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 시장, ARM 경쟁력은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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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M이 사물인터넷 이야기를 왜 하는 건가요?”

ARM은 우리가 쓰는 스마트폰에 들어가는 대부분의 프로세서를 설계하는 회사다. 사물인터넷(Internet of Things)은 모든 것들이 서로 통신한다는 개념이다. ARM과 사물인터넷을 연결한다? 둘 사이는 밀접한 관계가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하다.

ARM이 사물인터넷만을 위한 회사는 아니다. 하지만 현재 ARM 없이는 사물인터넷을 생각하기 어렵다. 이 세상 마이크로콘트롤러와 저전력 프로세서의 중심에 ARM이 있기 때문이다. ARM은 사물인터넷에서 구체적으로 뭘 하려는 것이며,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가. 한국을 찾은 ARM의 안토니오 비아나 부사장에게 던진 첫 질문이 “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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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물인터넷은 모든 기기와 인터넷, 사람이 연결되는 광범위한 개념입니다. 그래서 누가 어떤 관점으로 이야기하느냐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ARM의 생각은 세상의 모든 것이 연결되는 세상입니다. 다양한 소스로부터 데이터를 얻고 이를 활용해서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겁니다. 예를 들면 전구에 센서를 달아 원격으로 이를 제어하는 것부터 공장에서 센서를 이용해 정보를 얻고 공정을 개선하는 것 등이 모두 사물인터넷입니다.”

안토니오 비아나 부사장은 ARM의 사물인터넷에 대한 접근하는 방식이 다른 기업들과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직접 기술과 제품을 팔겠다는 접근법보다, 사물인터넷의 개념이 널리 퍼지고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와 더 많은 곳에 적용되고 관련된 제품들이 더 많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이 말은 ARM의 기술이 표준 아키텍처로 자리매김했다는 현재 상황과 연결된다.

“모바일을 떠올리면 이해가 쉽습니다. 현재 ARM은 프로세서를 직접 만들지도 않고 스마트폰의 기능이나 활용에 직접 개입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모바일에 뛰어든 기업들은 ARM의 기술을 기반으로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펼쳐 가치를 얻어내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도 비슷하게 접근하고 있습니다. 더 많은 분야에서 사물인터넷이 세상은 편리하게 바꾸어놓도록 아키텍처를 제공하는 겁니다.”

그럼 결국 마이크로콘트롤러가 중심인 걸까? 사물인터넷 업계의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전력과 관련된 것이고 실제로 웨어러블 기기나 소형 사물인터넷 관련 기기들에는 코어텍스M 기반의 칩들이 많이 쓰이고 있다. 하지만 비아나 부사장은 꼭 코어텍스 M만을 노리는 건 아니라고 말한다.

“코어텍스M 마이크로콘트롤러에 한정되는 건 아닙니다. OEM 고객사와 파트너, 시장들의 요구에 맞춰 여러가지 설계를 내놓고 있습니다. 사물인터넷 자체가 스프링클러부터 스마트 전구, 자동차 센서까지 다양하게 쓰이고 있기 때문에 코어텍스M만 해도 M0부터 M0+, M3, M4 등으로 세분화하고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코어텍스 A나 R도 충분히 쓰일 수 있습니다.”

ARM의 사물인터넷 비즈니스는 그 자체로 말리 그래픽 코어처럼 사물인터넷을 위해 특별한 칩이나 설계가 더해지는 건 아니다. 이미 필요한 기술들을 기반으로 사물인터넷에 잘 맞도록 칩 설계에 녹여 왔기 때문이다. 그럼 사실 이미 ARM은 사물인터넷 시장에 깊게 관여하고 있는 것 아닌가?

“맞습니다. 마이크로프로세서를 개발하다보면 특정 업계나 영역에서 특별한 요구 사항이 필요할 때도 있고, 생태계가 넓어지면서 시장이 계속 성장하고 있습니다. 기존에는 ARM 프로세서를 쓰지 않았는데 ARM을 필요로 하게 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단순히 새로운 프로세서나 새로운 콘트롤러를 만드는 것을 떠나 이를 이용해서 할 수 있는 영역과 기회를 업계에 제공하는 것이 ARM의 주요 목표라고 한다. 사물인터넷의 중심에는 마이크로콘트롤러,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있지만 통신은 또 다른 중요한 축이다.

“사물인터넷은 더 많은 기업들에게 기회가 됩니다. 다른 서비스와 접목해 본래 갖고 있는 것들의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려면 통신에 대해서는 공통의 무엇인가가 필요합니다. 서로가 배타적인 아키텍처로 만들고 서로 통신할 수 없다면 사물인터넷이라는 본래 목적을 잃게 됩니다. 그래서 ARM은 공통의 통신, 공통의 아키텍처를 만들고 그 위에서 다양한 애플리케이션들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센시노드 이야기를 하려는 듯했다. ARM은 지난해 센시노드라는 통신 기술 업체를 인수했다. 센시노드는 ‘6로팬(6LoWPAN)’이라는 통신 표준을 만들었는데, 이는 초저전력에 중심을 둔 표준 규격이다. IEEE802.15.4로 불리기도 한다. 그런데 이미 사물인터넷의 상당 부분이 지그비 통신 혹은 넓은 호환성을 위해 블루투스LE나 무선랜을 이용하기도 한다.

“여러 통신 표준이 혼재하는 건 썩 달가운 일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기존에 쓰던 통신을 부정하는 것도 아닙니다. 혼재된 여러 통신을 모두 쓸 수 있도록 돕고 그 안에서 또 다시 표준화를 하려는 것입니다. 특히 아주 낮은 전력으로 운영돼야 하는 경우에는 표준화하겠습니다.”

또한 ARM은 더 많은 부분에서 사물인터넷이 활용될 수 있도록 개발지원도 하고 있다. 바로 엠베드다. 엠베드는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개발할 수 있는 도구를 제공하고, 개발자와 이용자들 사이를 연결하는 커뮤니티도 지원하고 있다. ARM은 이를 통해 개발자들이 원하는 기기의 프로토타입을 빨리 만들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쌓인 경험들이 커뮤니티를 통해 빠르게 공유된다. 현재 엠베드 메인보드가 10만개 이상 배포됐고, 2012년 말 기준으로 방문자가 100만명을 넘어섰다고 비아나 부사장은 말했다.

퀄컴과 인텔도 사물인터넷에 그 누구보다 적극적이다. 이 기업들과 ARM은 어떤 차이가 있을까? ARM은 규모와 역할, 접근 방법으로 차이를 설명했다.

“현재 ARM 기반의 칩은 세계적으로 500억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그 어떤 아키텍처보다 규모가 큽니다. 단순히 숫자만 큰 게 아니라 진출해 있는 영역이 다양합니다. 모바일, 자동차, 스마트홈 등 다양합니다. 사물인터넷 역시 모바일과 홈 시장에서 밟아 온 과정의 연장선입니다. 공통의 표준화된 기술과 아키텍처를 제시하면서 그 활용 범위를 넓혀가는 것, 이는 1991년 시작한 초기 ARM의 비즈니스와도 연결됩니다.”

그런 입장에서 퀄컴은 ARM의 중요한 파트너라는 설명이다. 실제로 칩을 만들고, 이를 통해 사물인터넷에 어떻게 접목되고 활용되는지에 가장 적극적인 회사이기 때문이다. 또한 이 때문에 “혼자 칩 설계와 생산, 생태계를 만들고 마이크로콘트롤러 등 시장에 후발주자로 참여한 인텔과 비교하기는 쉽지 않다”는 것이 비아나 부사장의 이야기다.

비아나 부사장은 ARM은 앞으로도 사물인터넷에서 더 많은, 더 나아가 모든 사물이 연결되고 통신할 수 있도록 기술을 제시하고 근간이 될 수 있도록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ARM이 생각하는 사물인터넷 개념은 이해하기에 조금 어려울 수도 있다. 퀄컴처럼 직접 사물인터넷 스타트업을 발굴하고 사업을 가져가는 것도 아니고, 인텔처럼 직접 제품을 만들지도 않는다. 설계와 명령어 세트만 만들어 판매할 뿐이지만 세상 모든 것을 연결한다는 것은 곧 각 사물에 마이크로프로세서 혹은 마이크로콘트롤러가 더해질 수 있다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경쟁자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술에 대한 자신감, 그리고 직접 제품을 만들지 않는 데서 오는 생태계 장악력이 ARM과 사물인터넷을 더 단단하게 묶어주는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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