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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재·차별·위헌·규제…셧다운제, 왜 문제냐고?

2014.04.08

‘청소년보호법개정안’, 이른바 ‘강제적 셧다운제’ 본격적으로 시행된 지 2년 6개월이 지났다. 지난 2011년 4월29일 국회를 통과했고, 그해 10월부터 시행되기 시작했으니까. 그동안 청소년의 게임 중독 문제는 좀 해결됐을까. 문화연대와 법조인, 청소년 시민단체가 4월8일 ‘강제적 셧다운제 위헌 보고서’ 발간 간담회를 열었다. 셧다운제 위헌 소송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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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현 청소년 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 이병찬 법무법인정진 변호사, 이동연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왼쪽부터)

청소년 의견 없는 청소년 보호법

강제적 셧다운제 16세 미만 청소년이 자정부터 오전 6시까지 온라인게임에 접속하는 것을 막는 규제다. 지난 2011년 4월29일 국회를 통과한 이후 이날까지 1076일이 지났다. 셧다운제는 논의되는 과정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주로 과도한 규제는 지양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았다. 청소년의 게임 이용과 교육은 부모의 몫이라는 주장도 강제적 셧다운제를 반대하는 이들의 주장이다. 무엇보다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라는 목소리가 가장 컸다.

“청소년은 보호라는 명분만 있으면, 규제를 당하는 것이 당연시되는 것이 현실입니다. 여가시간은 빈약한 반면, 청소년의 처지를 대변하는 목소리는 하나도 없었어요. 셧다운제는 청소년에 대한 어른들의 ‘독재’라고 생각합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공현 청소년인권행동 아수나로 활동가는 셧다운제를 가르켜 “청소년을 보호하겠다는 이유로 정작 청소년의 의견은 듣지 않고 규제부터 하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셧다운제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3년 발의된 이른바 ‘손인춘법’도 상황은 비슷하다. 손인춘법 안에는 청소년이 가정에서 어떤 게임을 즐겼는지 교사에게 알릴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명시하고 있다. 공현 활동가는 이 같은 조항은 곧 청소년에 대한 ‘교사의 사찰’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청소년의 목소리는 온데간데없이, 그저 어른들의 시각으로 규제정책이 흘러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다.

“셧다운제는 청소년 기본권 침해”

문화연대가 발간한 ‘강제적 셧다운제 위헌 보고서’에는 셧다운제가 왜 위헌인지 법리적으로 풀이돼 있다. 이병찬 법무법인 정진 변호사도 셧다운제를 법리적 차원에서 접근해 문제점을 지적한 ‘강제적 셧다운제의 위헌적 요소 분석’을 작성해 보고서에 실었다. 이병찬 변호사는 지난 2011년부터 셧다운제 위헌 소송을 담당하고 있는 변호사다.

이병찬 변호사는 “셧다운제는 기본권을 침해하는 규제라는 점에서 위헌”이라며 “청소년과 게임사업자, 부모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안이므로 제거하는 것이 사회적 이익에 부합하리라 생각한다”라고 밝혔다.

셧다운제는 우선 청소년의 기본권을 침해한다. 헌법 10조 전문은 모든 국민은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진다는 점을 명시하고 있다. 여기에는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권도 포함돼 있다. 모든 국민은 모든 행위를 할 자유와 행위를 하지 않을 자유를 갖는다는 뜻이다. 셧다운제는 어떤가. 청소년이 특정 시간에 온라인게임에 접속할 수 없다는 것은 명백히 기본권 침해라는 것이 이병찬 변호사의 설명이다.

셧다운제는 사회적 신분이나 성별, 나이 등 모든 측면에서 국민 누구나 차별받지 아니한다는 민주주의의 대의마저 비튼다. 게임을 하는 청소년과 게임을 하지 않는 청소년, 그리고 게임으로 자아를 실현하려는 청소년을 차별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연아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떠올려보면 이해하기 쉽다. 김연아 선수를 피겨스케이팅으로 자아를 실현한 대표적인 인물이라고 봤을 때, 게임으로 자아를 실현하는 청소년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다. 김연아 선수가 야간에 아이스링크를 빌려 훈련을 한 것을 두고 나무랄 수 있을까. 게임도 마찬가지다. 셧다운제는 심야 시간의 가정에서 청소년의 행동을 유일하게 제한하는 규제다.

자녀를 교육하는 부모의 권리도 셧다운제 앞에서는 무기력하다. 모든 부모는 자녀를 교육할 방침을 세우고, 자신의 자녀를 자유롭게 교육할 권리를 가진다. 하지만 셧다운제는 16세 미만 청소년의 심야시간 게임 이용을 일률적으로 금지한다. 자녀의 교육권을 부모로부터 빼앗고 있는 셈이다.

“2년 전 셧다운제가 통과됐을 때 이런 생각을 했었어요. 이 사건을 계기로 우리 사회에서 게임에 대한 본격적인 연구가 진행되면 좋겠다, 게임에 대한 가능성과 게임에 대한 합리적인 인식이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이죠. 그런데 2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와 비교해 별로 나아진 것이 없는 것 같습니다.”

이병찬 변호사는 “한국 사회가 게임을 합리적으로 보고 있느냐고 누군가 물었을 때 과연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기대했던 것과 달리 게임에 대한 규제는 나날이 강화될 것 같다”라고 심정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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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의 위헌 판결이 기대되는 까닭

셧다운제 위헌 소송에 헌법재판소는 앞으로 어떤 판결을 내리게 될까. 아직 판결이 나온 것은 아니지만, 위헌 결정에 내려질 것으로 관측하는 목소리도 높다. 간담회에 참여한 박경신 고려대학교 교수의 설명을 들어보자.

“지난 2012년 헌재에서 ‘게시판실명제위헌’ 결정이 나왔을 때, 셧다운제도 앞으로 위헌 판결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셧다운제는 청소년에게만 적용되는 법이죠. 그러려면 기본적으로 게임하는 사람의 본인확인을 전제로 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게임에 대한 본인확인은 합헌이냐? 이것이 위헌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셧다운제도 위헌 판결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정리해보자. 셧다운제는 만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만 해당하는 규제다.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려는 이들의 나이를 알아야 하고, 본인임을 확인해야 적용할 수 있는 규제라는 뜻이다. 헌데, 지난 2012년 헌재는 게시판실명제가 위헌이라고 판결한 바 있다. 당시 헌재는 익명표현을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로 봤다. 지위나 계층, 나이, 성별로부터 자유롭게 여론을 형성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또, 헌재는 게시판실명제가 명백한 공익을 추구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모든 국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취급할 우려가 있다는 판결문도 바로 여기서 나왔다. 게시판을 이용하는 이들의 개인정보를 DB로 갖고 있으면, 추후 개인정보 유출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 것도 바로 헌재다.

당시 헌재의 판결은 현재 진행 중인 셧다운제의 위헌 판결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박경신 교수의 생각이다.

박경신 교수는 “청소년 유해매체물을 지정하고, 청소년이 매체물에 접촉할 수 없도록 하는 것이 청소년보호법의 기본 골격”이라며 “하지만 셧다운제는 인터넷 게임물이 유해매체인지 아닌지에 관한 논의 없이 바로 적용돼 청소년보호법의 근간마저 흔들었다”라고 지적했다.

“셧다운제 위헌 소송 활동 이어갈 것”

보통 위헌소송은 2년 이상 걸린다는 것이 법조계 전문가의 설명이다. 셧다운제 위헌 소송이 진행된 지 2년이 넘었지만, 사실 아직 언제 판결이 나올지 알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은 기다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문화연대와 시민단체, 법조계는 셧다운제가 위헌임을 주장하기 위해 꾸준히 활동을 벌일 계획이다.

최준영 문화연대 사무국장은 “이번 주 안으로 헌재에 ‘강제적 셧다운제 위헌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라며 “이번 보고서가 헌재의 판단에 영향을 끼치길 기대한다”라고 밝혔다. 문화연대는 헌재와 여성가족부, 문화체육관광부 등 관련 정부부처와 여성가족위원회 등 관련 상임위원회에 보고서를 함께 전달할 계획이다. 문화연대가 이날 발간한 ‘강제적 셧다운제 위헌 보고서’는 문화연대 홈페이지에서 PDF 파일로 내려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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