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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안드로이드 로고를 강제로 띄우는 이유

2014.04.01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안드로이드 로고를 의무적으로 보여주게 했다는 소식이 발표됐습니다. 앞으로 나오는 일반적인 안드로이드, 그러니까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이용하고 구글플레이 스토어로 앱을 내려받는 제품들은 부팅할 때 ‘powered by android’ 로고를 띄우게 됩니다.

이는 새로운 소식은 아닙니다. ‘갤럭시S5’가 공개됐을 때부터 슬금슬금 나오던 이야기입니다. 갤럭시S5를 켤 때 이 낯선 로고가 보였기 때문이지요. 이 뿐이 아닙니다. 지난주 HTC가 공개했던, 코드명 M8이었던 제품 ‘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그 동안 안드로이드는 로고를 띄우는 걸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이 로고는 삼성전자가 초기에 ‘갤럭시A’를 내놓으면서 부팅 화면에 심었던 것이긴 해도, 그 뒤론 눈에 잘 띄지 않았습니다. 이런 식의 부팅 로고는 PC시장에서 인텔, 마이크로소프트, 그리고 AMD나 엔비디아도 흔히 심는 것이기에 별난 일은 아닙니다. 그래도 구글은 제품 외부에 스티커나 음각을 심는 등의 정책을 강제하진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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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성 존중하되 안드로이드는 살려”

그래도 새삼스럽긴 합니다. 구글은 왜 이 로고를 쓰기 시작했을까요? 물론 구글은 이에 대해 이유도, 입장도 밝히진 않았습니다. 특별한 계기도 없습니다. 다만 그 이유를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습니다.

우선은 긱닷컴이 이야기한 것처럼 기기가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쓰고 있다’는 메시지를 이용자에게 확실히 전달하기 위해서라는 게 첫 번째로 꼽는 이유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쓰고 있긴 하지만 이용자가 ‘넥서스5’, ‘갤럭시S5’, ‘원’ 등의 기기를 보고 똑같은 안드로이드로 인지하기는 어렵다는 것이 긱닷컴의 설명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 중에선 ‘나는 내 안드로이드의 빌드 넘버까지 알고 있다’고 할 분들도 있겠지만, 자기가 쓰는 기기가 뭔지도 잘 알지 못하는 이용자들이 더 많습니다. 게다가 안드로이드폰은 제조사들이 점차 UI와 기능으로 차별화를 꾀하기 때문에 이제는 안드로이드 본래의 색깔이 많이 퇴색되고 있습니다. 구글의 인증을 받은 기기라고 해도 음악이나 캘린더, 메시지 등 특정 구글 앱들이 제조사 앱으로 대체되기도 합니다. 그게 안드로이드의 강점이자 경쟁력이라고 하지만, 구글 입장에서는 구글의 색이 너무 지워지는 것이 달가울 리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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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S5를 켜면 부팅 화면에 안드로이드 로고가 나온다. (사진 출처 : 플리커 Janitors, CC BY)

특히 전용 런처로 이용자 경험(UX)에 많은 변화를 준 제품들이자 안드로이드의 주인공격인 주요 제조사들의 제품에 ‘안드로이드로 만들었어요’라고 띄우는 건 누가 뭐래도 안드로이드의 존재감을 강화하려는 조치로 보입니다.

그럼 이 로고는 갤럭시나 원, 또는 소니의 ‘엑스페리아’나 LG의 ‘G’시리즈 등에만 들어가는 걸까요? 현재로선 그렇습니다. 구글은 비공식 안드로이드 기기인 화이트박스에는 로고를 심을 계획을 밝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마도 이건 첫 걸음일 겁니다. 다음 단계로 화이트박스 제품으로 번질 가능성이 아주 높습니다.

“화이트박스 이용자여, 메이저 제품으로 오세요”

사실 화이트박스 안드로이드폰은 본래 구글의 순정 안드로이드에 더 닮아 있는 경우가 많으니 헷갈리지는 않을 겁니다. 이 제품들은 안드로이드를 운영체제로 쓰긴 하지만, 구글의 인증을 받지 못해 플레이 스토어를 쓰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중국의 안드로이드 이용자 중 구글플레이를 통해 내려받은 비율은 5.6%밖에 되지 않았고, 72.6%는 구글이 손을 댈 수 없는 마켓을 통해 깔린 앱입니다. 그러니까 불법으로 크랙 앱을 유통하는 스토어일 가능성이 높은데, 이 얘기는 곧 ‘적잖은 안드로이드 기기가 비공식 안드로이드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얘기로 연결됩니다.

오히려 이런 기기들이 안드로이드를 더 강조할 수는 있겠습니다. 이들을 다시 구글플레이 스토어로 끌어들이려면 ‘안드로이드’와 ‘안드로이드의 공식 스토어’로 끌어들이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그러려면 안드로이드 자체가 이용자들이 잘 파악하고 있는 브랜드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겠네요. 결국 AOSP(android open source project) 버전의 안드로이드에도 ‘안드로이드로 만들었어요’ 로고가 더해질 것이라고 내다보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이 소비자들을 다시 앞서 이야기한 메이저 기기로 끌어들이는 것이 궁극적인 안드로이드 로고의 목적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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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안드로이드 종류에는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구글의 가장 큰 고민인 ‘포크 안드로이드’입니다. 포크 안드로이드는 개조형 안드로이드 운영체제입니다다. 최근에 선보인 노키아의 ‘X’가 좋은 사례입니다. 가장 유명한 건 역시 아마존의 ‘킨들파이어’가 되겠군요. 이것들이 왜 고민이 될까요? 구글이 노력해서 만든 안드로이드이긴 하지만 구글이 보여주려는 안드로이드의 색깔은 완전히 지워진 운영체제이기 때문입니다.

“개조 안드로이드 대신 진짜 안드로이드로”

안드로이드는 기본적으로 무료 운영체제입니다. 구글은 안드로이드를 무료로 풀어 많은 제조사들이 쓰도록 합니다. 대신 그 안의 소프트웨어들은 모두 구글의 서비스로 연결됩니다. 그런데 포크 안드로이드는 운영체제의 커널만 골라 쓰고 나머지 구글 관련 앱과 서비스들을 모두 삭제합니다. 심지어 장터까지 마음대로 솎아냅니다.

킨들파이어 태블릿을 써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이 기기는 분명 안드로이드를 기본으로 하고 있습니다. 앱도 APK 파일로 설치되고, 안드로이드와 똑같은 앱이 돌아갑니다. 하지만 겉모습만 보면 누구도 안드로이드라고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기본적인 UX가 완전히 다르고, 설정 메뉴도 다릅니다. 무엇보다 안에 들어 있는 서비스가 모두 구글의 것이 아닙니다. 아마존이 만든 웹브라우저, 아마존 앱스토어, 아마존의 콘텐츠 장터, 아마존의 클라우드 서비스가 들어갑니다. 하지만 구글은 여기에 뭐라고 할 수가 없습니다. 이미 안드로이드는 오픈소스로 공개돼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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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AOSP라고 부릅니다. 누구든 이 소스를 가져다가 기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대신 구글 콘텐츠 장터에 접속하려면 구글 모바일 서비스(GMS) 인증을 받아야 합니다. 그런데 아마존은 킨들 파이어에 AOSP를 쓴 이유가 ‘구글의 서비스를 쓰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노키아 X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들에게 안드로이드는 커널 운영체제일 뿐입니다. 아마존이나 마이크로소프트처럼 큰 기업들은 이미 자체 클라우드를 갖고 있어 오히려 구글이 마켓을 강제하지 않는 것이 고마울 겁니다.

그렇다고 구글이 다시 마음을 바꿔서 모든 안드로이드에 마켓과 G메일을 강요하지는 않을 겁니다. 포크 안드로이드에 ‘powered by android’를 넣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닙니다. 강제할 수 있는 여건이 없기 때문입니다. 결국 구글로서는 안드로이드 그 자체를 이용자들에게 더 강하게 인식시키고, 안드로이드 로고를 통해 정품 혹은 보증된 안드로이드라고 알릴 필요가 있습니다. 말하자면 킨들파이어나 노키아X에 마치 ‘짝퉁’이란 느낌을 줄 수 있겠지요. “안드로이드를 쓰려면 정품 로고가 있는 제품을 써라.” 그게 일반 기업들이 ‘추노마크’란 비아냥을 참아가면서 제품에 로고를 심는 가장 큰 이유이기도 하니까요.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