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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블릿 화면에 펜으로 쓱쓱, ‘잣스크립트’

2014.04.16

스마트폰이 있고 태블릿이 있는데도 종종 뭔가를 끄적거리고 싶을 때가 있습니다. 화면에 가상 키보드를 띄우고 타이핑을 하고 싶단 뜻이 아닙니다. 손에 연필이든 펜이든 쥐고서 글을 쓰거나 낙서를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단 얘기입니다.

잣스크립트 에버노트 에디션(이하 잣스크립트)은 이럴 때 쓰기에 좋습니다. 낙서를 할 때 마음대로 선을 그을 수 있으니까요. 끝이 뭉툭한 스타일러스를 쓰면 선이 마음먹은대로 안 그어질 때가 많습니다. 작품을 만드는 건 아니지만, 펜이 내가 원한 위치를 빗나가면 답답합니다. 잣스크립트는 펜촉이 얇아서 답답함이 덜합니다. 종이에 글씨를 쓸 때처럼 펜을 기울여 써도 잘 작동하고요. 끝이 뭉툭한 스타일러스를 쓸 때는 종이와 펜대를 직각에 가깝게 해야 했는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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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스크립트 에버노트 에디션으로 아이패드 화면에 손을 대고 펜을 비스듬히 기울여 필기 가능.

다양한 스타일러스 중에서 잣스크립트가 제 눈길을 끈 건 에버노트와 연동하는 기능 때문입니다.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에버노트의 노트 필기 앱인 ‘펜얼티메이트’와 연동하지요. 화면에 손을 대고 글씨를 쓸 수도 있고요. 53의 ‘페이퍼’ 전용 스타일러스인 ‘펜슬’과 비교하면 빈약하긴 합니다.

펜얼티메이트는 손으로 글씨를 쓰거나 간단한 그림을 그리기 좋은 앱입니다. 페이퍼와 달리 스케치북 앱은 아닙니다. 영감이 떠올랐을 때 메모하고 낙서하는 용도로 좋습니다. 쓰고 나면 에버노트와 동기화해 에버노트 앱으로 메모한 내용을 볼 수 있지요.

잣스크립트가 펜 얼티메이트용 스타일러스로 나왔는데요. 그렇다고 펜얼티메이트를 잣스크립트로만 쓸 수 있는 건 아닙니다. 각종 스타일러스 모두 지원합니다. 기념품으로 주는 값싼 스타일러스도 펜얼티메이트에서 잘 작동합니다. 되레 끝이 뭉툭하고 기념품으로 나올 정도로 싼 스타일러스가 잣스크립트보다 글씨를 또박또박 표현합니다.

잣 스크립트로 쓴 메모와 일반 스타일러스로 쓴 메모

▲잣스크립트는 스타일러스이지만, 펜촉이 얇고 단단해 미끄러지듯 글씨를 쓰게 한다. 그 대신 정자로 쓰기엔 좋지 않다.

이 것이 잣스크립트의 장점이자 단점입니다. 펜촉 두께가 1.9mm이고 단단해서 아이패드 화면 위를 미끄러는 듯한 필기감이 있지만, 그 때문에 글씨가 휘갈겨 보입니다. 잣스크립트로는 글씨를 정자로 쓰기 어렵습니다. 영어의 필기체를 쓸 때는 이 단점이 드러나지 않는데 한글을 쓸 때 두드러집니다.

잣스크립트의 가격은 7만9500원이고 배송비를 포함하면 11만원대로 올라갑니다. 미국에서는 74.99달러에 팔립니다. AAA 건전지를 끼워야 하며, 전원을 켜야 작동합니다. 펜에 아이패드에 붙이거나 끼울 만한 장치가 없는 게 불편합니다. 책상 위에서 구르다 떨어지기 쉽습니다. 저는 쓰다가 책상 높이에서 돌로 된 딱딱한 바닥에 잣스크립트를 떨어뜨린 일이 있는데요. 그 바람에 펜촉을 둘러싼 플라스틱이 깨졌습니다.

잣 스크립트 가격과 사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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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스크립트 가격과 사양

막상 써보니 허점이 이곳저곳에 있지만, 잣스크립트는 흥미를 일으킵니다. 잣스크립트를 만든 회사 때문입니다.

아도니트는 신생 회사입니다. 와콤처럼 스타일러스를 전문으로 만듭니다. 그런데 주로 태블릿용 스타일러스를 만듭니다. 아도니트의 창업자 5명은 애플과 MS 등 직장인이었는데요. 그저 ‘우리 제품을 만들자’란 생각으로 뭉쳤답니다.

트레이시 팅 아도니트 아시아태평양지역 마케팅 매니저는 “크리에이터를 위한 다양한 기술 중에서 좌절을 주는 것이 있고, 그 가운데서 기회를 봤다”라면서 “크리에이터를 위한 제품을 만들고 싶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게 미국 텍사스 주 오스틴에서 시작했고, 지금은 미시건 주의 그랜드 래피드와 대만 타이페이에 사무소를 둔 글로벌 회사가 됐습니다.

아도니트는 시장에 이름을 알리는 데 킥스타터를 적극 활용했습니다. 2011년 킥스타터에 자체 제작한 스타일러스를 소개했는데요.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2500달러를 모으려고 했는데 약 5천명에게 16만달러 이상을 후원받았습니다. 그때의 제품 이름이 ‘잣'(jot)입니다.

‘잣’은 ‘간단하게 메모하다'(금성출판사)란 뜻의 영어 단어입니다. 그러니까 아도니트는 아이디어가 떠올랐을 때 곧바로 정리할 수 있는 도구를 만들려 했던 것이죠. 그래서 태블릿용 스타일러스를 만든 게 아닐까요.

아도니트의 콘셉트가 에버노트의 펜얼티메이트와 꼭 맞았던 모양입니다. 두 회사는 ‘에버노트 에디션’이란 이름을 단 스타일러스를 만들었습니다.

트레이시 팅은 ‘잣’이란 이름을 단 아도니트의 제품이 200만대 이상 팔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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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스크립트 에버노트 에디션을 사용하는 모습을 동영상으로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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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도니트의 ‘잣’ 시리즈 스타일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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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잣스크립트에 클립이 없어서 불편하다고 불평했는데, 아도니트는 아이패드에 잣스크립트를 달고 다닐 수 있는 케이스를 만들었군요. ‘잣 토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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