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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작권 울타리에서 저항을 ‘다운로디드’

2014.03.30

봄기운이 도는 3월27일 저녁, 청년일자리허브에서 남다른 상영회가 열렸다. 크리에이티브 커먼즈 코리아(CC코리아)가 ‘공유 문화’와 ‘음악 공유’에 대해 얘기해보자고 마련한 냅스터 다큐 ‘다운로디드’ 상영회다. 평일 저녁이지만 20명 남짓한 사람들이 자리를 채웠다.

상영회엔 ‘다운로디드’ 음악감독인 DJ 스푸키도 참석했다. DJ 스푸키는 미국의 유명한 뮤지션이자 미디어 아티스트다. 이번 상영회를 위해 다이앤과 곧곧, 스텔라, 션 등 CC코리아 활동가 4명은 직접 한글 자막을 만들었다.

‘다운로디드’는 냅스터와 90년대 음악 저작권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다. 냅스터는 1999년 숀 패닝과 숀 파커가 만든 P2P 파일 공유 서비스다. 이용자끼리 직접 온라인으로 MP3 음악 파일을 주고받는 용도로 주로 사용됐다. 당시 숀 패닝의 가명이 ‘냅스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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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운로디드’ 예고 동영상 보기

이날 상영회는 영화 상영만 하고 끝나진 않았다. 영화의 여운을 함께 푸는 시간도 가졌다. 혼자 영화를 보고 감동하는 것도 좋지만, 같이 보고 함께 얘기를 나누면 영화가 주는 재미는 배가 된다. CC코리아가 관객들이 붙일 명찰과 맛있는 다과를 준비한 이유일 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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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CC살롱 ‘다운로디드’ 상영회 포스터 (출처: CC코리아.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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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참가자들은 각자 자기 이름을 쓴 스티커 명찰을 가슴에 붙였다. (출처: CC코리아.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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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DJ 스푸키와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다. 대화는 영화 속 냅스터부터 냅스터와 떼려야 뗄 수 없는 저작권에 대한 얘기까지 다양한 주제를 넘나들었다.

“디제잉 자체가 음악을 믹싱하고 샘플링하는 것이기 때문에 저작권에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DJ 스푸키는 자신의 직업인 DJ를 소개하며 저작권을 설명했다. DJ는 저작권 문제에 가장 가까이 있는 사람 중에 하나일 게다. DJ는 다른 이의 음악을 가져다가 그것들을 자르고 이어붙여 새로운 음악을 만들어내기 때문이다. 작곡가처럼 음악을 작곡하지도 않고 자기 손으로 악기를 연주하지도, 자기 목으로 노래를 부르지도 않고 말이다. 다른 이의 음악을 사용해 자기 음악을 재구성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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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상영회가 끝난 뒤, 참가자들은 둘러앉아 냅스터와 음악 공유에 대해 얘기를 나눴다. (출처: CC코리아. CC BY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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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DJ 스푸키 

DJ 스푸키는 현재의 저작권 규제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DJ 스푸키는 “음악을 저장하고 배포하는 방식이 달라졌는데, 똑같은 방식으로 규제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법이 기술을 못 따라간다는 얘기다.

영화 속에서 냅스터는 음악을 저장하고 배포하는 방식을 변화시켰지만, 이전과 똑같은 방식으로 법적 처벌을 당한다. 실제로 냅스터는 번 돈을 다 합의금으로 물고도 빚이 남았던 엄청난 소송을 당했다.

DJ 스푸키 말대로, 음악을 저장하고 배포하는 방식은 악보와 음반을 물리적으로 찍어내지 않아도 무한정 복제가 가능하도록 바뀌었다. 1700년대 들어 인쇄를 할 수 있게 되며 음악은 악보를 통해 퍼졌다. 그리고 1948년 현재와 같은 LP음반이 최초로 발매되며 고정된 형태의 음반이 대량으로 생산되기 시작했다. 1999년에는 ‘다운로디드’의 주인공인 냅스터가 생기며 물리적 미디어의 한계를 없애버렸다. 하지만 현재까지 음악 저작권 규제는 기술을 따라가지 못한 채 모호한 부분이 많다. 예를 들어 카페에서 물리적인 음반으로는 음악을 틀 수 있지만 디지털 음반을 틀면 저작권법 위반이 된다.

DJ 스푸키가 디제잉을 하며 다른 이의 음악을 가져다 쓸 때 말고, 자신의 음악을 누가 가져다 쓰면 어떻게 할까. 사실 DJ 스푸키의 아류도 많고 비슷한 음악을 하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하지만 DJ 스푸키는 내버려둔다고 했다. DJ 스푸키는 ”나만의 정체성을 지키려고 노력하지만, 배포나 확산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라고 말했다.

냅스터를 통해 음원으로 돈을 벌진 못했지만, 자신들을 알려 오히려 덕을 본 뮤지션도 있다. ‘다운로디드’에도 출연하는 인디 뮤지션 디스패치는 냅스터 덕택에 음악을 알리고 음원이 널리 풀려 큰 인기를 끌게 된다. 디스패치는 방송에 출연하거나 큰 음반 기획사 소속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들려줄 기회가 별로 없었지만, 냅스터에서 기회를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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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디스패치 (출처:디스패치 마이스페이스)

“예술가가 콘텐츠를 팔아서 생활을 하는 것이 굉장히 비정상일 수도 있다는 걸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저작권 밖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고투 CC코리아 활동가는 ‘냅스터가 그랬던 것처럼 무료 공유를 하게 되면 예술가는 무얼 먹고 살아야 될까’라는 물음에 저작권 밖을 살펴보자고 말했다. 저작권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서기 위해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다양한 시도를 해야 하며 저작권 밖에 예술가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있어야 한다는 의견이다.

관객 가운데 한 명은 “레오나르도 다빈치와 같은 르네상스 시대 예술가들은 그림을 팔아먹고 살지 않았다”라며 “스폰서들이 있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자기 작품을 팔아 생계를 유지하지 않아도 계속 그림을 그릴 수 있게 했던 사회적인 환경이 있었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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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DJ스푸키와 관객들 (출처: CC코리아. CC BY 2.0)

한편, 이날 상영회를 연 CC코리아는 오는 5월에 ‘학교를 해킹하다’라는 주제와 ‘이그나이트’형식으로 학교 교사들을 모아 생각을 공유하고 소통할 수 있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프리젠테이션 파티를 연다. 이그나이트는 5분 동안 20장의 슬라이드가 자동으로 넘어가는 발표 형식으로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나누는 행사다. 행사는 동그라미 재단에서 5월16일 6시30분에 열린다. 자세한 문의는 CC코리아(070-7618-0321)로 하면 된다.

hyeming@bloter.net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아는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e메일 : hyem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