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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써보니] 마술같은 조명, 스마트전구 ‘휴’

2014.04.18

이른 아침 알람 소리대신 스마트 전구가 서서히 밝아진다. 서서히 잠에서 깨니 그렇게 상쾌할 수가 없다. 서둘러 출근 준비를 했더니, 아뿔싸! 방 불은 끄고 나왔던가? 스마트폰을 켜서 확인을 하니 작은 방 전구가 켜져 있다. 전등 끄는 것쯤이야 스마트폰에서 바로 할 수 있다. 먼 미래 얘기가 아니다. 오늘의 기술이다.

시중에 인터넷에 연결돼 조작이 가능한 전구가 나오기 시작했다. 지난 2012년 11월에는 필립스가 와이파이로 연결되는 스마트전구를, 올 해 3월에는 LG전자와 삼성전자가 블루투스로 연결되는 스마트전구를 앞다퉈 선보였다. 그 가운데 스마트전구 시장을 연 필립스 ‘휴’를 빌려 써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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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립스 휴를 사용하는 모습, 동영상으로 보기 

설치 과정, 생각보다 간단하네

휴를 이용하려면 3개가 필요하다. 전구와 브릿지, 그리고 응용프로그램(앱)이다. 앱은 필립스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앱을 포함해 수많은 유∙무료 앱이 있으니 각자의 스마트폰에 미리 받아 놓으면 된다.

전구와 브릿지는 사야 한다. 필립스는 전구 3개와 브릿지 하나로 구성된 ‘휴 스타터 킷’ 형태로 판다. 휴 스타터 킷은 국내 공식 출시가가 27만9천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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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휴 스타터 킷

전구에는 LED가 쓰였다. 설치 방법은 일반 전구와 같다. 그냥 돌려 끼우면 끝이다. 다만 일반 전구보다는 조금 더 묵직한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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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전구는 묵직합니다. 

브릿지는 말 그대로 전구와 스마트폰 앱을 연결해주는 ‘다리’ 역할을 한다. 스마트폰으로 명령을 내리면 브릿지가 이를 전구에 전달한다. 브릿지는 집에 있는 와이파이 무선 공유기에 연결해야 한다. 와이파이 무선 공유기가 없으면 이 전구를 쓸 수 없다는 게 휴의 장점이자 단점이다. 나는 사무실 인터넷 공유기를 이용했다. 브릿지 하나에 연결할 수 있는 전구는 최대 50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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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무선 공유기에 설치했습니다. 

나는 브릿지 하나에 전구 2개를 연결했다. 사실 연결 방법이 별다르진 않다. 전구를 끼우고 브릿지 가운데 버튼을 꾹 누르면 끝이다. 내가 받아놓은 앱에도 전구가 자동으로 등록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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Δ 가운데 버튼을 누르면 스마트폰과 전구가 연결됩니다. 

오픈소스 덕분에…휴의 꽃은 앱!

앱은 휴의 꽃이다. 필립스가 공식적으로 내놓은 앱을 포함해 수많은 유∙무료 앱이 있다. 안드로이드폰과 아이폰용 앱이 다양하게 나와 있다. 제품 출시와 함께 API를 공개한 덕분에 외부 개발자들이 다양한 앱을 만들어 앱장터에 올렸기 때문이다.

나는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필립스가 만든 공식 앱을 받았다. 이 앱은 기본적으로 조명 색을 바꾸고 장면을 설정하는 기능이 있다. 내 스마트폰 사진첩 안에 사진을 선택하고, 그 가운데 좋아하는 색을 터치하면 전구의 빛이 그 색깔로 바뀐다. 알람과 타이머 기능도 유용하다. 알람 소리 대신 서서히 불을 밝혀 자연스럽게 기상을 유도하는 기능이다.

Δ 필립스 휴 앱 

앱장터에 올라온 다른 앱을 구경하는 것도 휴를 쓰는 재미다. 사운드에 따라 조명을 조절하는 ‘휴디스코’, 파티 분위기로 바꿔주는 ‘휴크리스마스’ 등 장소에 맞게 전구를 조작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게 많다. 심장박동 등 신체가 보내는 신호를 조명효과로 시각화화는 ‘휴 바이오피드백’이나, 목소리를 인식해 색을 바꿀 수 있는 ‘휴 인베이더’ 등도 흥미롭다.

분위기 바꾸는 재미가 있네 

연극에서 조명은 단순히 무대 위를 밝혀서 배우들을 우리 눈에 보이게 해주는 역할만 하지는 않는다. 장면이나 분위기를 표현해내기도 한다. 휴는 약간 노르스름한 빛이 도는 따뜻한 느낌의 ‘흰색’부터 차가운 느낌이 드는 푸르스름한 빛까지 표현할 수 있는 색이 1600만가지가 넘어서 장면이나 분위기를 표현하는 데도 좋았다.

블로터닷넷 사무실에 전구를 갈아끼우고 인터넷 공유기에 브릿지도 연결시켰다. 그런 다음 앱으로 조명을 켜 봤다. 확실히 조명은 분위기를 바꿔줬다. 조명 색을 바꾸니 그때마다 분위기도 달라졌다. 손가락으로 이것저것 누를 때마다 조명 색과 밝기가 변하니 재미있었다.

처음에는 신기했지만 조명 2개만으로 색을 바꾸자니 점점 성에 차지 않았다. 사실 스타터킷에 들어있는 전구 3개로는 아무래도 극적인 분위기 전환을 기대하긴 어렵다. 브릿지에 연결할 수 있는 최대 개수인 전구 50개를 다 연결한 뒤 조절하면 훨씬 재미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전구 수를 무작정 늘리는 것도 부담이다. 전구 단품 값이 7만3천원이니 말이다. 전구 50개를 채우려고 47개를 더 사면 28만9천원에 343만천원이 더해져 360만원이 드는 셈이다.

필립스 휴는 애초에 가정용 조명으로 나왔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가정보다 카페나 사무실 등의 상업 공간에서 대량 구매를 많이 한다고 한다. 아무래도 일반 전구보다 비싼 값과 가정에서는 분위기를 극적으로 바꿀 일이 아무래도 상업 공간보다 덜하기 때문인 것으로 짐작된다.

사물인터넷 시대 체감되네

지난 1월, 구글은 네스트를 사들이며 사물인터넷(IoT)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네스트 온도조절기는 사용자가 집안 온도를 스마트폰으로 어디서든 조작할 수 있게 돕는 기구다.

구글이 네스트를 인수했다는 소식에 사물인터넷의 장밋빛 미래를 그리는 이들이 많다. 사물인터넷은 물건이 인터넷에 연결되는 것을 말한다. 스마트전구도 그런 사례다. 지난 12월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도 2020년이 되면 인터넷에 연결된 기기 수는 260억개에 이를 전망이라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2009년이 9억대였으니, 30배가량 성장한다는 얘기다.

휴와 같은 스마트전구는 이제 막 발을 뗐다. 가트너가 예상하는 사물인터넷이 우리 일상에 자리 잡은 2020년에 스마트전구는 어떤 역할을 하고 있을까.

hyeming@bloter.net

기술을 아는 기자, 언론을 아는 기술자가 되고 싶습니다. e메일 : hyeming@bloter.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