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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전자책 스타트업의 소회 “우리는 실패했다”

2014.04.01

“우리는 지속 가능한 독서 플랫폼을 만드는 데 실패했다.”

독일의 스타트업 리드밀은 3월28일 ‘드롭박스에 합류한다’라는 글을 블로그에 올렸다. 더는 신규 회원을 받지 않고, 7월이 되면 서비스 운영을 중단한다는 얘기였다. 스웨덴의 두 청년이 전자책 읽기에 SNS를 접목한 시도는 4년만에 무산됐다.

헨릭 버그렌과 다비드 젤케리트은 스웨덴 왕립공과대학에서 만났다. 대학을 졸업하고 각자의 길을 걷다가 1년 뒤, 둘은 자기 사업을 벌이기로 했다. 사업 아이템은 ‘독서’였다. 독자에게 별다른 감흥을 주지 못하는 전자책 독서 습관과 어딘지 모르게 부족한 SNS를 결합하자고 생각했다. 스웨덴 스톡홀롬의 아파트에서 둘은 2010년 10월 회사를 차렸고, 이듬해 3월 독일 베를린으로 회사를 옮겼다.

드롭박스에 인수된 리드밀의 두 창업자

▲리드밀의 두 창업자 헨릭 버그렌과 다비드 젤케리트(출처: 리드밀)

이후 3년 동안 리드밀은 서비스를 풍성하게 가꿨다. 여느 전자책 뷰어처럼 PDF와 EPUB 파일을 불러와 읽는 기능부터 만들었다. 리드밀 앱은 DRM이 아예 없거나 어도비 DRM을 쓰는 파일을 읽었다. 유럽의 크고 작은 서점과 출판사 100여곳과도 제휴했다. 온라인 서점에 있는 책이나 미리보기 파일을 독자가 리드밀에서 읽을 수 있게 했다. 이 기능을 ‘리드밀로 보내기’라는 소셜 플러그인으로 만들어 공개도 했다.

리드밀이 언론과 출판사의 시선을 끈 건 공유 기능 덕분이었다. 리드밀은 전자책 독자의 커뮤니티를 만들려고 했다. 독자가 책 속 글귀를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외부 SNS로 공유하고, 리드밀 서비스 안에서 친구들과 책 글귀를 나누게 했다. 책 한 권을 읽으면서 친구가 밑줄을 긋거나 메모를 남긴 걸 표시했다.

리드밀은 모든 기능을 웹사이트와 아이폰 앱, 안드로이드 앱 사이에서 동기화해 제공했다. 독자들이 공유한 글귀 정보는 출판사와 나눠, 특정 책에 대한 독자 반응을 출판사가 확인하게끔 했다.

리드밀 전자책 동기화

갖가지 기능을 내놓으면서 리드밀은 투자사의 눈에 들었다. 웰링턴파트너스, 인덱스벤처스, 패션캐피탈 등에서 투자를 유치했다. 개인 투자자에게 투자도 받았다. 그중에 사운드클라우드 창업자 에릭 왈포스가 있었다.

하지만 서비스를 출시하고 3년, 회사를 차리고 4년 만에 리드밀은 문을 닫는다. 리드밀은 “독서 경험은 나눌 때 멋지다고 믿었다”라면서 “리드밀의 이야기는 여기에서 끝난다”라고 소회를 밝혔다.

리드밀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면서 유료화를 고민했다. 그런데 판매 대금의 30%를 수수료로 떼는 플랫폼 위에선 전자책을 파는 게 여의치 않았다고 했다. 아마존이나 교보문고, 스크립드 등이 운영하는 정액제도 고려했으나, 그것만으로 회사를 운영하고 지속하기 어려웠다고 털어놨다. 이 고민을 리드밀만 했을까. 지속 가능한 전자책 서비스는 리드밀처럼 전자책 서비스를 운영하는 회사 대부분이 하는 고민일 게다.

드롭박스는 리드밀을 인수하지만, 리드밀과 같은 서비스를 만들 계획은 없다. 그대신 리드밀 팀과 함께 리드밀이 다양한 단말기에 독서 경험을 제공한 기술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리드밀은 “다양한 크기의 화면에서 책 읽기는 많은 사람이 일하고 사는 데 기본”이라면서 “드롭박스에서 새로운 방법으로 비슷한 도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테크크런치는 리드밀의 매각 대금이 현금과 주식을 합쳐 약 85억원(800만달러)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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