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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샵메일은 내가 e메일 받은 걸 어떻게 알까요?”

2014.04.07

오원석 기자에게 바통을 받아 처음 흥신소를 씁니다. 블로터 안상욱입니다. 오늘은 제가 궁금한 점을 찾아봤습니다. 공인인증 e메일 주소인 ‘샵(#)메일’ 얘기입니다.

샵메일은 내가 메일을 받았다는 걸 어떻게 아나요? – 안상욱(경기도 안양시)

예비군 샵메일

날 풀리기 무섭게 예비군 훈련 통지서가 날아옵니다. 3월초부터 며칠에 한 번씩 통지서를 받은 것 같습니다. 이 가운데 이상한 e메일이 한 통 보입니다. 전자우편 주소를 샵메일로 바꾸라는 겁니다. 일반 e메일로도 잘 받고 있는데 왜 굳이 바꾸라는 건지 의아했습니다. 예비군 중대에 물어봤습니다.

“왜 샵메일 주소를 등록하라는 건가요. 샵메일 말고 일반 e메일로는 더이상 훈련 통지서 못 받나요?”

“아닙니다, 선배님. 지금 e메일 주소로도 받으실 수 있습니다. 다만 보통 e메일로 보내면 선배님께 제대로 전달됐는지를 알 수 없어서 샵메일로 바꾸시라고 말씀드린 겁니다. 계속 훈련통지서를 보냈는데도 선배님이 안 나오시면 부득이 댁까지 찾아가야 하는데, 샵메일 주소를 쓰시면 선배님께 메일이 제대로 전달됐는지, 선배님이 메일을 확인하셨는지 저희가 알 수 있어서 일이 간편해집니다.”

한마디로 예비군 부대에서 복무하는 군인 후배님들 편하기 위해서라는 말이었습니다. 그래도 굳이 공인인증서로 예비군 웹사이트에 로그인해 회원 가입하고 싶은 마음은 안 생깁니다. 멀쩡히 잘 쓰는 e메일 주소 놔두고 굳이 본인인증까지 해가며 샵메일 주소를 만들고 싶은 마음은 더더욱 없죠. 그런데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샵메일은 어떻게 제가 e메일을 받았는지 알아내는 걸까요.

샵메일은 인터넷 등기우편

일단 샵메일이 작동하는 기본 원리부터 알아야겠습니다. 샵메일은 정부가 만든 인터넷 등기우편 서비스라고 보면 됩니다. 등기우편은 우편물이 안전하게 전달됐는지를 우체국이 보증해주는 제도입니다. 발송부터 도착 뒤 전달까지 모든 과정을 기록해 중간에 우편물을 잃어버리지 않도록 특별히 관리하는 거죠.

샵메일도 등기우편과 마찬가지입니다. 전자우편을 제대로 보내고 받았는지를 기록해 중간에 전자우편이 망가지거나 없어지지 않도록 특별 관리하는 겁니다. 등기우편은 우체국이 관리하는데, 샵메일은 누가 관리하는 걸까요. 정부입니다. 정확히 말하면 정보통신산업진흥원(NIPA)이라는 정부기관에서 관리합니다. 그래서 이름도 ‘공인’전자주소입니다. 정부가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전자주소라는 뜻이죠.

샵메일을 주고받는 과정을 공인기관 서버에 저장

샵메일은 어떻게 전자우편이 오가는 과정을 관리할까요. 전자우편을 보내고 전달하고 받고 확인하는 모든 과정을 법적으로 인정받은 중개자가 기록하고 관리하는 겁니다.

샵메일로 전자우편이 오가는 과정은 전자통신산업진흥원 서버에 기록됩니다. 샵메일 사용자가 이 과정을 증명해달라고 요청하면 전자통신산업진흥원은 서버에 저장된 정보를 바탕으로 유통증명서를 만들어줍니다.

유통증명서 안에는 통신·수신·열람증명서가 들어갑니다. 샵메일이 제대로 보내졌으면 통신증명서가 발급되고, 샵메일이 상대방 샵메일 편지함에 잘 도착했으면 수신증명서가 발급되는 식입니다. 전자우편을 열어봤다면 열람증명서가 만들어지겠죠. 이 증명서는 샵메일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하는 전자문서 및 전자거래기본법에 따라 법적 효력을 지닙니다. 이것이 샵메일이 전자우편을 주고받은 과정을 증명하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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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 공인전자주소)

샵메일이 어떻게 법적으로 내가 e메일을 받고 확인했는지를 증명하는지는 알았습니다. 그런데 또 궁금해졌습니다. 샵메일이 아닌 기존 e메일은 샵메일처럼 전자우편을 받았는지를 증명할 수 없는 걸까요.

“일반 e메일도 법적 효력 있다”

김기창 오픈넷 이사(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마치 샵메일만 전자우편 수신·발신을 증명할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완벽한 사기”라고 말했습니다. 김기창 이사의 설명을 더 들어보죠.

“기존 e메일은 전자우편을 받은 사람이 받은 적 없다고 법적으로 주장할 수 있느냐. 없거든요. 보통 e메일을 어떻게 받나요. 자기가 쓰는 e메일 주소를 상대방에게 알려주고 그 주소로 받잖아요. 그 e메일 주소로 전자우편을 주고받았다는 사실 자체가 내가 e메일을 받았다는 걸 증명하는 셈이죠.”

만일 내 e메일 주소로 온 전자우편을 열지 않은 채 방치하다가 나중에 ‘e메일이 온 지 몰랐다’ 또는 ‘받은 적 없다’라고 우기면 어떨까요. 법적으로는 아무 효과가 없은 ‘생떼 부리기’일 뿐이랍니다.

“기존 법리하에서도 그 사람이 실제로 우편물을 열어봤는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상대방이 편지를 열어볼 수 있는 상황이 됐다면, 다시 말해서 집으로 편지를 배달해 줬다면 법적으로 ‘상대방에게 의사표시가 도달했다’라고 봅니다. 편지를 받고도 봉투를 안 뜯고 버티다가 나중에 법정에서 ‘난 안 받았다’라고 주장할 수는 없어요.”

김기창 이사는 e메일도 마찬가지라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ㄱ이 ㄴ에게 중요한 e메일을 보냈는데 ㄴ은 e메일을 못 받았다고 잡아뗀다면 어떻게 할까요. ㄱ이 e메일을 보낼 때 쓴 메일서버에 e메일을 보낸 기록이 있는지를 확인하고, ㄴ이 쓰는 메일서버에 e메일이 도착한 기록이 있는지를 보면 됩니다. 두 사실이 다 확인된다면 ㄴ이 아무리 우겨도 소용 없습니다. 앞서 설명한 대로 ‘상대방에게 의사표시가 도달’한 상태가 되는 겁니다. 김기창 이사는 “기존 e메일도 당연히 갖고 있는 법적 효력을 마치 샵메일만 가질 수 있는 것처럼 주장하는 건 사기”라고 풀이했습니다.

시스템 안정성이 검증되지 않았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기존 e메일 시스템은 1982년 처음 시작됐습니다. 30년 넘는 세월 동안 많은 e메일 서비스 업체가 기술을 개발하고 보완해 왔습니다. 이에 비하면 샵메일은 역사가 짧습니다. 기술적으로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는 얘기입니다. 김기창 이사는 “소프트웨어는 끊임없는 디버깅과 보완을 거치면서 시간이 지나면서 향상되는 것”이라며 “수십년 동안 검증된 기존 e메일 소프트웨어와 정부 용역으로 처음 만들어 낸 샵메일은 비교할 수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nuribit@bloter.net

기술의 중심에서 사람을 봅니다. 쉽고 친절하게 쓰겠습니다. e메일 nuribit@bloter.net / 트위터 @nuri_bit / 페이스북 facebook.com/nuribit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