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뒤 인터넷도 지금과 같은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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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정부가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에서 손을 뗀다고 밝힌 지 한 달이 돼 간다. 그 사이에 세계 인터넷은 매우 급하게 돌아갔다. 15년 만에 갑작스럽게 생긴 변화를 세계는 어떻게 맞이해야 할까. 그리고 미국 정부가 ‘정부 간 기구는 안 된다’라고 내건 조건을 국제사회는 받아들여야 할까.

미래창조과학부는 세계 인터넷에서 나온 논의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과 ‘인터넷 거버넌스 공개 세미나’를 4월10일 광고문화회관에서 열었다.

이 자리에 박윤정 한국뉴욕주립대학교 교수, 송경희 미래창조과학부 인터넷정책과장과 오병일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이동만 KAIST 교수, 이영음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등이 참석했다.

얘기를 전하기에 앞서 그간의 상황을 정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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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중심의 인터넷에 반기 든 지 10년째

미국 상무부 산하 통신정보관리청(NTIA)은 국제인터넷주소자원관리기구(ICANN)에 맡긴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 기능을 국제 다자간 협의체에 돌려주겠다고 3월14일 발표했다. 그러고 나서 4월 브라질에서 논의를 잇고, 10월 한국에서 열리는 ITU 전권회의가 바통을 이어받는다. 논의는 2015년 정보사회세계정상회의(WSIS)로 이어질 것이다.

2013년에는 미국 국가안보국(NSA)이 세계를 감시 감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에드워드 스노든 전 미 NSA 요원의 폭로는 세계 인터넷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새삼 돌아보게 했다.

세계 인터넷을 둘러싼 상황이 요즘 들어 숨 가쁘게 돌아가는 것 같지만, 박윤정 교수는 1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얘기라고 말했다. 그에게 자세히 들어보자.

“2003년, 미국과 유엔 사이에 첫 번째 갈등이 있었습니다. WSIS 회의에서 미국의 민간 기업식 모델과 유엔의 모델이 충돌했죠. 지난 3월 미국이 국제사회에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 권한을 넘기면서 내건 조건도 ‘정부 간 기구에 줄 수 없다’ 였습니다.”

얘기인즉슨, 미국과 유엔이 세계 인터넷을 두고 대립했다는 것이다. 여기에서 미국은 미국이라는 국가와 미국에 뿌리가 있는 IT 기업, 기술 커뮤니티를 포함한다. 이영음 교수의 얘기를 들으면 이 추측은 힘을 얻는다.

“인터넷의 기본 구조는 ‘바텀업'(bottom up)입니다. 커뮤니티와 업계 중심으로 발전했죠. 자율적으로 IETF에 기술자가 모여서 표준을 발표하면, 반대가 없죠. 핵심적인 인사가 정하는 것이니까요. 이렇듯 인터넷은 자율적으로 발전했습니다. 그런데 주로 서방세계의 시민사회 중심으로 이루어졌습니다. 여기에서 정부의 역할은 거의 없었어요.”

두 사람의 얘기는 세계 인터넷, 그중에서도 인터넷 주소자원에 집중해 나왔다. 인터넷 주소자원은 naver.com이나 daum.net처럼 세계에서 유일무이한 도메인을 할당하는 일을 말한다. 이 일은 미국의 비영리기구인 ICANN이 맡는다.

이영음 교수는 “서방 기업 위주의 질서에 반감을 가진 입장이 있다”라면서 “중국, 러시아, 아랍 등 권위주의 국가, 민주주의적이지 않다고 평가받는 국가, ITU 등 국제 논의에 참여하지 못한 곳”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을 둘러싼 동상이몽

이것이 지금까지의 상황이다. 이 가운데에서 미래 인터넷의 틀을 두고 세계는 동상이몽에 빠진 듯하다. 민병원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브라질 회의에 올라온 의견서의 내용이 참으로 다양하다고 말했다.

“(회의 주제인) 주소자원 외에 안보와 인권, 무역 등 다양한 얘기가 나왔습니다. 미국은 ‘브라질 회의에서 정부가 비중을 왜 절반이나 차지하는가’, 브라질은 ‘미국 중심의 거버넌스 구조에 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면서 ‘분산형, 탈중앙집중형으로 가야 한다’, 러시아는 ‘정부 중심의 유엔과 같은 곳에서 새로운 구조를 만들자’고 말했습니다.”

인터넷 산업이 형성된 국가와 달리, 수단은 인터넷을 국제 무역과 연결했다. 민병원 교수는 미국이 아프리카 국가에 경제 제재를 취했다면서 인터넷이 무역 질서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꼬집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시민단체 사이에서도 목소리가 모이지 않는다. 오병일 활동가는 인터넷 주소자원 관리를 두고 ▲유엔에 새로운 기구를 만들어 ICANN을 대체하자 ▲유엔 산하에 문제가 제기될 때마다 논의하는 워킹 그룹을 만들자 ▲민주적인 인터넷 거버넌스를 만들자 등으로 의견이 갈린다고 말했다. 그는 시민단체의 의견을 브라질 회의 의견서에서 찾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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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인터넷을 바라보는 시선은 다양하다.

한국 정부, 처음으로 인터넷의 6원칙 발표

한국도 세계 인터넷의 지각 변동을 맞이하여 목소리를 냈다. 한국 정부는 4월23·24일 열리는 브라질 회의에 의견서를 냈다.

송경희 미래부 과장은 “국제적 협력이 없고선 풀 수 없는 문제가 많아진다”라면서 “(한국 정부가) 국제적 합의를 만드는 데에 기여할 것”이라면서 국내외에 적용할 원칙 6가지를 밝혔다.

그는 세계뿐 아니라 한국 인터넷을 논의하고 통제하는 틀이 ▲인터넷 접근성 ▲다자간 협력체계 ▲유연성 ▲글로벌 협력에 기반한 의사결정 ▲인터넷 보안 ▲인터넷 이용 역량의 균형이라는 6가지 원칙에 기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로서는 처음 인터넷 거버넌스의 원칙을 밝혔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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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에 하나 빠진 게 있다. 이동만 교수는 “브라질 회의에 각국 정부가 낸 모든 의견서에 공통으로 들어간 한 가지가 한국 정부의 의견서에서만 없다”라고 꼬집었다. 바로 ‘투명성’이다.

논의는 끝나지 않았다. 박윤정 교수는 중국과 유럽은 자기만의 인터넷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있다는 말을 던졌다. 20년 뒤 인터넷은 지금과 다를 수 있다는 얘기다. 또는 유엔처럼 인터넷을 다루는 정부간 기구가 생길지 모를 일이다. 이것이 오는 브라질 회의, ITU 전권회의, WSIS 등을 주목해야 하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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