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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타리 종말 부른 게임 ‘E.T.’, 사막서 찾았다

2014.04.27

아타리의 종말을 불러온 전설적인 게임 E.T.의 카트리지가 버려진 채로 발견됐다. 아타리의 E.T.는 흥행에 지독할 정도로 실패하면서 미국 콘솔게임 시장에 불신을 불러왔고 결국 미국 게임 시장 전체를 무너뜨린 장본인으로 꼽힌다.

‘E.T.’는 게임 자체의 질이 너무 떨어졌기 때문에 판매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고, 그나마도 전부 반품되기에 이르렀다. 이 ‘E.T.’의 재고 카트리지는 뉴멕시코 사막에 파묻혔다는 이야기가 이른바 도시전설처럼 떠돌았는데, 실제로 이 카트리지가 뉴멕시코 사막에서 30년 만에 발굴됐다.

Atari_Dig_Zak

아타리와 ‘E.T.’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E.T.’는 이름처럼 1982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누렸던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를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위키피디아 기록에 따르면 게임이 졸작으로 등장했던 이유는 너무 짧은 일정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영화가 6월에 개봉돼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했고, 당시 아타리를 운영하던 워너커뮤니케이션은 이를 게임으로 만들기 위해 2천만달러 이상의 로열티를 제시해 7월께 게임을 만들 수 있는 라이선스를 얻었다.

하지만 ‘E.T.’ 게임 자체가 영화의 흥행을 등에 업어야 했기 때문에 일정을 빠듯하게 잡을 수밖에 없었다. 제작사는 12월 크리스마스 시즌을 출시일로 잡았고, 이 일정에 맞춰 카트리지 형태의 게임팩으로 생산을 하려면 적어도 9월에는 완성본이 나왔어야 했다. 결국 2개월도 안 되는 시간만에 게임 개발이 끝나야 했다. 위키피디아엔 5주라고 기록돼 있다.

결국 게임은 역사에 길이 남을 졸작으로 탄생했다. 단조로운 그래픽이야 당시 게임기의 성능 때문이라고 쳐도 목적을 알 수 없는 화면 구성, 스토리를 알 수 없는 진행 등 게임을 시작하면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인지할 수 없는 ‘E.T.’는 소비자들을 설득할 수 없었다. 결국 크리스마스 시즌에 맞춰 400만카피를 출시했는데 실제로는 150만장 밖에 팔리지 않았고, 그나마도 대부분 반품됐다.

1980년대는 미국 가정용 게임기 시장의 붐이 절정이었던 시기다. 게임 카트리지를 바꾸면 새로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개념은 놀라운 사건이었고 1970년대 말부터 아타리는 그 게임 시장 폭발의 중심에 있었다. 만드는 게임은 족족 팔려나갔다. 무조건 팔리는 시장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급격한 시장 성장에 비해 게임의 품질은 썩 좋지 않았다. 게임기도, 게임도 너무 많이 쏟아졌고 그에 비해 수준 이하의 재미없는 게임들이 논란이 되기 시작했다. 그게 바로 1982년인데 ‘E.T.’ 역시 그 중심에 있었다. 게임은 기대만큼 팔리지 않았고, 시장 성장에만 기대어 졸작을 쏟아내는 게임 시장에 대한 불만이 ‘E.T.’로 인해 폭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1983년에 접어들면서 소비자들이 가정용 게임기를 외면하기 시작했고 미국의 게임 유통, 소매점 등은 속속 문을 닫을 수밖에 없었다. 관련 게임기 제조사들도 어려움을 겪긴 마찬가지였다. 아타리도 결국 콘솔 게임기를 접게 된다. 이를 이른바 ‘아타리쇼크’라고 부른다.

Atari_Dig_Jonathan

반면 이를 가정용 게임의 가능성을 읽은 일본이 닌텐도, 세가, 코나미 등을 앞세워 게임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든 것도 비슷한 시기다. 아기자기한 게임의 재미를 내세운 일본 업계는 닌텐도를 필두로 순식간에 가정용 게임기의 중심을 가져가 지금까지 그 판도는 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은 아타리쇼크의 트라우마를 씻어내는 데 꽤 오랜 시간이 걸렸고, 마이크로소프트가 ‘X박스’ 사업을 할 때까지도 시장의 불안한 시선은 이어졌다.

아타리쇼크 이후 아타리는 반품되거나 팔리지 않은 ‘E.T.’의 게임 카트리지 수백만개를 콘크리트에 넣어 뉴멕시코 사막에 버렸다는 소문이 돌았다. 하지만 공식 발표가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마치 전설 속 이야기처럼 전해왔는데, 30년만에 실제로 뉴멕시코의 쓰레기 하치장에서 ‘E.T.’의 패키지를 발굴하는 데 성공했다.

묘하게도 이를 발굴한 주체는 마이크로소프트다. 마이크로소프트의 X박스 엔터테인먼트 스튜디오는 이 전설에 대해 관심을 갖고 2013년 12월 뉴멕시코를 발굴할 수 있는 권한을 얻어냈고 실제로 뜯지도 않은 ‘E.T.’ 패키지들을 찾아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 ‘E.T.’ 발굴 과정을 다큐멘터리로 만들어 X박스를 통해 유통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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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랜서 IT 컬럼니스트, 기술과 사람이 더 가까워질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e메일 work.hs.choi@gmail.com