌 반응이 있는데 1번과 3번, 5번에만 ‘한공주 천우희 셀카’ 문장이 있습니다. 2번과 4번 반응에는 해당 문장이 없습니다. 이렇게 하면, 기사에 검색 키워드도 넣고 네티즌 반응이 주는 어색함도 다소 줄일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생각한 것일까요?

더 놀라운 기술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여러 개를 하나로 모아 기사를 쓰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실시간 급상승 검색 키워드 10개 중 3개를 뽑아 기사 하나를 쓰는 식이죠. 사용자가 검색어를 누를 때마다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기사가 검색된다는 점을 이용한 것입니다. 기사 하나로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 3가지를 끌어안게 되니 클릭 장사에 더 큰 도움이 된다고 판단한 경우입니다.

지난 1월 터진 카드 3사의 개인정보유출 사건이 대표적입니다. 1월18일 네이버에는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로 ‘개인정보유출’과 ‘롯데카드’, ‘농협카드’, ‘국민카드’, ‘이파니’, ‘이파니 노출’이 등장했습니다. 그러자 이 6가지 실시간 급상승 검색어를 모두 활용한 기사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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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닷컴 ‘황당한 인터넷…’개인정보유출’ ‘농협카드’ 검색어 된 와중에 ‘이파니’는 왜 검색어에?

이밖에 검색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양합니다. 알려진 검색 알고리즘이 없으니 최대한 많은 시도를 하는 수 밖에요. 제목과 본문 일부만 살짝 바꾼, 사실상 똑같은 기사를 80여번이나 작성해 네이버로 송고하는 일도 있었습니다. 이만하면 언론사의 노력이 눈물겹기까지 합니다.

이번엔 네이버에 물어봤습니다. 네이버 씨, 기사에 네티즌 반응을 넣는 것이 기사 클릭 장사에 정말 효과가 있나요?

네이버 홍보실은 “알고리즘 자체는 공개할 수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네이버의 검색 기술과 관련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네이버나 다음 같은 포털은 검색 알고리즘을 공개하지 않는 이유를 대략 두 가지로 듭니다. 알고리즘 자체가 포털의 핵심 기술이며, 이를 공개할 경우 알고리즘을 역이용한 어뷰징이 더욱 판칠 것으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다만, 네이버 홍보실은 “(검색 알고리즘을) 계속 바꾸고, 진화시키고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아직 구체적인 일정이 정해진 것은 아니지만, 네이버는 똑같은 주제를 다룬 기사를 하나로 모아 보여주는 클러스터링 기술을 도입할 예정입니다. 이를 포함해 뉴스 기사가 검색 키워드로 어뷰징하는 행위를 방지할 기술도 도입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언론사의 현란한 낚시 기술도 앞으로는 빛이 좀 바래려나요.

[덧] 이 글에 소개한 언론사 기사의 링크는 원본 웹사이트 대신 네이버 뉴스로 연결했습니다. 아웃링크 방식의 검색 제휴만 맺고 있는 언론사 기사는 링크를 따로 넣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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