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미셀 부파씨, 웹과 함께한 20년 어땠나요?

2014.04.13

올해 월드와이드웹(WWW)이 나온 지 25주년을 맞았다. 또, WWW과 빼놓을 수 없는 월드와이드웹 컨소시움(W3C)이 결성된 지 20년이 됐다. 프랑스에선 개인 홈페이지 개설 20주년을 맞은 사나이가 있다.

프랑스 니스대학교의 미셸 부파 교수는 1992년 카네기멜론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땄다. 전공은 로봇 공학이었다. 그런데 그는 전공보다 당시 한창 뜨던 월드와이드웹에 관심이 쏠렸다.

“다들 월드와이드웹을 말했어요. 1993년이죠. 그때 웹은 이제 막 나왔던 때라 일반은 잘 몰랐어요. 그런데 전 로봇 공학보다 웹이 더 재미있었어요. 카네기멜론 대학 홈페이지를 웹으로 만들었고, 그게 미국의 초기 홈페이지 중 하나가 됐어요.”

미셸 부파 마리 끌레르

▲WWW2014 행사 방문 차 한국에 온 마리 끌레르 W3C 유럽 사무국 활동가(왼쪽)와 미셸 부파 프랑스 니스 대학교 교수

그러면서 자기 홈페이지도 하나 만들었다. 지금 그는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하고 성격 좋은 노신사다. 20년 전 나온 홈페이지 속 그는 재기발랄한 청년이다. 물론 머리색도 지금보다 짙다.

프랑스 첫 개인 홈페이지

▲미셸 부파의 홈페이지. 그는 1993년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박사 학위를 따고서도 미국에 더 머무르다가 그는 1994년 프랑스로 돌아왔다. 돌아온 뒤엔 니스대학에서 웹 기술을 가르쳤다. 당시 웹 기술은 최첨단이었다.

그렇다. 그는 당시로서는 가장 앞선 ‘HTML1’으로 홈페이지를 만들었다. 각종 현란한 효과로 가득한 요즘 홈페이지와 비교하면 단순하기 그지 없다. 20년 전 최첨단이 지금은 메모장 수준에 불과해 보인다. 지금은 HTML5를 말하는 때가 아닌가.

미셸 부파는 20년 된 방식이지만, 그의 홈페이지는 지금 시대에서도 절대 뒤처지지 않는다고 자부했다.

“이걸 HTML1으로 만들었죠. 그런데 봐요, 반응형 웹이에요.(웃음) 모바일에서 볼 수 있고, 웹브라우저 크기에 맞춰서 보이죠.”

미셸 부파 홈페이지

▲20년 된 홈페이지는 지금도 잘 작동한다.

이럴수가. 그의 홈페이지에 있는 것이라곤 텍스트, 주인장이 누군지 알리는 작은 이미지, 하이퍼텍스트. 이게 전부다. 한편으로는 요즘 웹사이트보다 낫다. 어디에서든 열리니까.

그리고 당시의 최첨단이란 얘기는 허튼 말이 아니었다. 미셸 부파는 “그때는 웹을 쓰는 사람이 수천 명에 불과했다”라면서 “야후 인덱스도 손으로 정리하던 때”라고 말했다.

지금이야 인터넷이 정보의 바다라면서 검색 기술과 추천 기술이 중요하지만, 20년 전 웹은 황량했다. 정보를 넣는 사람도, 보러 오는 사람도 많지 않았던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새로운 웹사이트를 발견하면 꼭 목록을 만들어 공유했다. 인터넷의 공유 정신은 그때 나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미셸 부파의 홈페이지에도 추천 웹사이트 목록이 있다.

Michel_Buffa_homepage_links

▲미셸 부파는 20년 전 웹 사용자는 쓸만한 웹사이트를 찾으면 위와 같이 목록을 만들어 공유한 게 일반적이었다고 말했다.

미셸 부파가 일하는 니스대학교는 프랑스의 남부에 있다. 프랑스에서 휴양지로 유명한 곳이다. 이곳은 W3C의 유럽 호스트인 ERCIM이 있는 곳이다. ERCIM은 INRIA 소속 연구소인데, INRIA는 프랑스의 국책 기술 연구소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나 ETRI와 비슷하다.

미셸 부파는 니스대학교에서 교수로 일하면서 제자를 INRIA에 있는 W3C로 보냈다. 유럽에 W3C 사무국 사람이 5~6명 남짓에 불과할 때다. 지금도 W3C 활동가 중에 그의 제자가 다수 있다. 그중 필립 리가르는 HTML5를 총괄하는 도메인 리더를 맡고 있다. 그는 W3C가 운영하는 온라인 코스에서도 제자를 길러낸다.

2014년, 미셸 부파가 웹에 빠진 지 20년이 넘었다. 그가 청년일 때 만든 홈페이지는 올해 개설 20년이 됐다. 웹의 변화를 바라보는 그의 느낌은 남다르겠다.

“웹이 시작할 때부터 한 사람으로서 역사를 지켜봤어요. 처음엔 사람들이 홈페이지를 만드는 걸 두려워했는데 지금은 블로그를 만들고, SNS에서 공유하죠. 또, 웹 기술로 자동차, TV, 대시보드, 구글안경 등을 제어할 수 있게 됐죠.”

그가 홈페이지를 열 때와 다르게 지금은 사람들이 웹에 많은 걸 쏟아낸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거기에 논문과 같은 정보, 개인의 일상사도 꼈다. 그러면서 굳이 본인이 밝히지 않는 이상 서로 누구인지 모르고, 익명으로 소통하던 옛날과 달라졌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라인 등에 익명은 없다. 모두 회원가입을 받고 나서야 서비스를 제공한다. 많은 점에서 웹은 달라졌다. 그의 말마따나 “웹이 브라우저 밖으로 나왔다”.

“네, 제 아이들은 페이스북에 많은 얘기를 해요. 자기 삶을, 생활을 말하죠. 웹에서 세대간 차이가 벌어진 것 같아요. 아이들은 자기들만의 공유 방식이 있어요. 부모가 보는 웹과 아이가 보는 웹이 다른 것도 같고요. 로그인 기반 웹이요? 웹 초창기에는 해킹으로 정보를 가져가는 걸 상상도 않던 시절이었어요. 익명으로 얘기하는 게 문제될 게 없었죠.”

그가 얘기를 잇는데 내내 옆에서 얘기를 듣던 W3C의 활동가인 마리 끌레르가 한마디를 보탰다. “결론적으로, 웹은 판타스틱해요.”

미셸 부파는 지금도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20년 전 홈페이지는 그대로 두고, 니스대학교에서 새로 만들었다. 젊은 시절과 달리 수업용으로만 운영한다.

nice_france_w3c_location

▲미셸 부파가 일하는 니스 대학교의 위치. 그곳에서 30km 떨어진 곳에 W3C 유럽 사무소가 있다. 미셸 부파와 함께 온 마리 끌레르가 바로 그곳에서 일한다.

WorldMapW3C

▲’사무소’는 한국식 표현이다. W3C는 일종의 협의체다. MIT와 ERCIM, 게이오대 3곳을 주축으로 하여 구성됐다. 각 국가마다 연락 가능한 커뮤니티가 있지만, 지사와는 개념이 다르다.

borashow@bloter.net

인터넷, SNS, 전자책, 디지털 문화, 소셜게임, 개인용 SW를 담당합니다. e메일: borashow@bloter.net. 트위터: @borash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