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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AS] 광대역과 LTE-A, 차근차근 짚어봅시다

2014.04.24

하루 사이에 엄청난 욕을 들었습니다. SK텔레콤의 캐리어 어그리게이션(CA) 중단 논란에 대해 전환도 아니고 중단도 아니라는 설명을 했던 기사 때문입니다. 사실은 그 내용 그대로입니다.

몇몇 댓글은 통신사들의 문제를 정확히 짚어주기도 했습니다. 한편으로 기사의 반응을 보면서 ‘너무 불친절하게 쓴 건가’라는 생각에 뜨끔했습니다.  LTE어드밴스드(LTE-A)에 대해 많은 분들이 어려워하시는 것 같습니다. 통신 주파수와 관련된 이야기는 복잡해서 늘 쓰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긴 한데요. 통신사들이 또 다시 새로운 기술을 소개하기 위해 브랜드를 덕지덕지 붙이면서 많은 사람들을 어렵고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습니다.

LG-LTE-A

“CA는 계속 운영, 광대역도 LTE-A의 일부”

당장은 ‘LTE-A가 중단됐다’는 제목에 많은 분들이 놀랐던 것 같습니다. 비싼 요금을 물고 있는 LTE망에서 생각하던 것과 다른 서비스가 운영된다고 생각하면서 화가 났을 겁니다. 혼나야 할 일은 혼나고 고쳐야 하지만, 사실은 명백하게 알아야 하지 않을까요. ‘관심 있는 분들께 평소에 관련 기술에 대해 상세히 설명하지 못한 기자의 책임’이라는 댓글도 있더군요. 맞는 말씀입니다. LTE 기술은 유난히 복잡하고, 마케팅 용어가 경쟁적으로 등장하면서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입니다. 더 쉽게 기술들을 설명해야겠다고 새삼 다짐했습니다. 그래서 반복된 얘기라도 다시금 차근차근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한번에 읽기 힘들다면, 접어두었다가 천천히 읽어보셔도 되겠습니다.

일단 사실 관계부터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전국 SK텔레콤 망에서 CA 방식의 LTE-A는 계속 운영됩니다. 광대역이 좋다, CA가 좋다를 떠나 현재 망 상태는 광대역쪽이 더 여유가 있기 때문에 그쪽으로 잡는 겁니다. 트래픽이 몰리는 상황에서 기술적으로 과시하기 위해 강제적으로 CA 혹은 광대역만 잡는다면 그 통신사 서비스는 쓰지 마세요. 물론 통신 3사 모두가 그렇게 운영하진 않습니다.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3가지 주요 내용을 먼저 요약해 봅니다. 아 참, “돈 받고 쓴 기사냐”고 하도 많이 물어보셨는데, 이 이야기는 SK텔레콤의 입장이 아니라 3GPP에서 표준으로 정의한 LTE 통신 규격에 기반해 국내 주파수 상황과 취재한 내용을 더해서 드리는 설명입니다.

  • SK텔레콤은 CA를 중단하지도, 종료하지도 않았습니다. 광대역LTE 서비스를 운영하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광역시에서는 지금도 망과 단말기가 필요에 따라 광대역과 CA 방식으로 잡을 수 있습니다. ‘단말기가 광대역만 잡으니 CA를 접었나보다’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트래픽이 더 붐비면 어느 순간 CA로 바꿔 잡게 돼 있습니다.
  • LTE-A로 부르는 LTE어드밴스드는 CA만 이야기하는 게 아니라 광대역도 포함됩니다. 둘 다 모두 LTE-A라고 불러야 맞습니다. 두 기술은 근접 주파수냐, 떨어진 주파수냐의 차이입니다. 둘을 똑같은 기술로 봐도 됩니다. 결과적으로는 두 가지 기술이 복합적으로 섞여야 최종적으로 처음보다 10배 빠른 LTE 서비스가 이뤄지기 때문에 어떤 게 더 좋다 나쁘다가 아니라 전세계 모든 통신사가 같은 조건입니다.
  • 국내에서는 LTE-A라고 쓰여 있는 단말기가 있어야 광대역이든 CA든 온전한 150Mbps 망에 접속할 수 있습니다. 기존 단말기는 광대역쪽 주파수에 잡아야만 100Mbps로 물리고, 그것도 아니라면 75Mbps로 잡힙니다.

다시 알아보자, LTE-A 기술

댓글로도 많은 분들이 반응을 주셨습니다. 헷갈려하는 분들의 내용을 다시 정리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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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채널 2개가 더 좋을 수도, 큰 덩어리 하나가 더 좋을 수도 있습니다. 이론상으로는 양쪽 속도가 똑같지만 망에 얼마나 많은 트래픽이 몰리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단말기와 네트워크는 비슷한 상황에서 광대역쪽에 우선 순위를 두긴 하지만, 상태를 보고 더 나은 방식으로 접속하니다. 지금은 대체로 광대역쪽이 조금 더 여유가 있습니다. 초기에 팔린 LTE 단말기들이 모두 850MHz 주파수를 쓰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1.8GHz 주파수에 여유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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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TE망에는 기본적으로 기존에 쓰던 음성통화 기능이 없습니다. LTE는 데이터만 쓰도록 만든 망입니다. 똑같은 주파수를 쓰더라도 음성과 데이터는 통신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다만 LG유플러스는 LTE의 전신인 WCDMA 기반의 3G망이 없기 때문에 LTE망 위에서 데이터 통화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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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 말씀하시는 LTE-A는 CA를 말하는 것일텐데, 현재 나와 있는 단말기는 CA와 광대역을 동시에 쓸 수가 없습니다. CA와 광대역은 같은 세대의 기술로 볼 수 있는데 현재는 통신 3사 모두 두 가지 방식 중 하나만 됩니다. 중요한 건 20MHz 단위로 두 덩어리 주파수를 묶는다는 겁니다.

올해 중에 카테고리6 모뎀이 나오면 광대역 주파수와 CA를 다시 묶습니다. 세 덩어리, 그러니까 20MHz×3으로 60MHz를 묶어 225Mbps의 속도를 내게 되는 겁니다. SKT는 850MHz에서 한 덩어리, 1.8GHz에서 두 덩어리를 묶고, KT는 900MHz에서 한 덩어리, 1.8GHz에서 두 덩어리가 묶입니다. LG유플러스는 2.6GHz에서 두 덩어리, 그리고 850이나 2.1GHz중 한 덩어리를 골라 3개가 묶입니다. 이 때문에라도 모든 통신사들은 CA와 광대역을 모두 마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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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광대역 LTE-A’라고 광고한다고 해서, 실제로 KT가 똑같은 단말기로 CA와 광대역을 동시에 묶는 건 아닙니다. SK텔레콤과 KT의 주파수, 그리고 통신 기술은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광대역 LTE-A’ 같은 문구가 혼란을 부르는 모양입니다.

통신 3사가 LTE망을 운영하는 기술과 방식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주파수 범위가 다를 뿐입니다. LTE는 순차적으로 주파수 대역 여러개를 묶는 것이 목표인데, 붙어 있는 주파수를 묶느냐 떨어진 주파수를 묶느냐에 따라 광대역과 CA로 나눕니다. 현재는 2개의 망을 묶어 150Mbps를 내는 단계까지 온 상태고 두 가지를 복합해서 올해 말쯤 3개 주파수를 묶어 225Mbps를 냅니다. 곧 4개를 묶어 300Mbps를 내는 기술도 개발 중이고 장기적으로 10개 이상을 묶어 1Gbps의 속도를 내는 것이 국내 통신의 목표입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통신 3사가 망하지 않는 한 거의 똑같이 갈 겁니다.

10개 주파수 묶는 것이 목표, 광대역과 CA는 과정

묶는 순서에 따라 CA가 먼저, 혹은 광대역이 먼저 될 수도 있지만 일단 모두가 두 가지 기술을 모두 갖추고 있긴 합니다. 그래서 SK텔레콤이 CA를 중단할 이유도 없고, 중단해서도 안 되고, 중단하지도 않았습니다. 광대역을 잡는 이유는 그쪽이 더 트래픽이 적기 때문이지요. 최근에 나온 ‘베가 시크릿업’, ‘G프로2’, ‘갤럭시S5’ 등의 단말기를 쓰신다면 KT는 1.8GHz, LG유플러스는 2.6GHz 광대역으로 주파수가 고정돼 있을 겁니다. LG유플러스는 2.6GHz 주파수 단말이 거의 없기에 상당히 쾌적하기 때문입니다. 물론 화웨이와 기존 장비간 CA가 안되는 이유도 있겠습니다. KT는 900MHz 주파수로 아직도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어쨌든 어떤 상황에서든 기지국과 단말기는 제일 덜 붐비는 망을 알아서 고릅니다.

소비자들에게 CA를 중단했다는 인식을 준 근본적인 문제는 SK텔레콤의 마케팅에 있었다고 봅니다. 어떻게 보면 자승자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LTE어드밴스드’ 자체가 말장난입니다. LTE의 기술 목표는 1Gbps의 무선통신 속도를 내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를 한번에 구현하려면 기술적인 문제도 있지만 일단 주파수 확보가 쉽지 않습니다. LTE는 주파수 대역폭과 비례해 통신 속도가 올라가는데 1Gbps를 내려면 못해도 200MHz의 대역폭이 필요하니다. 지금 20MHz의 대역폭을 마련하는 데도 애를 먹고 있는 게 현실입니다.

3band_lte_skt

그래서 국내 통신사들은 일단 기본이 되는 주파수 두 덩어리씩을 할당받아 LTE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그 중 한 덩어리로 먼저 서비스를 시작한 게 2011년입니다. 모뎀과 단말기도 이 규격에 맞췄습니다. 그러다가 2012년 초 두 번째 주파수로 기지국이 열리기 시작합니다. 일부 단말기는 새 주파수에도 접속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갤럭시S4 LTE-A’, ‘베가 LTE-A’, ‘G2’를 시작으로 2개 주파수를 합치는 CA가 됩니다. 통신사들은 이를 구분하기 위해 LTE-A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망과 단말기가 점점 진화할 뿐 세대가 다른 것도 아닙니다. LTE-A나 LTE어드밴스가 아니라 그 자체도 그냥 LTE라고 하는 편이 낫겠습니다. 기술적으로 나눠서 이야기할 것이라면 ‘3GPP 릴리즈’에 따른 진화로 보는 편이 가장 정확합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KT는 보조주파수의 상태가 너무 좋지 않아 기지국을 세우지 못해 1개 차선만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미래부가 추가 주파수를 할당하면서 기존 주파수가 2배로 커졌습니다. 새 도로가 아니라 기존 도로가 2배로 넓어진 겁니다. 기존 단말기 모두 속도가 올라갑니다. 새 기기는 150Mbps로, 기존 기기는 100Mbps로 빨라졌습니다. LTE-A에 목마르던 KT는 광대역LTE를 내밀었고, 다른 통신사는 LTE-A를 맞세워 싸웠습니다. 서로 자기 기술이 더 좋다고 했지만 사실 이용자 입장에서는 도토리 키재기입니다. 주파수 2개만 묶으면 되는 것이지요.

과열 마케팅의 덫

이참에 마케팅에 대한 이야기를 좀 해 볼까 합니다. SK텔레콤이나 LG유플러스는 이용자들에게 LTE-A라는 브랜드에 대해 자부심을 주는 마케팅을 해 왔습니다. 그런데 그게 추가 주파수 할당이 끝나자 손바닥 뒤집듯 광대역이 더 좋다는 입장으로 바꿉니다. KT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 광대역과 LTE-A가 섞이면서 ‘광대역LTE-A’라는 이상한 용어가 나오기에 이릅니다. 자꾸 이야기하지만 두 기술은 같은 세대 기술이고 목적이나 결과물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LTE-A가 좋다고 해서 샀는데 광대역으로만 잡히니 속았다는 느낌을 받은 겁니다.

통신사들은 LTE 기술에 대해 복잡하게 만든 만큼 이를 알기 쉽게 설명해주어야 할텐데, 뜬금없이 SK텔레콤은 ‘알 필요 없다’는 광고를 하지요. 이 광고가 기폭제가 된 듯합니다. ‘알 필요 없다더니 다른 통신망에 붙였냐’는 반응들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좋은 의도에서 ‘기술에 대해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최적의 서비스를 한다’고 말했을지 모르겠지만, 한편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이기 딱 좋은 광고라는 지적도 많았습니다.

SKT-cf

어차피 통신 3사 기술은 세계에서 가장 앞서 나가고 있고, 서로 시차가 약간씩 있을 뿐 똑같습니다. 예전처럼 주파수 따라서 특정 통신사가 더 잘 터지고 안 터지는 게 아니라 발걸음을 똑같이 맞춥니다. 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낫다는 인상을 주기 위해 여러가지 어려운 용어를 붙이고 상대의 기술을 헐뜯는 마케팅 문화가 이번 SK텔레콤 사례처럼 결국 부메랑으로 돌아오는 것이지요.

새로운 기술도, 경쟁도 좋습니다. 하지만 이미 포화된 시장 안에서 서로를 헐뜯는 것보다, 기술의 진척 단계를 쉽게 설명하고 더 좋은 요금제를 더 쉽게 쓸 수 있도록 설명하는 친절한 통신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CA 논란보다도 통신사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더 걱정되는 사건이었습니다.

allove@bloter.net

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