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스코가 EMC와 합작 회사를 만들면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습니다.
존 챔버스(John Chambers) 시스코시스템즈 회장겸 CEO는 “오늘 발표는 데이터센터와 관련해 고객들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것”이라며 “단순한 기술 협약이나 파트너십을 초월해 데이터센터의 운영 효율성 극대화 및 전력 소모 감축, 정보 보안 강화를 이룬 차세대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네트워크 기반의 전례없는 접근을 펼쳐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도대체 이 회사는 왜 이런 도전에 나선 걸까요? 요즘 IT 분야는 온통 클라우드와 가상화, 데이터센터 이야기 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IT 업체는 물론 IT 서비스 업체들도 입만 열면 클라우드를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클라우드를 이야기 하면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로 데이터센터입니다. 모든 IT 장비들이 집중된 심장부가 바로 데이터센터입니다.
일단 왜 IT 업체들이 데이터센터에 주목하고 있는 것일까요? 약간의 힌트가 될 만한 내용이 지난달 초 공개됐습니다. 지난 10월 7일 삼성SDS는 수원에 위치한 삼성SW연구소에 첨단 기술력으로 무장한 ‘삼성SDS 클라우드컴퓨팅센터’를 오픈했습니다. 삼성SDS는 클라우드 컴퓨팅 센터에 대한 투자 규모는 밝히지 않았지만 삼성SW연구소라는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데 든 비용이 1170억원이 투자됐고, 이 안에 5년간 1조 2천억원 가량의 예산이 투자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인건비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공조 시설, 전기세 등을 합치면 엄청난 투자가 이뤄지는 셈입니다.
지난 7월 15일 지식경제부가 밝힌 ‘ 인터넷데이터센터(IDC) 그린화 대책 발표’ 자료에 따르면 국내 IDC는 약 70개이며 서비스 시장 규모는 ‘08년 약 7천 850억원으로, 디지털 콘텐츠의 IDC집중화로 연평균 25% 성장중입니다.
이런 추세는 앞으로 더욱 빠르게 확산될 것으로 보입니다.
기업들은 광대역 IP망의 구축, x86 서버의 성능 향상과 가상화 소프트웨어 등장을 통해 저렴한 비용으로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게 되면서 전세계 흩어져 있던 데이터센터들을 몇몇 곳으로 통합하고 있습니다. IBM과 HP 사례는 이미 자주 나왔습니다. IBM은 2005년 이후 전세계 155개의 데이터센터를 7개의 대형 데이터센터로 통합했습니다. 80개에 이르는 웹호스팅 데이터센터도 5개로 통합했죠. HP는 전세계 85개의 데이터센터를 미국에 3개 센터로 통합했고, 나머지 3개의 센터를 마련해 재해복구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이런 통합은 IT 업체들에겐 엄청난 기회가 되면서 동시에 위기로 작용합니다. 전세계에 많이 있던 데이터센터에 장비를 공급하는 기회가 이제는 사라진 것이죠. 대형 센터에 투자가 집중되면서 한 두개 업체만 선택을 받게 됩니다. 한번 떨어지면 다시 들어갈 기회 자체가 원천적으로 봉쇄됩니다. 시장이 이렇게 흐르니 IBM, HP, 델, 시스코, EMC 등은 데이터센터에 최적화된 대형 장비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고객 눈도장을 받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습니다.
IMF 구제 금융 사태 이전에 그 많던 금융 업체들이 대형 업체 몇곳으로 정리되면서 IT 업계는 상당한 고전을 합니다. 그 많던 고객이 몇개 회사로 통합됐지만 개별적으로 투자했던 IT 예산을 통합 회사가 그래도 투자하지는 않기 때문이죠. 고객들도 흩어진 전산 자원을 새로운 데이터센터를 마련해 통합시키던가 아니면 기존 데이터센터를 리모델링해 통합하고자 합니다.
국내 시장은 아직 꽃을 못피우고 있지만 해외에서는 블레이드 서버가 대형 데이터센터 구축과 함께 급성장하고 있습니다. 블레이드 서버는 떡처럼 잘게 썬 모양을 하고 있는 것으로 단순히 서버만 있는 것이 아니라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크가 하나의 박스안에 모두 들어갈 수 있습니다. 용량은 커졌고, 크기는 무척 작아진 것이죠. 데이터센터에는 서버를 장착하는 렉이라는 것이 있는데요. 예전에는 이런 렉에 서버만 들어가고 스토리지나 네트워크는 별도의 렉에 꽂아서 연결했습니다. 그런데 최근엔 블레이드 형 장비 이외에도 일반 렉 안에 탑재되는 스토리지와 네트워크 장비가 나오면서 투자 비용도 대폭 낮춰지고 있습니다.
고객들은 개별 장비 업체들을 불러 하나씩 장비 성능을 테스트해서 구매하던 방식에서 하나의 업체에게 모두 맡기려고 합니다. 당연히 서비스 조직을 보유하고 있는 IBM이나 HP의 파워가 커지게 됩니다. 그런데 이렇게 선발 업체에게 끌려만 가서는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기가 쉽지 않다고 본 델이나 시스코, EMC 같은 회사는 모험을 감행합니다. 네트워크 장비나 스토리지를 OEM해서 원스톱으로 제공하거나 아예 시스코처럼 EMC와 합작해 도전장을 내밀기도 합니다.
특히 오늘 나온 자료처럼 시스코의 꿈은 원대합니다. 시스코는 이런 상황을 IBM과 HP 같은 업체들을 누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의 네트워크 시장 지배력을 바탕으로 서버 시장에 뛰어들었고, 스토리지 분야에서 외롭게 고군분투하고 있는 EMC를 끌어들였습니다. x86 서버 시장은 이제 별다른 기술 없이도 뛰어들 수 있다고 본 것이죠.
하지만 광대역 네트워크 인프라가 구축되면서 네트워크 장비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는 것이죠. 서버나 스토리지 시장은 표준화 물결 속에 갈수록 가격이 떨어지지만 네트워크 장비는 광대역 망에 멀티미디어 콘텐츠들의 늘어날 수록 더 빠르고 확장 가능한 것으로 진화되고 있습니다. 가격도 더 높게 책정됩니다. 시스코가 도전장을 던지긴 했지만 그간 전통적인 우호 관계를 맺고 있던 IBM과 HP의 반격 또한 만만치 않습니다. HP는 브로케이드와 협력을 단행했고, 저가 스위치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코어 분야로 확대하기 위해 호시탐탐 기회를 엿보고 있습니다. IBM은 주니퍼와 브로케이드와 OEM 계약을 맺고 시스코와의 협력 일변도를 다변화시켰습니다.
시스코의 도전이 어떤 결과로 나타날지는 아직 알 수 없습니다. 그렇지만 시스코는 피할 수 없는 경쟁 상황이 도래했다고 판단하고 있어 보입니다. 네트워크 기업으로 기억되기 보다는 IT 대표 기업으로 탈바꿈하기 위해 도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상황이 시스코에게 유리하지 않습니다. 시장 상황이 좋았다면 새로운 장비를 도입해 검토해 볼만하지만 현재의 글로벌 경제 위기 속에 기존 경쟁 업체들은 더욱 밀착된 지원을 약속하고 있습니다. 장비가 검증되기 위해선 시간이 그만큼 필요한데요. 시간이 시스코 편인지 정확히 예측이 불가능합니다.
시스코가 미국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얻을 수 있을지와는 별개로 과연 국내 시장에서 본사의 변화를 수용할 역량이 있는지도 의문입니다. 시스코시스템즈코리아는 전형적인 네트워크 업체입니다. 라우터와 스위치 판매에 익숙하고 고객 컨택 포인트도 죄다 네트워크 관련 인력들입니다.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한 최종 의사결정자들과 만날 수 있는 내부 인력들이 태부족합니다. 지난 3월 블레이드 서버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이를 전담할 인력들은 여전히 네트워크 출신들입니다. 대규모 서버와 스토리지 인력을 채용해 아예 체질을 바꾸지 않으면 안됩니다.
채널 또한 마찬가지죠. 업체의 한 관계자는 “관련 장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사람을 투입해 교육을 시켜야 하는데 네트워크와 서버 분야는 전혀 다르다.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네트워크 파트너가 시스코의 전략을 그대로 수용하기엔 한계가 많습니다. 가뜩이나 국내 네트워크 투자 금액도 대폭 삭감된 상태”라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국내 시장 진출은 산 너머 산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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